가정 혈압을 아시나요?

Chinese nursing assistant taking senior woman's blood pressure

-병원에서 잰 혈압보다 실제 혈압 더 잘 반영
-의사 얼굴 보면 긴장해 혈압 오르는 것이 ‘백의’ 혈압 

초등학교 교장을 지내다 정년퇴직한 강 모 씨(72ㆍ서울 서초구)는 8년 전에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그는 2개월에 한 번씩 오후 2시께 병원을 방문해 혈압을 재고 그 결과에 맞춰 혈압약 처방량을 조절해왔다. 지난해 9월에 병원에서 측정한 최고ㆍ최저 혈압이 각각 120ㆍ80(단위 ㎜Hg)으로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오전에 뒷머리가 뻣뻣한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자 담당 의사는 “집에서 직접 오전 혈압을 재어 올 것”을 주문했다.

놀랍게도 오전 7시에 집에서 1주일간 잰 강 씨의 평균 혈압은 150/100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고혈압 약의 수를 한 알 더 늘렸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12월 집에서 2주간 잰 강 씨의 아침 혈압은 120/80으로 떨어졌다.

요즘 의사들 사이에선 환자가 가정에서 잰 가정혈압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09년엔 순환기내과 의사를 중심으로 한국가정혈압학회가 설립되고 ‘가정혈압 측정지침’이 발표됐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국내 의사는 가정혈압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태다.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바로 인식하는 의사는 전체의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만 해도 환자가 직접 집에서 잰 혈압을 의사에게 전하면 “괜한 짓을 했다”며 야단치거나 화를 내는 의사가 수두룩했다. 이어 병원에  설치된 수은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한 뒤 고혈압 여부를 진단한 뒤 이를 근거로 고혈압 약을 처방하고 치료 대책도 세웠다.

그러나 가정혈압학회 소속 의사는 “집에서 혈압을 잰 뒤 그 결과를 가져오라”고 먼저 요구한다. 가정에서 본인이 잰 혈압이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보다 환자 상태를 더 잘 반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에서 잰 혈압, 즉 가정혈압이 병원 측정 혈압보다 더 소중한 정보라는 것은 2004∼2005년 일본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처음 입증됐다. 가정혈압을 기준으로 약을 처방한 그룹과 병원 측정혈압을 근거로 약을 쓴 그룹 간의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예상과는 정반대로 가정혈압 그룹의 사망률이 낮았던 것이다.

그 후 2008년 미국 심장협회ㆍ고혈압학회는 “가정혈압이 고혈압 판정의 기본”,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가족용 혈압계 구입 권장” 등 11가지 행동지침을 새로 제시했다. 병원측정 혈압의 정확성이 가정혈압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측정 횟수가 적은데다 일부 환자가 의사의 흰 가운만 봐도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사와 대면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백의’(白衣, white coat) 혈압이라 한다. 만약 의사가 ‘백의 혈압‘에 대한 고려 없이 고혈압 약을 추가하면 환자에겐 큰 손해다. 같은 사람이라도 잘 때와 미팅ㆍ업무 중일 때의 혈압 차가 많게는 30까지 벌어질 수 있다.

가정혈압은 적어도 아침ㆍ저녁 등 두 번 이상 재는 것이 원칙이다.

‘모닝’ 혈압이 고혈압 치료법의 효과ㆍ고혈압 약의 적정성 여부 등을 판정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른 아침에 혈압을 재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침 가정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뒤, 고혈압 약을 먹기 전, 앉아서 2∼3분 안정을 취한 뒤, 아침 식사 전 등 5가지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저녁 가정혈압은 취침 전, 앉아서 2∼3분 안정을 취한 다음 잰다.

병원 측정 혈압에선 고혈압 진단 기준이  최고(수축기) 혈압 140(단위 ㎜Hg) 이상, 최저(이완기) 혈압 90 이상이지만 가정혈압에선 이보다 5가 적은 135 이상, 85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본다.

◇가정혈압 측정법

아침ㆍ저녁 등 최소 두 번 이상 측정이 원칙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 본 뒤

고혈압 약 먹기 전

앉아서 2∼3분 안정 취한 뒤

아침 식사 전

<저녁>

취침 전

앉아서 2∼3분 안정 취한 뒤

자료=한국가정혈압학회

◇고혈압 진단 기준

병원 측정 혈압: 최고(수축기) 혈압 140(단위 ㎜Hg) 이상, 최저(이완기) 혈압 90 이상(대한고혈압학회)

가정혈압: 최고 135 이상, 최저 85 이상(한국가정혈압학회)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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