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꼬막 요리의 미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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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무렵이 되면 속이 꽉 찰 정도로 탱탱해지는 꼬막
-입을 벌렸을 때 속살에 핏기 약간 남을 만큼 삶아야 제 맛 

꼬막은 ‘밥도둑’으로 통한다. 해감한 꼬막을 끓는 물에 데쳐서 껍데기 한쪽만 제거한 뒤 밥상에 올리면 금세 접시가 비워진다.

냉기를 머금은 가을바람이 갯벌을 감쌀 때 꼬막에 쫄깃한 맛이 들기 시작한다. 설날 무렵이 되면 속이 꽉 찰 정도로 탱탱해지고 알을 품기 직전인 이듬해 3월까지 맛이 유지된다. “바지락과 꼬막은 진달래와 벚꽃이 필 때부터 질 때까지가 가장 맛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꼬막은 껍데기가 단단한 돌조갯과(科)에 속한다. ‘돌조갯과 3총사’는 참꼬막(꼬막)ㆍ새꼬막ㆍ피조개다. 셋 중 가장 작고 그냥 ‘꼬막’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꼬막이다.

껍데기를 까면 꼬막의 속살이 미어지듯이 가득하다. 살이 푸짐하다고 하여 꼬막을 살조개라고도 한다. 안다미조개라고도 불린다. 안다미는 ‘담은 분량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게’란 뜻이다. 조선시대 전라도 지방에선 제사상에 올린다 하여 제사꼬막이라고 불렀다(세종실록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새꼬막은 대개 갯벌이 아닌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물로 쓸어 담는다. 맛은 참꼬막보다 떨어진다. 표면에 털이 나 있고 입안에서 쫄깃한 맛 대신 약간 미끄러운 식감이 드는 것도 참꼬막과 차이점이다. 참꼬막은 성숙하는 데 4년 이상 걸리나 새꼬막은 2년이면 ‘폭풍 성장’을 한다. 당연히 가격은 새꼬막이 싸다. 새꼬막은 제사상엔 올리지 않아 개꼬막ㆍ똥꼬막 등 험한 별명이 붙었다. 음식점에서 반찬으로 오르는 ‘꼬막’은 ‘새꼬막’인 경우가 많다.

피조개의 맛도 겨울(12∼3월)에 잡은 것이 최고다. 알맹이가 사람의 피를 닮은 붉은색을 띤다.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 등 카로티노이드 색소와 헤모글로빈의 색깔이다. 영문명도 ‘blood clam’이다. 사람과 같은 피를 가진 조개란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크기는 12㎝ 정도로 꼬막류 가운데 가장 크다. 붉은색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애주가들과 식도락가들은 피조개를 정력에 이로운 식품일 것으로 여기지만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꼬막(참꼬막)은 저열량ㆍ저지방ㆍ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81㎉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살 100g에 지방 1.8g, 단백질 14g, 탄수화물 1.2g이 들어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의 해독 작용을 도우며 눈 건강에 유익한 아미노산인 타우린, 아이들 성장에 유익하고 뼈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이 풍부하다는 것도 돋보인다. 노인ㆍ어린이ㆍ임산부에게 권할 만하다. 소화ㆍ흡수가 잘 돼 환자의 병후 회복 식으로도 그만이다.

껍데기가 깨지지 않고 골의 물결무늬가 고른 것이 상품이다. 껍데기가 단단하면서 광택이 나면 신선하다는 증거다. 맛은 알이 굵을수록 좋다. 입이 벌어져 있거나 삶아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면 죽었거나 상한 꼬막이다.

갯벌에서 채취한 꼬막은 물을 여러 번 갈아가며 바락바락 비벼 씻은 뒤 소금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해감한다. 꼬막의 입을 벌리는 데도 요령이 있다. 껍데기째 물에 넣은 뒤 적당히 삶거나 데치면 잘 까진다. 덜 삶으면 꼬막의 입이 열리지 않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맛이 심심해지고 쫄깃한 맛이 사라진다. 꼬막의 입이 저절로 벌어져 단맛ㆍ감칠맛이 다 빠져나가고 살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꼬막 요리의 ‘미학’은 적당히 삶는 데 있다. 알맞게 삶은 꼬막의 껍데기를 까면 살이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도는 느낌마저 든다. 입을 벌렸을 때 꼬막 속살에 핏기가 약간 남을 만큼 삶아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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