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설화의 ‘단골손님’ 겨울 딸기

Fresh Strawberries

-농정원 2월의 웰빙 식품으로 딸기 선정
-봄 딸기보다 겨울딸기의 맛이 뛰어난 이유는?

‘동지 때 개딸기’란 속담이 있다.

연목구어(緣木求魚)나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는 의미다. 한 겨울엔 못 먹는 개딸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담겨 있다. 실제로 과거엔 겨울엔 딸기를 구경할 수 없었다.

효자 설화에 겨울딸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효자 스토리’의 주인공은 한 겨울에 어머님께 딸기를 구해 드린다. 대개 호랑이의 협조 덕분에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으로 그려진다. 호랑이가 자신의 등을 빌려주는 것은 주인공의 효성에 감복해서다.

속담ㆍ설화에서 보듯이 우리 선조에게 딸기는 봄의 끝자락에나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흔히 먹는 개량 딸기도 5∼6월에 주로 수확됐다.

요즘은 겨울딸기가 대세다. 농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2월의 웰빙 식품으로 연근ㆍ시금치ㆍ한라봉과 함께 딸기를 선정했다. 딸기 재배 농부는 연간 매출의 80% 이상을 1∼3월에 올린다.  ‘딸기의 날’, 즉 ‘베리데이(Berry’s Day)도 2월11일이다. 연중 딸기 수확이 2월에 가장 많은데다  ‘딸기’란 단어의 글자 수가 2개여서 2월, 전체 획수가 11획이란 데서 11일로 정해졌다.

겨울딸기는 봄딸기보다 맛이 더 달다.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이 적어서다. 기온이 떨어지면 딸기가 천천히 익는다. 양분 소모는 줄면서 당분이 축적되는 시간은 길어져 단맛이 강해지는 거다. 날씨가 추우면 딸기의 신맛 성분인 유기산 함량이 주는 것도 겨울딸기의 맛이 더 단 이유다.

농촌진흥청의 조사결과 겨울딸기의 당(糖) 함량은 봄딸기보다 최고 17%나 높았다. 겨울딸기(1월)의 유기산 함량은 500ppm으로 봄딸기(4월)의 800ppm보다 낮았다. 추우면 과육이 잘 물러지지 않아 완전히 익은 딸기를 따서 출하하는 것도 겨울딸기 맛이 뛰어난 이유다.

겨울딸기는 안전성 면에서도 더 낫다. 겨울엔 꽃가루 양이 적은데다 비닐하우스 안에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딸기 꽃 수정을 위해 벌을 이용한다. 벌은 농약에 매우 민감해, 겨울딸기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안에선 농약 사용이 극도로 제한된다.

딸기는 크게 풀딸기와 나무딸기로 나뉜다. 넝쿨에서 열리고 우리가 흔히 먹는 딸기가 풀딸기다. 나무에 달린 산딸기ㆍ멍석딸기는 나무딸기에 속한다.  산딸기 중 가장 큰 멍석딸기는 멍석을 널어놓은 듯 많이 열려 그런 이름이 붙었다. ‘동짓달에 멍석딸기 찾는다’는 속담은 지금도 유효할 것 같다.

18세기 초 북미산(産) ‘버지니아’와 남미산 ‘칠로엔시스’란 야생딸기가 유럽의 한 정원에서 우연히 짝을 이뤘다. 이 만남을 통해 부모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닌 ‘아나낫싸’란 신품종 딸기가 태어났다. 그 후 유럽ㆍ미국ㆍ일본에서 본격적으로 품종 개량됐다.

일본을 통해 한반도에 개량 딸기가 유입된 것은 20세기 초다. 1960년대 비로소 ‘대학1호’란 품종이 개발됐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조상이 딸기를 드신 것은 훨씬 오래 전이다. 다만 우리가 아는 개량 딸기는 아니었고 산딸기ㆍ복분자ㆍ멍석딸기 등 자연에서 바로 딴 딸기였다.  딸기의 일종인 복분자는 조선 후기 다양한 형태로 조리됐다. 조선 후기의 조리서인 ‘시의전서’엔 ‘멍석딸기’란 식물명이 나오고, 복분자화채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과거엔 딸기가 주로 차ㆍ편ㆍ화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분명히 신은 더 좋은 과일을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신은 그 일을 끝내 하지 못했다.”

17세기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버틀러는 딸기를 과일 중 최고로 쳤다. 만약 그가 요즘 태어났다면 겨울딸기 맛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서양에선 고대 로마시대부터 딸기가 건강에 이롭다고 여겼다. 우울감ㆍ의기소침ㆍ염증ㆍ열ㆍ신장 결석ㆍ통풍ㆍ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추천됐다. 민간에선 치석이 있으면 딸기주스 양치 액으로 입안을 헹구고, 피부 미용을 위해 딸기를 얼굴에 문지르기도 했다.

딸기의 다양한 영양소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비타민 C다. 100g당 비타민 C 함량이 개량종은 71㎎, 재래종은 82㎎에 달한다. 같은 무게인 사과ㆍ블루베리의 5배, 오렌지의 3배, 레몬의 2배다. 비타민 C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 100㎎이므로 딸기 예닐곱 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딸기가 ‘피부 미인의 과일’, ‘피로회복ㆍ감기 예방을 돕는 과일’으로 통하는 것은 비타민 C 덕분이다.

딸기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도 유익하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해서다. 고혈압 환자ㆍ임산부에게도 권장할 만하다. 혈압을 조절하는 미네랄인 칼륨과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는 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느 과일과 마찬가지로 딸기도 암 예방 식품으로 통한다. 딸기에 함유된 대표 항암성분은 껍질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식이섬유ㆍ엘라그산(폴리페놀의 일종) 등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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