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에덴동산의 선악과였나?

바나나

-병충해 돌면 바나나가 일시에 전멸하는 상황도 가능
-세계 바나나 공급의 절반 차지하는 캐번디시도 위기 직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 밀ㆍ쌀ㆍ옥수수에 이어 생산량이 네 번째로 많은 인류의 먹거리.  바나나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댄 쾨펠은 저서인 ‘바나나-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에서 “7000년 전 인류가 경작한 최초의 농작물이자 수렵ㆍ채집 생활에서 농경ㆍ정착 생활로 바뀌는 계기가 된 것이 바나나”라고 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란 주장도 폈다. 사과가 선악과란 통념은 후대 사람의 번역상 오류에서 비롯됐으며 에덴동산이 지금의 중동 지역이란 점을 고려하면 바나나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만약 바나나가 선악과라면 남성의 목젖 부위는  ‘아담스 애플’이 아니라 ‘아담스 바나나’라고 해야 맞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파초 과에 속하는 커다란 풀이다. 씨가 없어 번식이 불가능한데 뿌리(알줄기)를 잘라 옮겨심기만 하면 열매(바나나)가 열린다. 처음 열매를 맺기까지 9개월가량 소요되며 6개월마다 재수확이 가능하다. 바나나 농장에선 바나나를 수확한 후 바로 베어버린다. 바나나가 한번 열린 알줄기에선 다시 열매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열매를 수확한 후 밑동을 잘라내면 6개월 후 땅속줄기에서 새로운 어린줄기가 자란다. 알줄기를 잘라 옮겨심기만 해도 바나나가 열리기 때문에 바나나는 대부분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씨 없는 바나나가 등장하면서 사람이 바나나를 먹기는 쉬워졌지만 바나나 입장에선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바나나는 그만큼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졌다. 병충해가 돌면 일시에 전멸할 수 있다는 취약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래서다.

실제 사례가 있다. 1950년대까진 ‘그로 미셸(Gros Michel)’이란 품종이 바나나의 주를 이뤘다. 이 품종은 맛과 향이 진한데다 껍질이 두꺼워 장거리 운송이 가능해 상품가치가 높았다.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그로 미셸은 순식간에 최후를 맞는다. 파나마병은 별명이 ‘바나나 암’ 이다. 그만큼 바나나에겐 치명적이다. 이 병에 걸리면 잎이 갈색으로 변한 후 말라죽는다. 그로 미셸은 이 병에 저항성이 없어 집단 폐사했고, 1960년대에 생산 중단됐다. 다행히도 1960년대 중반, 파나마병에 잘 견디는 ‘캐번디시’(Cavendish) 품종이 개발됐다. 그로 미셸보다 크기가 작고 맛과 향도 떨어졌지만 대안이 없었다. 이후 캐번디시가 그로 미셸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전 세계 바나나 공급의 47%를 차지하는 캐번디시도 요즘 위기에 처해 있다. 1980년대 대만에서 캐번디시가 변종 파나마병으로 인해 말라죽기 시작한 것이 불길한 전조였다. 대만에서 재배되던 캐번디시의 70%가 죽었다. 변종 파나마병은 중국ㆍ인도ㆍ호주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변종 파나마병에도 견디는 새 바나나 품종을 개발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바나나의 품종개량은 그리 쉽지 않다. 씨가 없는 바나나는 번식력이 없기 때문이다. 번식력이 없는 식물에서 품종개량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자손을 길러내고 맛ㆍ향ㆍ내병성 등 원하는 특성을 모두 담은 후 다시 씨 없는 식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최근 바나나 멸종, 즉 ‘바나나겟돈’의 구세주로 우리 국민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GMO 기술이 떠올랐다.  파나마병에 저항성을 가진 피망의 유전자를 삽입한 신품종 바나나, 즉 GM 바나나를 개발해 그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한 포장시험이 이미 시작됐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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