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밝이술이 정말 귓병 막아주나?

-부녀자가 마셔도 허물이 되지 않은 귀밝이술
-아이에겐 술잔을 입에만 대게 한 뒤 술은 굴뚝에 부어

오는 3월 2일에 맞는 정월 대보름의 절주는 귀밝이술(耳明酒)이다. 귀밝이술은 청주로 된 시양주(時釀酒, 정해진 날에 빚는 술)인데, 데우지 않고 차게 마셨다. 우리 조상은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면 한 해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겼다. 귀가 밝아지고 총명해지며, 일 년 동안 좋은 소식만을 듣게 된다고 믿기도 했다.

알코올이 청력 손상이나 귓병 치유를 도울 수 있을까? 과학적으론 근거가 부족하다. 포도주에 든 항산화 성분인 살리실산이 유해산소를 제거해 청력 손상 예방을 돕는다는 연구논문은 발표된 적 있다. 그러나 귀밝이술의 살리실산 양이 극히 적어 귓병 예방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대보름 날 찬 술을 나눠 마신 것은 정신 바짝 차려 농사 잘 짓자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데우지 않은 술(특히 청주)은 쓴 맛이 없어 목안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대보름 다음날 숙취에 시달린 우리 조상이 꽤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귀밝이술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온 가족이 마셨다. 부녀자도 즐겼고 허물이 되지 않았다. 아이는 술잔을 입에만 대게 한 뒤 술은 굴뚝에 부었다. 부스럼이 생기지 말고 부스럼이 연기와 같이 날아가 버리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귀밝이술의 명칭에 관해서 여러 가지 유래가 있다. 술을 마시면 귀밑이 빨갛게 되기 때문에 ‘귀가 붉어지는 술’이란 말에서 ‘귀밝이술’이 비롯됐다고 여기는 지역도 있다. 전남에선 귀밝이술을 ‘귀배기’ 또는 ‘기볼기술’이라고 부른다. “정월대보름에 ‘용수술’을 마신다”라고도 표현한다. 귀밝이술은 정월 초하루에 쓰고 남은 청주를 보관해 뒀다가 귀밝이술로 활용하기도 했다. 용수술은 이미 빚어 뒀던 술을 용수질 해 청주만 떠 마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귀밝이술은 한자어로 이명주(耳明酒) 외에 명이주(明耳酒)ㆍ치롱주(治聾酒)ㆍ이총주(耳聰酒) 등 다양하게 불린다.

대보름엔 절대 먹지 않는 금기 음식도 있었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대보름 아침밥을 물에 말아 먹거나 파래가 식탁에 오르면 자기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여겼다. 농경사회인데다 한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날인 대보름에 이런 ‘부정 탈 일’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 김치ㆍ찬물ㆍ눌은 밥ㆍ고춧가루를 먹으면 벌레에 쏘인다고 해서 금기시했다.

박용환 기자 praypyh@kof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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