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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기름 성분 카페스톨의 ‘두 얼굴’
커피의 기름 성분 카페스톨의 ‘두 얼굴’
  • 푸드앤메드
  • 승인 2017.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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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측면은 당뇨병 예방ㆍ신생혈관 형성 억제
-악한 측면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간 수치 증가


최근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프레드릭 멜뷔에 박사는 커피 속 당뇨병 억제 성분으로 카페스톨(cafestol)을 지목했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스톨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멜뷔에 박사는 당뇨병 모델 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미국 화학학회 학술지 ‘천연산물 저널’(Journal of Natural Products) 2017년 9월호에서 밝혔다.

카페스톨은 원두에 함유된 수많은 화학 물질 중 하나로 원두가 갈려 뜨거운 물과 바로 만날 때 나오는 기름 성분이다. 커피콩 건조중량(dry weight)의 약 0.5%를 차지하는 카페스톨은 커피의 항염ㆍ항암 성분이기도 하다. 2013년 한국식품연구원 박재호 박사팀은 카페스톨이 당뇨병성 망막증ㆍ암ㆍ류마티스 관절염ㆍ자궁내막증 등으로 인해 생기는 비정상적인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카페스톨의 ‘두 얼굴’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간 효소 수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카페스톨의 원래 이름은 카페스테롤(cafesterol)이다. 카페스톨은 간에서 콜레스테롤로 전환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커피의 식물성 지방(카페스톨)이 간에 들어가 동물성 지방(콜레스테롤)으로 바뀌는 셈이다. 미국 베일러 의대 연구팀은 2007년 카페스톨은 인간이 섭취하는 식품 중 가장 강력한(most potent) 콜레스테롤 상승 물질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보건과학연구소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4주간 하루 5잔의 커피를 마시게 한 결과 남성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8%, 여성은 10% 증가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농대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 한 잔엔 카페스톨이 4㎎ 들어 있다. 이 정도 양이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약 1%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카페스톨은 녹내장 발생 위험도 높인다. 미국 보스턴 브리검 앤 여성병원 연구팀이 40세 이상의 성인 남녀 약 12만 명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유 음료 섭취량과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매일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사람의 녹내장 발병률이 높았다. 커피 외에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탄산수ㆍ차ㆍ초콜릿 등은 녹내장과 무관했다. 카페인 식품 중 유일하게 커피만 녹내장 발생률을 높였다. 스웨덴ㆍ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의 녹내장 발생률이 유난히 높았다. 여과하지 않은 진한 커피를 즐긴다는 것이 스칸디나비아인의 공통점이다. 녹내장은 높은 안압(眼壓)과 관련이 있으며, 콜레스테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내 연구진의 조사 결과 안압이 높은 그룹일수록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녹내장 치료제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페스톨은 갈아 놓은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추출된다. 곱게 간 커피를 넣어 물을 여러 차례 끓이는 터키식 커피, 금속 필터를 사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프렌치 프레스 커피,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머신 커피에도 들어 있다. 아메리카노에도 함유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피 원두를 기계로 내린 아메리카노에선 핸드 드립 방식으로 내린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스톨 함량이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핸드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릴 경우 이 카페스톨이 종이 필터를 통해 걸러지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이 제거되지만 기계로 커피를 내릴 경우 여과 작용을 하는 필터가 없기 때문에 카페스톨을 그대로 마시게 된다고 강조했다. 핸드드립에 사용되는 페이퍼 필터는 카페스톨 등 커피의 지방성분을 95%가량 걸러낸다. 원두커피 기계에 페이퍼 필터를 깔면 그 종이에 기름(카페스톨)이 거의 다 걸러진다.

페이퍼 필터로 거르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치커피에도 카페스톨이 없다. 더치커피는 세라믹 필터를 통해 카페스톨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인스턴트커피에도 카페스톨이 거의 없다. 제조할 때 냉동ㆍ건조 과정에서 카페스톨이 제기돼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커피를 즐기더라도 가급적 핸드드립 커피ㆍ더치커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동령 기자 drha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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