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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데우는 음식, 군밤ㆍ팥죽ㆍ골동반
겨울을 데우는 음식, 군밤ㆍ팥죽ㆍ골동반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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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종합 영양제 밤
-동지의 절식, 팥죽
-섣달 그믐날 먹은 골동반


깊어가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식 세 가지가 있다. 군밤ㆍ팥죽ㆍ골동반이다.

맹추위라도 군밤타령을 들으면 심신이 한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 선조는 9월 초순∼10월에 햇밤을 따서 다양한 음식에 사용하고 겨울이면 밤송이를 모아 아궁이에 불을 뗐다.

정월 대보름날엔 생밤을 씹으면서 피부에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생밤은 애주가의 겨울 안주로도 그만이다. 생밤에 풍부한 비타민 C가 알코올 분해를 도와 숙취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밤은 한마디로 말해 천연 종합 영양제다. ‘토실토실 밤토실’,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도 있다. 여느 견과류와는 달리 지방이 적다는(100g당 0.6g) 것도 돋보인다.

밤은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양인이 즐겨먹는다. 서양인은 대개 추수감사절 음식에 넣거나 빵ㆍ케이크 등에 넣어 먹는다. 밤을 설탕시럽에 졸인 프랑스 과자 마롱글라세가 서양의 대표적인 밤식품이다.

밤은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햇밤은 덜 달고 약간 떫은데 비해 묵은 밤은 단맛이 강한 것은 그래서다.

팥죽은 연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冬至)의 절식(節食)이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우리 조상이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은 것은 팥죽이 액(厄)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붉은 색은 재앙,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색이었다. 아들을 낳은 뒤 붉은 고추를 대문 앞에 건 것은 그래서다. 요즘은 새알심(옹시래미)이 든 팥죽을 겨울철 별미로 친다. 새알심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작은 새알만한 크기로 둥글게 빚어둔 것이다. 새알심은 보통 자기 나이 수대로 넣어 먹으며 맛을 높이기 위해 꿀에 재기도 한다.

팥죽의 재료인 팥은 고단백ㆍ저지방 식품이다. 비타민B1 함량이 곡물 중 최고 수준이어서 이 비타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백미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특히 유익하다. 식이섬유와 껍질에 든 사포닌은 이뇨(利尿)와 변통(便通)을 돕는다. 사포닌은 혈중(血中)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우리 선조는 섣달그믐날 저녁에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 드셨다. 이 음식이 바로 골동반(骨董飯)이다. 골동은 여러 가지 식재료가 섞여 있다는 뜻이다. 골동반은 비빔밥의 한자어인 셈이다. 골동반은 식물성 식재료와 동물성 식재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웰빙 음식이다. 1960년대 전주의 비빔밥 식당이 서울로 진출한 후 전주비빔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전주비빔밥이 유명세를 타면서 골동반이란 음식명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메밀국수에 여러 재료를 넣은 뒤 양념장으로 고루 비벼 먹는 국수가 골동면이다. 요즘은 비빔면 또는 비빔국수라고 한다. 과거엔 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섞은 간장 양념을 넣고 비볐으나, 언제부터인지 고추장 양념만 사용한다. 북쪽지방에서 겨울에 즐겨먹던 매운 냉면(冷麵)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수철 기자 sco624@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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