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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창/김애양]나는 이렇게 경고한다①
[전문가의 창/김애양]나는 이렇게 경고한다①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1.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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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로스 정키’①


미국에 갈 때면 부러운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 광활한 영토, 무한한 자원, 세계 곳곳에서 찾아 온 다양한 인파,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곧장 버릴 수 있는 하마 입 같은 쓰레기통, 어디에서든 줄을 서는 습관과 ‘정지’ 표시에 어김없이 멈추는 질서 정연함…. 이 큰 나라가 차질 없이 어떻게 잘 돌아갈지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문제점은 없을지 의아하기도 한데 그런 내 의심을 해소하듯 미국 땅의 숨은 치부를 드러낸 책을 발견했다. 모르핀과 헤로인 중독자가 활보하는 곳이란 점이다.

윌리엄 버로스의 ‘정키’가 바로 그 작품이다. 정키(junky)는 쓰레기를 의미하는 정크(junk)에서 파생된 말로 ‘마약 하는 사람’을 뜻한다.

왜 마약을 시작하나?

윌리엄 버로스는 1914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정키’는 자신이 마약 중독자가 된 과정을 기록한 고백으로 주인공 빌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빌은 왜 마약 중독자가 되었을까?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의 빌은 몇몇 일자리를 전전했다. 사립탐정ㆍ해충 구제업자ㆍ바텐더의 경력이 있다. 신탁 기금으로 한 달에 150달러씩 받았으므로 일자리가 딱히 필요하진 않았다. 빌은 이렇게 말했다.

“왜 마약 중독자가 되는가?” 이런 질문을 받지만 스스로 중독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은 없다. 난 중독되기까지 거의 반년이 걸렸다. 중독자가 되려면 1년 동안 수백 방의 주사를 써야 한다. “애당초 왜 마약을 시작했나?” 라고 물을 수 있다. 강한 동기가 없어도 마약 중독자가 된다. 마약이 당연히 이긴다. 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돈이 있었기에 주사를 맞은 것뿐이다. 결국 중독됐다. 내 곁의 중독자 대부분이 그랬다. 마약을 시작한 이유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쓰다가 중독된다. 중독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중독자가 돼 아픈 것이다.

결론적으로 빌은 단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이런 설명은 통증 때문에 모르핀 투여를 받고 그 후부터 차차로 중독이 되는 환자들에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다분히 이성을 지닌 사람이 자발적으로 마약을 택했다는 점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작가는 주변의 중독자가 다 이렇게 이유 없이 그저 마약이 있었기에 투여한 것이라고 말한다.

중독자가 되기까지

빌의 곁에 항구 노동자가 있었다. 그는 뭐든 훔쳐다 팔았다. 하루는 모르핀을 훔쳐왔다. 30㎎의 모르핀이 담긴 주사기 75개였다. 이때부터 빌은 마약 중독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주사 하나를 자신에게 투여했다.

모르핀 약 기운은 처음엔 다리 뒤쪽으로 온다. 다음은 목뒤다. 근육이 뼈에서 분리되는 듯 했다. 짠물에 누워 있는 양 둥둥 떠 있었다…. 나는 심한 공포를 느꼈다. 눈을 감았다. 영상이 영화처럼 스쳤다…. 숨이 멎고 피가 멈췄다. 잠들었다가 깨어나자 다시 공포가 시작됐다. 이튿날 아침에 토했고 정오까지 아팠다.

첫 마약경험은 심한 공포와 구토였다. 그런데도 빌은 한 달 동안 8개의 주사기를 사용했다. 빌은 자신이 팔았던 약을 되샀고 그게 다 떨어지자 병원으로 갔다. 신장결석을 핑계대고 의사에게 마약 처방전을 받은 것이다. 의사가 잘 속지 않았지만 웃돈을 더 받고 처방전을 써주기도 했다. 빌은 처방전을 받아 매일 주사를 맞게 됐고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했다. 경관이 빌을 체포했는데 아내가 보석금 1000 달러를 내고 빼내 주었다. 감금돼 있는 동안 빌은 금단 증상을 겪었다. 눈앞에서 지네와 전갈이 들락날락 거렸다.
출소 후 모르핀을 구할 수 없자 헤로인을 시작했다. 취객털이도 했다. 동료가 술 취한 사람의 주머니를 뒤지는 동안 신문을 펼쳐 가려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허탕을 칠 때도 많았고 경찰의 추격을 받았다. 결국 취객털이 대신 마약 밀매를 시작했다.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에 마약이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빌은 거래를 하며 많은 중독자를 만났다. 돈이 없어 외상만 달라는 한심한 고객 천지였다. 경찰의 끄나풀이 돼 밀고하는 자도 있었다. 수사관이 점점 다가왔다. 이미 4개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터라 붙잡히면 징역 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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