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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창/김애양]나는 이렇게 경고한다②
[전문가의 창/김애양]나는 이렇게 경고한다②
  • 푸드앤메드
  • 승인 2018.01.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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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로스 ‘정키’②


치료와 금단현상

빌은 렉싱턴의 병원으로 갔다. 그곳에선 8일 동안 하루 세 번씩 합성 모르핀 캡슐을 주었다. 그 후 바비투르산염 3일치를 주고 집단 거주지로 옮겼다. 빌은 약을 다 받자마자 퇴원했다. 이후 4개월간 약을 끊고 지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에서 마약을 다시 했다. 5개월 만이었다. 마약 밀매업도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경찰이 거리에서 팔에 주사자국이 있는지 검사를 했다. 빌과 동료는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차도 훔쳤다는 혐의를 받아 빌은 연방경찰에 연행됐다. 조사받는 동안 금단증상에 시달렸다.

금단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구토와 설사가 가장 흔하다. 천식처럼 깊고 밭은 기침을 하는 사람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다가 갑작스럽게 격렬한 재채기를 하며 기도에 경련이 생겨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난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혈압이 낮아지고 극도로 허약해졌다. 생명력이 완전히 끊겨서 온몸의 세포가 전부 말라죽는 느낌이었다.

감옥에 있지 않는 한 금단증상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하면 약을 끊을 수 없다. 혼자서 약을 끊기가 불가능한 이유가 이 금단증상이 5∼8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아내가 보낸 변호사가 빌을 감옥에서 꺼내어 요양원으로 보내줬다. 거기서 모르핀 대용약제를 줬는데 효과가 없었다. 금단현상은 사흘째에 가장 심해서 온 피부에 동상을 입은 것 같고, 빽빽한 벌집이 된 듯했다. 피부 아래로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게 됐을 때 항(抗)히스타민 주사를 놔주어 도움을 받았다. 8일 후부터 주사를 찾지 않게 되자 빌은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3개월 후 재판 소환장이 오자 빌은 멕시코로 도피했다.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빌은 약을 찾기 시작했다. 3개월간 약을 끊었던 빌은 사흘 만에 다시 약물에 빠졌다. 빌은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매일 주사를 서너 대씩 맞는 습관으로 돌아갔다.

중독에 빠진 1년 동안 빌은 다섯 번 치료를 시도했고 마침내 치료에 성공했다. 약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대신 엄청나게 술을 마셨다. 8시간동안 데킬라를 계속 마시고 정신을 잃기도 했다. 술 때문에 빌은 미쳐 보였다. 오줌을 지리고 침대에서 악취를 풍기자 의사가 찾아와 술을 더 마시면 죽는다고 선언했다. 빌은 의사의 말을 따랐다.

야헤를 찾아서

이렇게 빌은 마약에서 빠져 나왔다. 그때 미국에서 옛 동료 마약상이 빌을 찾아왔다. 빌이 아는 여러 중독자의 안부를 물으니 죄다 나쁜 소식을 들려줬다. 목을 매어 자살하거나 감옥에 가 있다는 것이다.
빌은 아마존 상류의 인디언이 쓰는 ‘야헤’란 약에 대해 알게 됐다. 콜롬비아 과학자가 야헤에서 ‘텔레파신’이란 성분을 추출했다. 빌은 그 야헤를 구하려고 떠난다.

어쩌면 난 내가 마약과 대마초와 코카인에서 찾고 있었던 것을 야헤에서 찾을지도 모르겠다. 야헤가 마지막 약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무엇을 경고하는가?

책 속엔 많은 마약중독자가 나온다. 그들은 중독자가 될 줄은 모르고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정키’가 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인만 마약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선원이나 부랑자, 장애인이 있지만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의사나 변호사도 있었다. 마약 단속경찰조차 중독됐다니 그 다양함과 보편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누구라도 마약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일단 중독이 되면 그 상태는 매우 처참하다. 빌은 감방 가득한 중독자의 비참한 모습을 실감했다. 불평도 소용없고 아무도 도와줄 길이 없다. 빌은 당당하게 마약을 사용하는 태도를 취하지만 내심으론 마약이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가장 무서운 약물임을 경고하고 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빌의 마약 중독과 치료과정을 통해 마약이란 흡혈귀 같은 존재로 악마처럼 상대를 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집요하게 들러붙은 마약의 생리를 보며 우리는 진저리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빌은 여러 차례 치료를 시도하다 마침내 성공했다. 실제로 작가 버로스가 마약을 끊게 된 계기가 중독 중에 실수로 아내를 총기로 죽였기 때문이라니 그의 경고가 더욱 아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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