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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약 먹은 뒤 살ㆍ힘 빠지면 약 탓?
우울증 치료약 먹은 뒤 살ㆍ힘 빠지면 약 탓?
  • 푸드앤메드
  • 승인 2016.08.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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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부작용은 ‘약을 점검해 달라’는 우리 몸의 신호


윤선희 약사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공동저자

78세 여성 어르신-전라도 시골 동네에서 농사를 지으시다가 자녀분들과 가까운 거리에 사시기 위해 올라오신 분이다. 비교적 도시 생활에 잘 적응하고 계신 상황이었다.

하루는 약국에 오시더니 “윤 약사…. 나 이러다 죽을 거 같아.”

윤 약사: “왜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어르신 : “1달 내내 먹은 게 없고 살이 7킬로나 빠지고 몽롱하고 온몸에 힘이 없어.”

윤 약사: “혹시 최근에 뭐 새로운 약 드시는 거 없나요?”

어르신: “있어. 신경 정신과에서 잠이 오지 않고 힘들다고 했더니 우울증 약이랑 수면제를 줘서 먹고 있는데 병원에서 직접 약을 주더라고. 그래서 윤 약사에게 약을 못 보여 줬어.”

윤 약사: “언제 약국에 나오실 때 약을 좀 보여 주세요.”

나중에 보여주신 약을 보자 어르신의 약 중에 플록세틴이란 성분의 약이 들어 있었다. 이 약은 다이어트 클리닉에서 식욕 억제제로도 쓰이는 약인데 어르신의 경우 노인성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복용하고 계신 거였다. 의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약을 조절한 후로 이 어르신은 식욕을 되찾고 불면증도 치료가 돼 새 삶을 살게 됐다고 좋아하신 기억이 난다.

82세 어르신-남편의 오랜 투병 생활을 옆에서 거들고 지켜보던 할머니신데 남편이 돌아가시자 허탈해 하시며 불면증ㆍ우울증을 호소하시며 몇 년에 걸쳐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상황이다.

어느 날 약국에 들어오시는데 카운터 쪽으로 향하던 몸이 어∼어∼어∼ 하시며 카운터 반대쪽으로 몸을 빠르게 움직이시더니 정수기 쪽으로 가서 넘어지셨다. 요즘 들어 계속해서 가려고 하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몸이 움직여 버린다고 넘어지신 경우도 여러 번이라고 하소연 하신다. 얼른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하시라고 권유했고 아들과 함께 대학병원 신경과로 가셔서 파킨슨병이 의심된다며 정밀한 검사를 시작하셨다.

그런데 검사 결과 뇌에 문제는 없었고 신경정신과 약을 장기 복용했는데 트라조돈이란 약물이 파킨슨병 증세를 유발한 걸로 판정이 났다. 그 약을 중단하고 신경정신과 약을 다시 처방 받고 파킨슨 병 증세에 대한 치료도 같이 병행해서 3개월 만에 정상적인 삶을 찾으셨다.

47세 남성-건강검진 결과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약을 처방 받아 드신지 7일 째 되던 날 약국에 들르셨다.

“약사님, 아무래도 이 약이랑 저랑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약을 복용한 후로 온 몸이 아프고 근육통이 와서 진통제를 먹기까지 했어요”라고 한다. 스타틴 계열의 대표적인 부작용중의 하나인 근육통이 의심돼 처방 의사와 의논 후 처방을 변경했다.

이처럼 어떤 효능ㆍ효과를 위해 복용을 시작한 약이 처음엔 몰랐다가 장시간 복용 후, 혹은 약을 먹자마자 다른 신체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약 소비자는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늙어서 그런가? 스트레스 때문인가” 하면서 몇날 며칠을 그냥 허비하고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치료를 위해서 복용을 시작한 약이 복용하기 전과 비교해서 몸에 없었던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면 즉시 의사ㆍ약사에게 상담해야 한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약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약을 복용하게 되지만 약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한 번도 적응해 본 없는 약이 들어 온 몸이 하는 말. “∼주인님. ∼몸이 이상해요. ∼좀 점검해 주세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로 약의 부작용이다. 이러한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 주는 것이 몸의 주인인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윤선희 약사ㆍ부부약국 bubu88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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