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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푸드라이터]고기 못 먹어 망친 배낭여행
[초보 푸드라이터]고기 못 먹어 망친 배낭여행
  • 푸드앤메드
  • 승인 2016.09.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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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데는 여러 목적이 있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서 또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서 등등. 식품영양학도인 나와 친구에게도 뚜렷한 여행의 목적이 있었다. 각국의 다양한 식재료ㆍ식문화를 경험해볼 심산이었다.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옹에 들렀다. 전설의 요리사 폴 보퀴즈가 있는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우리만의 푸드투어도 경험했다. 폴 보퀴즈는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50년 동안 별 세 개를 받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유럽 배낭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배고팠던 날이다. 스위스에서 머무른 5박6일 내내 식당의 비싼 음식 값 때문에 슈퍼에서 사온 빵ㆍ우유ㆍ시리얼로 배를 채웠다. 스위스 전통요리인 퐁뒤(다양한 식재료를 녹인 치즈에 찍어먹는 음식)와 고기ㆍ과일은 맛도 못 보고 억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우리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르는 날이 많아졌다. 성격도 예민해져 작은 일에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점점 우울하게 느껴졌다.

여행의 고단함도 이유였을 거다. 나는 탄수화물로만 채워진 식단에도 우울감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다.

단백질ㆍ지방을 되도록 피해야 하는 영양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둘은 기아 등 유사 시 탄수화물을 대신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것 외에도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지방은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지 않도록 완충작용을 한다. 특히 단백질ㆍ지방에 있는 필수 아미노산ㆍ필수지방산은 체내 생산이 불가능해 반드시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한다.

한국영양학회는 탄수화물로부터 57∼68%ㆍ단백질로부터 12∼13%ㆍ지방으로부터 20∼30%의 에너지를 얻는 식사가 균형 잡힌 식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래 혈당의 조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지만 건강 식단의 기준으로 흔히 사용된다. 내가 지나치게 탄수화물 위주로 짜인 식단이 배낭여행 기간에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쾌청한 하늘과 하늘빛을 닮은 아름다운 스위스의 강을 바라보면서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날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는 약속했다. 나중에 직장을 잡고 돈을 많이 벌어 맛있는 음식을 양껏 사먹을 수 있을 때 다시 한 번 와보자고. 알프스도 식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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