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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식품열전]43년 ‘정'(情) 마케팅의 수혜자, 오리온 ‘초코파이’
[롱런식품열전]43년 ‘정'(情) 마케팅의 수혜자, 오리온 ‘초코파이’
  • 푸드앤메드
  • 승인 2016.07.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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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런식품열전① 오리온 초코파이정(情)


요즘 제과업계는 울상이다. 제과류의 유행 주기가 계속 짧아져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이 반짝 인기만 끌고 고꾸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40년 넘게 이어온 ‘파이류 판매 1위’ 제품이 있다. ‘정(情)’ 하면 생각나는 과자, ‘오리온 초코파이정(情)’이다.

촉촉한 비스킷 사이에 쫀득한 마시멜로를 넣고 달콤한 초콜릿을 바른 초코파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1등 간식이다. 나이 든 세대에겐 먹거리가 늘 부족하던 시절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돼 주던 고마운 존재다. 젊은 세대에겐 군대, 수험생 시절에 식간(食間)의 출출함을 달래주던 훌륭한 간식으로 추억된다. 세대는 달라도 모두에게 초코파이는 추억이다.


제과업계의 새 시대를 열다

초코파이는 출시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1974년 출시 원년에만 2000만 개 넘게 팔아 롱런(long-run) 과자의 탄생을 요란하게 알렸다. 요즘에야 2000만 개는 몇 주만에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지만 당시엔 상황이 좀 달랐다. 지금은 대량으로 공장에서 각 지역 대리점을 거쳐 소매점까지 빠르게 유통되지만, 그 때는 도매 상인이 직접 공장에서 조금씩 물건을 떼어 소매상에게 넘기는 방식이었다. 이런 유통구조 속에서 2000만 개는 놀랄만한 기록이었다. 초코파이가 출고되는 날이면 새벽부터 도매 상인이 오리온(당시 동양제과) 공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첫 출시(1974년) 당시의 초코파이 ⓒ 오리온제과

70년대에 과자라고 하면 보통 곡물을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부풀린 뻥튀기나 제과업체에서 생산한 단순한 형태의 튀긴 과자, 캔디, 껌과 같이 단일 종류로 이뤄진 제품이 거의 다였다. 이런 주전부리 사이에서 마시멜로, 파이, 초콜릿 등 여러 과자를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초코파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과자였다.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1974년 초코파이 1개의 가격은 50원.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150원이었으니 주전부리로 사 먹기엔 사실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당시엔 초코파이가 주로 우유 한 잔과 먹는 끼니 대용식이었다. 2016년 현재 초코파이의 1개의 가격은 400원(편의점용 2개들이 초코파이 기준).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4731원(행정자치부 발표, 서울기준)으로 약 31배 오르는 동안 초코파이는 딱 8배 올랐다. 이제는 누구나 부담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서민 간식이 됐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바쁜 일상 속에서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속을 채우는 식사 대용으로 초코파이를 즐겨 찾고 있다.


위기를 넘게 한 ‘정(情)’

43년동안 꾸준히 국민 사랑을 받아온 오리온 초코파이의 판매에도 위기는 있었다.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첫 출시한지 2~3년 후 타사에서 동일한 맛과 모양의 파이를 출시하면서 ‘초코파이’란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 소비자가 충분히 혼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판매량도 영향을 약간 받았다. 이후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초코파이란 이름을 두고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다.  ‘초코파이’를 고유명사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초코파이는 어떤 회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명이 됐다. 요즘은 포장지의 색깔과 디자인까지 비슷해졌다. 소비자가 제조업체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오리온이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정(情)’덕분이었다. 오리온은 1989년 ‘정(情)’마케팅으로 위기를 박차고 흔들림 없이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정을 마케팅의 축으로 삼은 건 오리온 제과의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운 광고가 아니라 군인, 삼촌, 경비원, 선생님 등 주변에서 정을 나누는 이웃의 모습을 등장시켜 마음을 울리게 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작은 것 하나도 이웃과 나눠먹는 따뜻한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한 성공적 마케팅이었다. 이제 ‘정(情)’은 초코파이의 인성(人性)이자 정체성이 됐다.



따뜻한 정을 강조한 오리온 초코파이의 90년대 광고 ⓒ 오리온 제과

오리온만의 제조노하우로 세계에서도 우뚝

오리온 초코파이정(情)은 긴 세월 인기를 끌면서도 변함없는 맛으로 한국인을 사로잡았다. 오리온은 부드러운 초코파이의 맛을 오랜기간 유지하기 위해 기술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반도체를 만드는 것과 같은 기술력이 요구된다’는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 최고의 맛이 유지되는 기간을 ‘상미기간’이라 한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상미기간을 6개월로 보고 있다. 이 기간동안 제품의 변질 없이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는 게 바로 반도체에 비유한 핵심 기술이다. 오리온 초코파이정(情)은 보존료(방부제)나 알코올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수분을 제어해 최상의 품질과 맛을 유지한다.

오리온이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력의 차이가 숨어있다고 오리온 관계자는 말한다. 오리온은 민감한 소비자는 잘 보이지 않는 사소한 차이도 알아챌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은 해외 시장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해외에서도 오리온 초코파이는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3년 중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시장을 넓혀온 오리온 초코파이는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한 해에만 20억 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작년에만 중국에서 1860억원, 러시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630억원, 520억원을 벌어들였다. 해외 판매로만 3000억원 이상의 매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정(情)’ 대신 중국인들이 더 좋아하는 ‘인(仁)’으로 중국 파이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오리온 제과

요즘도 초코파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다수 업체가 계속해서 포장과 크기를 그대로 베낀 미투 제품(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상품 진열대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만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미투 제품과는 판매량에서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외형이 비슷해도 맛과 품질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제품을 따져보고 고르는 현명한 소비자 덕분이라고 오리온은 믿는다.

오리온 홍보팀 최무송 차장은 “다른 데 신경 쓰기보다 묵묵히 최상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고유의 색깔과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품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마음을 간파한 마케팅 전략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초코파이. ‘파이류 판매 1위’란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로 승부하는 정공법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 초코파이 영양성분 ※
초코파이 한 개당 열량은 154㎉로 두 개를 먹으면 밥 한공기(300㎉)의 열랑을 넘어선다. 새로 출시된 자매품 '초코파이 바나나' 한 개의 열량(173㎉)은 기존의 초코파이보다 더 높다. 당 함량도 개당 14g으로 케이크ㆍ초코파이류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당 섭취 권고 기준은 50g이다.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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