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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무렵에 가장 탱탱해지는 꼬막 이야기
설 무렵에 가장 탱탱해지는 꼬막 이야기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1.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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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히 삶는 것이 꼬막 요리의 ‘미학’


 -미끄러운 식감 가진 새꼬막은 제사상에서 배제




 오래 전엔 ‘고막’이라 불렸다고 한다. 지역 주민의 센 발음 탓에 언제부터인가 ‘꼬막’이 됐다.

 “겨울이 되면 눈부신 벌교 갯벌에 가 보라. 양수가 터진 바다가 갯벌에다 아이를 낳고 아랫배를 드러낸 채 섬 기슭으로 달려가 젖을 먹인다.” 최명란 시인의 ‘꼬막 캐는 여자의 바다’의 한 대목이다.

 소설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벌교 꼬막을 한 접시 소복하게 밥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했다. 꼬막 산지로 유명한 전남 벌교는 ‘태백산맥’의 배경이기도 하다. 벌교 꼬막이 감치고 쫄깃한 것은 다른 곳에 비해 물이 깊고 뻘이 차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조개류 특유의 달보드레한 맛이 있어 꼬막은 ‘밥도둑’으로 통한다.

 냉기를 머금은 가을바람이 갯벌을 감쌀 때 꼬막은 쫄깃한 맛이 들기 시작한다. 설 무렵이 되면 속이 꽉 찰 정도로 탱탱해지고 알을 품기 직전인 이듬해 3월까지는 맛이 좋다. “바지락과 꼬막은 진달래와 벚꽃이 필 때부터 질 때까지가 가장 맛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껍데기가 단단한 돌조갯과(科) 조개엔 꼬막(참꼬막)ㆍ새꼬막ㆍ피조개가 있다. 셋 중 가장 ‘꼬마’(작은 것)가 꼬막이다. 꼬막의 껍데기엔 17줄 남짓의 깊은 골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새꼬막(32줄)과 피조개(42줄)는 골의 줄이 더 많아 구분하기 어렵지 않다.

 꼬막의 껍데기를 까면 속살이 미어지듯이 가득하다. 살이 푸짐하다고 해서 살조개라고도 한다. 안다미조개라고도 불린다. 안다미는 ‘담은 분량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게’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전라도 지방에선 제사상에 올린다 하여 제사꼬막이라고 했다 (세종실록 지리지ㆍ신증동국여지승람).

 새꼬막은 꼬막(참꼬막)보다 맛이 못하다. 표면에 털이 나 있고 입안에서 쫄깃한 맛 대신 약간 미끄러운 식감이 드는 것도 꼬막과 다른 점이다. 꼬막은 성숙하는 데 4년 이상 걸리나 새꼬막은 2년이면 다 자란다. 당연히 가격은 새꼬막이 훨씬 싸다. 새꼬막은 제사상엔 올리지 않아 개꼬막ㆍ똥꼬막 등 험한 별명이 붙었다.

  영양적으로 꼬막은 저열량ㆍ저지방ㆍ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81㎉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살 100g에 지방이 1.8g, 단백질이 14g, 탄수화물이 1.2g 들어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의 해독 작용을 도우며 눈 건강에 유익한 아미노산인 타우린, 아이 성장에 유익하고 뼈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이 풍부하다는 것도 꼬막의 영양상 장점이다. 노인ㆍ어린이ㆍ임산부에게 권할 만하다. 소화ㆍ흡수가 잘돼 병후 회복 식으로도 그만이다.

 시장에선 껍데기가 깨지지 않고 골의 물결무늬가 고른 것을 고른다. 일반적으로 껍데기가 단단하면서 광택이 있는 것이 신선하다. 맛은 알이 굵을수록 좋다. 입이 벌어진 것은 가급적 사지 않는다. 이미 죽은 꼬막이기 십상이다. 집에서 삶아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면 죽었거나 상한 것이다.

 주로 갯벌에서 채취하므로 가정에선 물을 여러 번 갈아가며 바락바락 비벼 씻은 뒤 소금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해감한다.

‘고양이 꼬막조개 보듯’이란 속담이 있다. 대충 시늉만 내는 것을 의미한다.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꼬막은 고양이에겐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꼬막의 입을 벌리는 데도 요령이 있다. 껍데기째 물에 넣고 적당히 삶거나 데치면 잘 까진다. 이때 덜 삶으면 꼬막의 입을 열기 힘들어진다. 반대로 너무 오래 삶으면 맛이 심심해지고 쫄깃한 맛이 사라진다. 꼬막의 입이 저절로 벌어져 단맛ㆍ감칠맛이 다 빠져나가고 살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꼬막의 ‘미학’은 적당히 삶는 데 있다. 알맞게 삶은 꼬막의 껍데기를 까면 살이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도는 느낌마저 든다. 꼬막이 입을 벌렸을 때 속살에 핏기가 약간 남을 정도로 삶아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에 꼬막은 왕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었다. 전라도 지방의 토산물로 지금도 전남 순천만ㆍ보성만에서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생산된다. 경남 진해ㆍ통영 등에서도 나온다. 중국ㆍ일본인도 즐긴다. 특히 중국에선 아무나 먹기 힘든 값비싼 조개다.

 대표 음식은 꼬막무침이다. 한정식집의 밑반찬으로 자주 나온다. 꼬막을 삶아 한쪽 껍데기를 떼어내고 살 위에 풋고추ㆍ홍고추ㆍ실파ㆍ마늘ㆍ생강ㆍ통깨 등을 얹은 것이다.





최병준 기자 chlqudwns@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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