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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 백신’ ⑭ 술과 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⑭ 술과 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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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잔만 마셔도 ‘알딸딸’ 하다는 당신을 위한 추천 음주법


 -“술에 물을 섞어 마시면 덜 취한다”는 속설도 사실무근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술꾼도 술자리가 잦아지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술을 마실 때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손자병법이 통한다. 자신의 주량을 바로 알아야 건강 음주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그의 수필(‘술꾼 18단계’)에서 술꾼을 18등급으로 분류했다. 술을 아주 못 먹지는 않지만 안 먹는 사람이 최하위인 ‘부주(不酒)’다. 술을 마시긴 하나 음주를 겁내는 사람이 ‘외주(畏酒)’다. 부주ㆍ외주ㆍ민주(憫酒)ㆍ온주(隱酒)까지는 술의 진미를 모르는 사람이다. 이어서 상주(商酒)ㆍ색주(色酒)ㆍ수주(睡酒)ㆍ반주(飯酒)는 어떤 목적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이들은 술의 진체(眞諦)를 모른다. 최고 술꾼의 경지를 ‘폐주(廢酒)’라 했다. 이는 술로 인해 저 세상으로 떠난 사람이다. 시인 본인이 이 경지였다.

 술 실력이 떨어진다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술을 마시는 것 외엔 다른 묘안이 없다. 간이 알코올을 충분히 분해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주 2회 이상의 음주는 절대 삼가야 한다.

 건강 음주를 바란다면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단어가 둘 있다. 취기(醉氣)와 숙취(宿醉)다. 취기는 술에 취해 얼근해진 기운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술은 취할 때까지가 아니라 취기가 느껴지는 시점까지만 마시는 것이 적당한다.

술(알코올)의 독성은 취기가 아니라 마신 술의 양과 정확하게 비례한다. 취하든 취하지 않든 마신 양만큼 몸에 해롭다. 남보다 늦게 취하는 주법(酒法)을 건강 음주법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술에 취하지 않아 넙죽넙죽 받아 마시다 보면 겉은 멀쩡해도 속은 골병이 든다.

 일반적으로 술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안주엔 강하다. 과일 안주는 고기 안주보다 낫다. 과일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안주는 이뇨 효과가 있어 알코올을 체외 배출시키는데 유리하다. 술 안주로 기름진 지방 음식을 먹는 것이 간건강에 이로울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름진 안주는 알코올의 흡수를 느리게 해 천천히 취하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섭취한 알코올은 모두 간에 도달한다.

 숙취는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밀려오는 불청객이다. 주증상은 갈증이 느껴지고 무기력해지며 두통이 생기는 것이다. 속이 쓰리거나 울렁거리기도 한다. 숙취의 주범은 알코올이 아니다. 아세트 알데히드다. 아세트 알데히드는 위 점막을 자극해 숙취를 유발한다. 마신 술은 간에서 알코올→아세트 알데히드→초산→물ㆍ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과정을 거친다. 술이 무해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데 보통 48∼72시간이 걸린다. “음주한 뒤 2, 3일은 술을 멀리 하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음주 전에 식사와 함께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효과적인 숙취 예방법이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도 간간이 물을 마신다. 물배가 차서 술을 덜 마시게 될 뿐아니라 음주 후의 탈수도 예방된다.

 음식과 물로 배를 대충 채운 뒤 술을 마시면 빈속에 마실 때보다 알코올이 몸에 훨씬 적게 흡수된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대부분 위에서 흡수되는데 반해 음식이 찬 상태에서 마시면 알코올이 음식과 함께 소장으로 내려간다. 소장의 알코올 흡수율은 위의 10∼20%다.

 아침에 일어나선 보리차ㆍ생수ㆍ저지방 우유ㆍ채소주스 등 음료를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이런 음료가 간밤에 혹사당한 간세포의 회복을 돕기 때문이다. 사과ㆍ딸기ㆍ감귤ㆍ키위 주스 등을 마시면 음주로 인해 떨어진 혈당까지 올릴 수 있다. 꿀물도 애주가에게 유익한 음료다. 꿀에 든 과당이 혈액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속도를 단축시키고 혈당을 약간 올려줘서다. 녹차도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녹찻잎에 든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돕기 때문이다. 칡차나 칡즙도 숙취를 덜어주는 음료다. 한방에선 칡과 칡꽃을 최고의 숙취 해소제로 친다.

 유자차를 따끈하게 끓여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유자차는 주독(酒毒)을 풀어주며 음주 후 입냄새를 없애준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대량으로 소모되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술에 물ㆍ토닉워터ㆍ탄산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것은 별 소득이 없다. “술에 물을 섞어 마시면 덜 취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소주 반병에 물 반병을 섞어 마시면 소주 한병을 마시는 것보다 알코올 섭취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음주량이 2배로 늘면 말짱 허사다. 술에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면 알코올의 체내 흡수 속도가 빨라진다. 탄산음료가 위를 비우게 해서다.

과음한 다음날 ‘숙취를 푼다’며 한잔 더 마시는 해장술도 숙취를 가중시킨다. 해장술을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며 불쾌감이 줄어들고 몸이 가뿐해진다며 ‘해장술 유용론’을 펴는 술꾼도 있다. 이런 효과는 새로 들어간 알코올이 아세트 알데히드의 해악을 잠시 가려주기 때문으로 일시적이다. 결국 간에서 처리해야 할 알코올의 양이 늘어나게 되므로 간은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해장술은 간을 두번 죽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커피ㆍ홍차 등 카페인 음료도 숙취가 있을 때 되도록 피해야 할 식품이다. 숙취의 대표 증상인 갈증을 심화시킬 수 있어서다.

술 마신 다음날 먹는 해장국은 훌륭한 숙취 해소 음식이다. 특히 콩나물국ㆍ북어국ㆍ조갯국ㆍ미역국ㆍ선지국이 추천된다. 이들 숙취 해소용 해장국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아미노산)과 비타민B군이 풍부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해장국은 자기 전이나 기상 직후 등 빈속에 먹는 것이 원칙이다. 공복에 먹으면 저혈당 위험이 줄어들고 각 세포 내로 포도당이 충분히 공급돼 알코올의 분해가 빨라져서다. 해장국을 끓일 때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는 것은 곤란하다. 자극적인 해장국은 위ㆍ간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드는 맑은 국이 낫다.

술꾼에게 유용한 해장국은 콩나물국이다. 콩나물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이름은 아스파라거스(아스파라긴산 풍부)에서 유래했다. 서양인이 숙취 예방식품으로 아스파라거스 수프를 즐겨 먹는 것은 우리가 콩나물을 찾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과음하고 온 남편을 위해 콩나물국을 끓일 때는 뿌리를 다듬지 말고 국에 넣는 것이 맞다. 뿌리 부분에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다.

 북어국은 생태탕ㆍ황태탕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바싹 말린 명태가 북어다. 덕장에서 명태를 얼렸다 녹였다를 수없이 반복한 것이 황태다. 북어 등 명태엔 함황(含黃)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하다. 메티오닌은 체내에 들어가 항산화 성분인 글루타치온으로 바뀐다. 글루타치온은 알코올로 인해 쌓인 활성산소를 없애 간을 보호한다. 게다가 북어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음주 다음날 아침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조갯국의 숙취 해소 성분은 타우린이다. 타우린도 아미노산의 일종이며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미역국엔 간의 활동을 돕고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하는 글리코겐이 풍부하다. 선짓국엔 콩나물국 보다 철분ㆍ단백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ㆍ해장국 못지 않게 숙취 해소에 유익한 것은 비타민ㆍ미네랄ㆍ과당ㆍ유기산이 풍부한 과일이다. 귤ㆍ감ㆍ사과 등엔 음주로 인해 부족해진 비타민ㆍ미네랄 뿐아니라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과당, 체액의 산성화를 막는 유기산이 들어 있다.

 요즘은 숙취 해소 음료가 여럿 시판중이다. 이런 음료엔 대부분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촉진 성분이나 이뇨 성분 등이 들어 있다. 아스파라긴산ㆍ다이제인(칡뿌리 추출물)ㆍ카르니틴 등이 여기 속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이들 숙취해소 음료는 약이 아니라 기껏해야 건강기능식품이란 것이다. 숙취 해소에 약간의 도움은 될지언정 신약 수준의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나 부작용이 철저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아스파라긴산을 첨가한 숙취 해소 음료보다 자연식품인 콩나물국을 통해 아스파라긴산을 섭취하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전문가가 많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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