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2 13:29 (화)
박태균의 ‘푸드 백신’ (18) 대장암 예방 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18) 대장암 예방 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19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장암 예방 위해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대장 건강 지키는 뮤신 충분히 나오도록 하는 방법



 대장은 길이가 1.5~2m인 소화기관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입→식도→위→소장→대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떠난다. 위는 음식을 보관했다가 약 6시간에 걸쳐 음식을 천천히 소장으로 내려 보낸다. 위 내부 공간은 예상외로 넓어서 다량의 음식이 저장될 수 있다. 단 음식의 종류에 따라 위에서 소장으로의 배출 시간이 달라진다. 고지방 음식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간다. 육식하면 채식을 했을 때에 비해 오래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대부분의 소화는 위가 아니라 소장에서 이뤄진다. 소장에서 소화돼 내려온 하루 약 1500㎖의 소화물을 받아들여 물과 일부 영양소를 흡수한 뒤 그 양을 10분의 1 정도로 줄여 변으로 배출하는 곳이 대장이다. 대장은 맹장ㆍ결장ㆍ직장으로 구성된다. 소화ㆍ흡수되고 남은 음식 찌꺼기가 머무는 곳이다. 여기에 약간의 수분이 더해진 것이 대변이다.

 대장의 다양한 질환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대장암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국내 병원에서 대장암 환자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나라 남성에게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운동량이 줄어든 탓이다. 40세가 넘으면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대장 내시경을 5년에 한번씩 받아보는 것이 좋다.

 대장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ㆍ조기 치료가 최선의 대책이다. 완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장암 초기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배변 횟수가 달라지는 등 배변습관의 변화, 설사ㆍ변비ㆍ배변 후의 잔변감, 선홍색이나 검붉은색 피가 대변에 섞이거나 묻어나오는 혈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복부 불편감, 체중 감소 등 대장암의 주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장암 발생 원인에서 대장암 가족력 등 유전자(DNA)가 차지하는 비율은 5% 안팎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육류ㆍ인스턴트 식품 등 고지방ㆍ고열량 식품을 위주로 한 서구식 식생활과 관련이 있다. 어떤 식품을 즐겨 먹느냐에 따라 대장암 발생 위험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반인이 막연하게 대장암 예방 성분으로 알고 있는 것은 식이섬유(섬유소)이다. 식이섬유를 다량 섭취하는 아프리카인에게 대장암이 희소한 것이 증거로 제시된다. 우리도 식이섬유 섭취량이 충분했던 과거엔 대장암이 희귀암이었다.

 과일ㆍ채소만 먹으면 식이섬유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도정하지 않아 거친 전곡(현미ㆍ통밀ㆍ호밀ㆍ보리 등)ㆍ두부ㆍ해조류(김 등)ㆍ버섯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식이섬유를 보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성인의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은 20∼25g인데 우리는 이에 약간 못미친다.

 식이섬유는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먹으면 장내에서 수분을 다량 흡수해 대변의 부피가 늘어난다. 대변이 부드러워진다. 장의 연동 운동도 활발해진다. 변비 예방에 식이섬유를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식이섬유가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데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다. 의학전문지 란셋(2003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한 그룹이 적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대장선종 발생률이 25% 가량 낮았다. 미국 뉴잉글랜드 의학저널(1999년)엔 이와는 상반된 논문이 게재됐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한 집단과 적게 먹은 집단을 16년간 추적ㆍ조사했는데 두 집단간 대장암 발생률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이섬유를 많이 먹어 대변량이 증가하면 대변내 발암물질이 희석되고, 배변이 촉진돼 대변의 대장내 체류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 ‘식이섬유가 대장암 예방에 유효하다’는 주장의 핵심이다. 식이섬유가 대장암의 예방ㆍ치료에 효과적이란 사실을 입증한 논문이 아직 불충분하다.

 양론이 팽팽하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는 것은 여러 모로 이익이다.

 도정이 덜된 곡류ㆍ채소ㆍ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엔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항산화 성분은 노화ㆍ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준다. 식이섬유의 변비 예방, 혈당ㆍ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효과는 분명하다.

하루에 다섯 종류 이상의 채소ㆍ과일 섭취도 적극 추천한다. 과일ㆍ채소는 의심할 바 없는 대장암 예방 식품이다. 특히 신선한 과일과 생 채소가 대장암 예방에 유익하다는 논문은 다수 나왔다. 신선한 채소ㆍ과일엔 베타 카로틴ㆍ비타민 Cㆍ비타민 E(토코페롤) 등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최근엔 비타민 B군의 일종인 엽산이 대장선종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젊은 사람이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면 유전자(DNA)의 변이를 억제해 대장암이 억제된다. 그러나 이미 유전자가 변이된 고연령층에선 오히려 암을 촉발시킬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대장암의 전(前)단계인 대장 용종(폴립)을 내시경으로 떼낸 뒤 엽산 보충제를 복용한 그룹에서 대장 용종이 오히려 더 많이(엽산 보충제를 먹지 않은 집단 대비) 생겼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장 용종이 있다는 것은 이미 유전자에 변이가 있었음을 뜻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엽산을 섭취한다면 엽산 보충제가 아니라 감귤류ㆍ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를 통해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슘과 비타민 D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환상의 커플’이다. 비타민 D가 뼈의 구성성분인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서다. 이 ‘커플’은 대장암 예방에도 유효하다. 대장 용종을 지닌 환자(842명)에게 매일 칼슘을 1,200㎎씩 제공했더니 이후 4년간 새로운 용종의 출현이 없었다(뉴잉글랜드의학저널 1999년). 또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2007년)은 대장암 환자(179명)의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을 밝혀냈다. 이를 근거로 대장암 예방을 위해 비타민 D를 보충할 것을 권했다.

칼슘은 우유ㆍ요구르트ㆍ치즈 등 유제품, 연어ㆍ고등어ㆍ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 케일ㆍ겨자 등 색이 짙은 채소에 풍부하다. 비타민 D는 연어ㆍ정어리ㆍ비타민 D 강화 우유ㆍ계란 노른자ㆍ닭간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햇볕(자외선)을 받으면 피부에서 생성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되도록 적게 먹어야할 식품은 고기(육류)다. 동물실험에선 육류 섭취가 늘면 대장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서구 등 육식을 즐기는 국가의 대장암 발생률은 채식을 위주로 하는 나라에 비해 분명히 높다. 그 이유는 잘 모른다. 육류의 동물성 지방과 소화효소가 만나면 독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독소가 대장벽을 자극해 대장점막의 손상ㆍ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대장암이 걱정된다면 적색육의 과다 섭취는 금물이다. 적색육은 쇠고기ㆍ돼지고기ㆍ양고기 등 붉고 어두운 색의 고기이다. 생선ㆍ닭 가슴살 등 백색육과는 구분된다. 세계 암연구기금(WCRF)은 조리된 적색육의 섭취를 주당 500g 이하(날고기로는 주당 700g 이하)로 줄이고, 육가공 식품은 되도록 적게 섭취하라고 권장했다.

적색육은 대부분 고지방ㆍ고열량 식품이다. 음식의 종류에 관계없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칼로리)이 많을수록 대장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게다가 적색육은 불에 직접 굽거나 훈제해 먹는다. 이런 과정에서 벤조 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적색육엔 철분이 풍부하다. 철분은 빈혈 환자에겐 유익한 미네랄이지만 암환자에겐 해로울 수 있다. 철분이 유해산소의 생성을 도와 암을 유발하거나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시킬 수 있어서다.

 굳이 육류를 먹어야 한다면 샐러드 등 채소를 반드시 함께 먹는다. 육류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발암물질을 채소에 든 항산화ㆍ항암물질로 ‘중화’시키기 위해서다. 대장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지방은 가급적 적게 섭취해야 한다. 지방이 담즙산의 분비를 증가시켜 대장 점막을 자극해서다. 또 지방은 장내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로 바뀔 수 있다. 특히 트랜스 지방은 곤란하다. 2004년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랜스 지방은 마가린ㆍ쇼트닝 등 경화유, 팝콘ㆍ감자튀김ㆍ도넛 등 튀김 음식에 많이 들어 있다.

 대장암 예방을 돕는 지방도 있다. 고등어ㆍ꽁치ㆍ정어리ㆍ참치 등 등푸른 생선과 아마씨유ㆍ콩기름ㆍ들기름 등 일부 식물성 식용유에 풍부한 ALAㆍ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이다. 유익한 지방이라고 해서 무한정 먹으라는 말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지방도 많이 먹으면 하루 총 섭취 열량을 늘려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물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유용한 대장암 예방법이다. 대장의 점막엔 끈적끈적한 점액이 있다. 점액에 끈기를 부여하는 물질이 뮤신(mucin)이다. 대장암에 걸리면 대장의 점액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장의 건강을 지키는 뮤신과 점액이 충분히 나오도록 하는 방법은 다음 세가지다. 첫째, 물을 충분히 마신다. 점액이 많이 생겨 장이 매끄러워진다. 둘째, 매일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특히 아침 결식을 피한다. 영양이 충분히 공급돼야 뮤신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 아침을 거르면 점심 때까지 장의 기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뮤신 분비량이 감소한다. 셋째,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복근력이 떨어져 배변시 변을 내보내는 대장의 힘이 저하된다. 반면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장운동이 촉진되고 대장에서 뮤신이 잘 돈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저작권 ⓒ ‘당신의 웰빙코치’ 데일리 푸드앤메드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