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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 백신’ (20) 식체 예방 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20) 식체 예방 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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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 음식 먹고 체했을 땐 무


 -한방에선 식혜ㆍ수정과가 ‘소화제’



 설날 등 명절 절식인 떡국ㆍ만두국ㆍ편육ㆍ전유어ㆍ육회ㆍ느름적ㆍ떡찜ㆍ잡채 등은 대부분 고열량 음식이다. 떡국 한그릇의 열량은 600㎉ 정도다. 두 그릇을 먹으면 성인의 한끼 적정 열량(성인 700∼800㎉)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약과는 개당 50㎉, 녹두전 한장은 320㎉, 식혜는 200㎖ 한잔에 150㎉, 쇠고기 산적은 212㎉의 열량을 제공한다. 각종 나물을 넣어 비벼서 맛있게 먹는 나물 비빔밥 한 그릇의 열량도 약 800㎉다.

 보통 걸음으로 30분 걸으면 약 70㎉가 소모된다. 식혜 한잔을 마신 뒤 섭취한 열량을 다 소모하려면 족히 1시간 30분은 걸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겐 설은 음식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시련의 시간이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려면 명절이라고 해서 과식해선 안된다. 일단 식사(밥)량을 반으로 줄인다. 떡국ㆍ만두국ㆍ잡채 등을 먹으면서 밥까지 한 공기 다 먹으면 열량 섭취가 과도해질 수밖에 없다.

 조리할 때 약간만 신경 써도 열량ㆍ지방 섭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잡채 만들 때 채소는 볶지 말고 전자 렌지에 데쳐 먹는다. 전을 데울 때 식용유를 팬에 두루지 말고 전자 렌지를 이용한다. 나물도 기름에 볶지 말고 데쳐서 먹는다. 나물을 볶더라도 식용유에 물을 섞어 볶는다. 구이ㆍ튀김 요리 대신 찜ㆍ조림 요리를 즐긴다. 생선도 되도록 쩌서 식탁에 올린다.

 작은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것도 요령이다. 음식의 양이 많아 보여 금세 숟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열량이 낮은 채소를 듬뿍 넣어 양을 늘린 뒤 조리하는 것도 열량 섭취를 줄이는데 유익하다. 생선은 토막보다 온마리를 상에 올린다. 푸짐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를 쓰면 열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소화불량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과식이다. 음식은 위에서 잘게 분쇄되는데 과식하면 위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제대로 음식을 빻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소화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지방 식품도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튀김ㆍ전 등 기름진 음식은 소화되는 시간이 길고 위식도 역류를 곧잘 유발한다. 평소 소화가 잘 안되는 고지방 음식의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떡국을 먹을 때 겨울철 별미인 동치미를 곁들이면 소화가 잘 된다. 동치미의 주재료인 무에 각종 소화효소가 풍부해서다. 한방에선 밀가루 음식을 먹고 체기를 보이는 사람에게 무를 흔히 처방한다. 부침개ㆍ국수ㆍ수제비 등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무채ㆍ깍두기를 함께 먹는 것은 유용한 식체 예방법이다.

 한방에선 식혜ㆍ수정과도 소화제로 친다. 식혜의 주원료는 엿기름(보리 길금)이다. 한방에선 엿기름을 맥아(麥芽)라 부른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트림이 나오고 식욕이 떨어지며 신물이 나올 때 마시면 속이 시원해진다. 우리 선조는 과식하기 쉬운 명절에 후식으로 식혜를 먹어 비위(脾胃) 기능과 소화를 도왔다. 수정과가 소화에 이로울 것으로 보는 것은 주재료인 계피가 장점막을 자극해 소화를 도와서다.

 명절에 소화 불량으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과식을 피한다. 음식을 많이 장만했더라도 조금씩 상에 올리는 것이 현명하다. 식탁에선 가족ㆍ친지와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는다. 나물 등 채소를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식후엔 바로 눕지 않는다. 식후 1시간 이내엔 운동을 피한다.

 요즘 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엔 식중독 발생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안심할 순 없다. 따뜻한 실내에서 식품을 오래 보관하면 음식이 상할 수 있어서다. 특히 명절음식은 한꺼번에 많이 조리해 오래 두고 먹으므로 상할 위험이 높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오히려 겨울에 절정이다.

 식중독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서 명절을 보내지 않으려면 다음 세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금이라도 이상한 음식은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린다. 둘째, 조리한 음식은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섭취한다. 셋째, 보관이 불가피하면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가열한다. 냉장고를 과신해선 안 된다. 식중독균이나 부패균은 냉장ㆍ냉동 상태에서 증식이 억제될 뿐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식중독의 가장 잦은 증상은 배탈과 설사다. 설사 증상을 보이면 일단 한 끼는 금식한다. 이때 따뜻한 보리차ㆍ꿀물을 마셔 설사로 빠져 나간 수분ㆍ전해질을 보충한다. 설사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죽이나 미음 등 부드러운 음식으로 음식 섭취를 재개한다. 항생제나 지사제는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 지사제를 복용하면 장 속의 세균ㆍ독소가 체외로 배출되지 않아 병이 더 오래 갈 수 있어서다. 어린이가 설사로 탈수 증상을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명절엔 고지방ㆍ고열량 음식을 먹거나 과음하기 쉬운데 상대적으로 운동 등 신체 활동량은 줄어든다. 이는 당뇨병ㆍ고혈압ㆍ동맥경화ㆍ심장병ㆍ신장질환ㆍ간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에겐 화근이 될 수 있다. 평소 식이요법ㆍ운동요법을 잘 실천하던 사람이 명절 때문에 페이스가 흔들리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당뇨병 환자는 떡ㆍ전ㆍ고기ㆍ튀김 음식 등을 과식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지방ㆍ고열량ㆍ고콜레스테롤 음식을 즐겼다가는 혈당 조절에 실패할 수 있어서다. 고탄수화물 식품인 과일ㆍ토란을 많이 먹는 것도 피한다. 특히 토란은 탄수화물이 많으므로 식사량을 줄인 후 먹는다. 과일과 식혜ㆍ수정과도 섭취를 제한한다. 혈당을 빠르게 요동치게 하는 단순당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쌀이 주원료인 떡국을 너무 많이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나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간다. 이는 당뇨병ㆍ고지혈증ㆍ고혈압 환자에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명절엔 평소 복용해온 혈당강하제ㆍ혈압약 등을 더 열심히 챙겨야 한다. 복용 시간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과로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피로가 쌓이면 혈당ㆍ혈압 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갈비ㆍ불고기ㆍ생선구이ㆍ잡채 등 지방ㆍ염분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소량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장병 환자도 지방ㆍ염분 섭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만성 신부전 환자는 저염ㆍ저단백ㆍ소식이 식사의 3대 기본이다. 탕ㆍ국 등 음식의 국물엔 염분이 많이 녹아있다. 국을 먹는다면 건더기 위주로 섭취한다. 고기 산적 등 고단백 식품은 피한다.

심한 만성 신부전 환자는 칼륨 조절도 필요하다. 칼륨이 많이 든 과일을 함부로 먹어선 안된다. 칼슘 함량이 높은 곶감ㆍ김치ㆍ시금치ㆍ삼색전ㆍ대추를 과다 섭취했다간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굳이 과일을 먹는다면 칼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과ㆍ배를 고른다.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겐 고단백 음식이 금기 식품이다. 불고기ㆍ갈비ㆍ생선구이ㆍ산적 등 고단백 식품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에서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가 생성된다. 이는 간성 혼수를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세주불온’(歲酒不溫). ‘설날에 마시는 술은 데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는 다가올 봄에 맑은 정신으로 일하기 위해 설날엔 술을 차게 해서 마셨다. 문제는 찬 술은 데운 술보다 쓴 맛이 적어 과음하기 쉽다는 것이다. 과음을 피하려면 차례상에 올리는 청주는 데워 마신다. 데운 청주는 쓰게 느껴진다. 자연히 음주량이 줄어든다.

 명절에 모처럼 만난 친척ㆍ친구와 술자리를 갖는 것은 불가피하고 즐거운 일이다.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으려면 몇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빈속에 독주(알콜도수가 높은 술)를 마시지 않는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음주하면 위에서 알콜이 빠르게 흡수돼 금세 취하고 속도 많이 상한다.

 술 마시기 한두시간 전에 떡국 한 그룻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방법이다. 떡국은 위벽을 보호한다. 떡국에 든 탄수화물이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 음주량이 줄어든다. 갈비ㆍ산적ㆍ잡채 등 기름진 음식은 술마시 전에 먹는 음식이나 안주감으로 부적당하다. 이런 음식은 술의 성질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차례상에 오르는 조율이시(대추ㆍ밤ㆍ배ㆍ감)는 안주감으로 그만이다. 한방에선 대추를 소화기능을 돕고 비위가 약해서 생기는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재로 친다. 배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안주의 소화를 돕는다. 또 알콜의 분해를 돕고 갈증을 없애준다. 감의 타닌 성분(떫은 맛 성분)은 알콜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갈증을 멎게 한다. 또 이뇨 효과가 있어 알콜의 체외 배출을 돕는다.

 차례상에 오르는 삼색나물도 유효한 술 안주감이다. 한방에선 도라지를 복부 팽만이나 장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막는 약재로 쓴다. 고사리는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약성을 지닌다. 시금치는 술독을 풀어주고 대변이 잘 나오게 한다. 버섯ㆍ생선ㆍ두부도 속을 편하게 해주는 안주감이다.

술을 마신 뒤 갑자기 허기가 느껴지고 음식이 당긴다면 간단히 밥을 먹는 것이 숙취 해소에 유리하다. 술을 마시면 혈당이 떨어지는데, ‘당분을 보충하라’는 신체의 명령이 바로 허기다. 이때 약식 한두개를 먹고 시원한 동치미를 마시면 허기가 사라지고 갈증이 해소된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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