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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 백신’ (34) 암 예방 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34) 암 예방 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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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금치ㆍ포도ㆍ버섯…암 예방 식품 총정리


 -동ㆍ서양에서 인기 높은 항암식품은 마늘ㆍ토마토 



 음식으로 암을 예방한다?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다. 과연 가능할까?

 지난 1971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국립암법을 선포하면서 “5년 안에 암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겠다”며 호언했다. 그후 10년간 25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은 “암과의 전쟁은 국민 기만”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조지 맥거번 상원위원은 “연구비를 잘못 할당한 것이 암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암 치료법 개발에만 연구비를 집중해 더 중요한 암의 예방법 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가 나온 후 미국에선 암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식품과 음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암 발생은 우리의 생활환경과 관련이 있다. 음식과 담배가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5%ㆍ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외의 수많은 의학자ㆍ한의학자ㆍ영양학자ㆍ식품학자ㆍ건강 전문가 등이 저마다 암 예방(항암) 식품을 추천한다. 그 수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계암연구재단도 ‘15대 항암 식품’을 선정했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식품의 면면을 보면 전문가가 왜 채소ㆍ과일 섭취를 강조하는지 이해가 간다. 세계암연구재단 리스트에서 최고의 항암 식품으로 꼽힌 것은 시금치다. 다음은 오렌지ㆍ브로콜리ㆍ마늘과 양파ㆍ파파야ㆍ토마토ㆍ고구마ㆍ포도ㆍ완두ㆍ콩 등의 순서다.

 시금치엔 암 등 성인병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ㆍ비타민 Cㆍ루테인 등이 시금치에 든 항산화 성분이다. 이런 ‘귀여운’ 성분을 충분히 섭취하려면 시금치를 가능한 한 재빨리 조리해야 한다. 비타민 C는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인데다 가열하면 금세 파괴되기 때문이다. 루테인도 오래 조리하면 파괴돼 버린다. 시금치를 조리할 때 콩기름 등 기름을 사용하면 지용성인 베타카로틴ㆍ루테인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서양에서 가장 인기 높은 항암식품은 브로콜리ㆍ레드 와인ㆍ블루베리다.

 브로콜리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마늘과 함께 최고의 항암식품으로 선정해 주가가 더 올라갔다. 브로콜리의 항암성분은 인돌-3-카비놀ㆍ설포라판ㆍ식이섬유 등이다. 2003년 미국암협회지엔 브로콜리의 인돌-3-카비놀이 전립선암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논문이 실렸다. 미국영양학회지엔 브로콜리의 설포라판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막아준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폐암ㆍ대장암 예방을 돕는다는 연구논문도 나왔다. 애연가나 육식주의자에게 브로콜리가 추천되는 것은 그래서다. 컬리플라워ㆍ양배추ㆍ순무ㆍ케일ㆍ냉이 등이 항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이들이 브로콜리와 같은 십자화과(양배추과) 채소여서다.

 레드 와인(적포도주)은 암 예방 뿐 아니라 심장병ㆍ노화 억제에도 효과적인 술로 통한다. 레스베라트롤이란 항암 성분이자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의 성분이다. 레드 와인 대신 포도를 먹거나 포도주스를 마셔도 효과는 비슷하다. 레드 와인이 웰빙주라고 해서 하루에 2잔 이상 마시는 것은 안 된다. 과음하면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간에 부담을 주며 유방암ㆍ간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서양에선 딸기(스트로베리)의 사촌인 블루베리ㆍ라즈베리ㆍ크랜베리ㆍ블랙베리ㆍ브라질 아사이베리 등의 항암 효과가 집중 연구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연구진은 ‘베리 형제들’ 가운데 야생 블루베리의 항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블루베리에 든 안토시아닌(항산화성분의 일종, 블랙 푸드의 껍질 성분)은 세포에 유해산소가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검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블랙베리에도 들어 있다. 크랜베리엔 안토시아닌 외에 녹차의 항암성분인 카테킨까지 들어 있다. 브라질 아사이베리는 사람의 백혈병(혈액암의 일종) 세포를 죽이는 것이 확인됐다.

 동양인이 즐겨먹는 대표 항암식품은 녹차ㆍ버섯ㆍ콩이다.

 녹차의 항암 효과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다. 녹차 산지인 일본 나카가와네 지역의 위암 사망률이 일본 전체 평균의 5분에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계기였다. 이 지역 주민의 녹차 하루 소비량은 5∼10잔으로 일본 전국 평균의 5배에 달했다.

 녹차의 항암 성분으론 카테킨이 지목되고 있다. 녹차엔 떫은 맛 성분이면서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 10∼18%나 들어 있다. 카테킨은 발암물질이 유전자(DNA)를 손상시키는 단계부터 차단한다. 또 발암물질인 벤조피렌ㆍ아플라톡신 등이 사람의 정상 유전자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카테킨은 이미 손상된 유전자의 회복을 돕고 암세포가 신생혈관을 만들면서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도 억제한다. 이를 주성분으로 한 항암제도 개발 중이다.

 항암 효과를 기대하려면 녹차를 하루 5∼10잔, 녹차 잎으론 매일 6g을 먹어야 한다. 잎은 잘게 썰어 밥이나 반찬에 뿌려 먹으면 된다.

 버섯의 항암 성분은 베타글루칸이다. 수용성(물에 녹는) 다당류다. 우리나라에선 혈관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본에선 항암성분으로 더 유명하다.

 베타글루칸은 열을 가해도 잘 파괴되지 않으므로 가열ㆍ조리해 먹어도 상관없다. 수용성인 베타카로틴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버섯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침이 더 많이 분비). 버섯 불린 물ㆍ버섯 조림 국물도 버리지 말고 잘 챙겨 먹는다.

 일본시험분석센터 자료에 따르면 베타글루칸 함량이 가장 높은 버섯은 꽃송이버섯(100g당 43.6g)이다. 잎새ㆍ영지ㆍ느타리ㆍ송이ㆍ아가리쿠스 등도 베타글루칸이 풍부한 버섯에 속한다.

 콩의 항암성분은 아이소플라본과 사포닌이다. 특히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해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아이소플라본은 유방암ㆍ대장암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아이소플라본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등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덜어주는 데도 유용하다. 항암 효과를 얻으려면 콩조림ㆍ된장국ㆍ청국장ㆍ두부ㆍ두유 등 콩이 든 음식을 최소한 매주 2∼4회는 먹어야 한다. 조직이 단단한 콩보다 두부ㆍ청국장ㆍ된장 등이 소화ㆍ흡수가 더 잘 된다.

 동ㆍ서양인이 함께 즐기는 항암식품으론 마늘ㆍ토마토를 들 수 있다.

 마늘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비문에 ‘스태미나 식품’으로 기록돼 있다. 피라미드를 쌓기 위해 동원된 노예 등에게 마늘을 먹여 체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러나 요즘은 항암식품으로 더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실시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1.5㎏씩 마늘을 먹는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은 거의 안 먹는 사람에 비해 50%나 낮았다.

 ‘타임’지가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마늘은 양ㆍ한방 모두에서 항암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논 마늘보다는 밭 마늘의 항암 효과가 우수하다. 마늘의 항암성분은 황화 아릴류와 S-아릴 시스테인이다. 이 두 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하려면 마늘에 기름을 넣고 볶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고온에서 조리하면 항암성분이 분해될 수 있으므로 빻은 마늘을 100도 이하에서 1~2분가량 볶는다. 마늘을 소주에 담가 놓으면 수용성인 S-아릴 시스테인이 빠져나온다.

 생마늘은 자극성이 강하므로 하루 한쪽, 익힌 마늘은 하루 두세 쪽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한다.

 NCI(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마늘이 위암ㆍ위궤양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의 증식을 억제한다고 한다.

 토마토의 항암ㆍ항산화 성분은 라이코펜이다. 라이코펜의 항암능력은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미국 남성은 토마토를 전립선암 예방 식품으로 간주한다. 토마토를 올리브유 등 기름에 살짝 볶아서 먹으면 지용성인 라이코펜의 흡수가 촉진된다.

 지금까지 열거한 항암식품의 공통점은 채소 아니면 과일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5 a day’ 운동(하루에 5접시의 채소나 과일 섭취하기)을 벌이는 것은 그래서다.

 채소ㆍ과일엔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알려진 베타카로틴ㆍ비타민 Cㆍ비타민 E가 풍부하다. 항산화 비타민은 노화와 암의 원인인 유해 산소를 없애준다. 식이섬유도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하고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현미ㆍ보리ㆍ통밀 등 거친 음식, 채소, 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먹으면 요즘 국내에서 환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암 발생에 기여하는 식품도 있다. 세계 암연구기금(WCRF)과 미국 암연구기금(AICR)은 1960년 이후 전세계에서 진행된 7000가지의 암 관련 연구를 분석한 뒤 비만ㆍ적색육ㆍ알코올ㆍ소금ㆍ설탕ㆍ영양 보충제 등이 암 발생에 크게 기여한다고 발표했다.

 암 발생에 있어서 비만의 기여도는 흡연과 맞먹을 정도다. 비만한 사람은 몸 안에 지방세포를 많이 지니고 있다. 지방 세포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때 복부 주변의 지방에 의해 체내에서 성장호르몬이 과다 생성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비만으로 인해 생기기 쉬운 암으론 식도암ㆍ췌장암ㆍ대장암ㆍ자궁내막암ㆍ신장암ㆍ폐경 이후의 유방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만이 유방암ㆍ대장암ㆍ자궁내막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다. 비만한 남성이 전립선암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나왔다.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다이어트ㆍ운동 등을 통해 체중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되 체질량 지수(BMI) 18.5 이하의 저체중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WCRF의 권고다.

 고지방 식품을 즐겨 먹는 것도 유방암ㆍ대장암ㆍ전립선암ㆍ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런 암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30% 이상을 지방을 통해 얻는 서구인에게 흔하다. 하루 섭취하는 지방이 총 열량의 2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색육(쇠고기ㆍ돼지고기ㆍ양고기 등)과 육 가공식품(햄ㆍ베이컨ㆍ살라미ㆍ소시지 등)도 암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식품을 과다 섭취하면 특히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육류 섭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뉴질랜드인은 대장암에 잘 걸린다. 육류를 거의 먹지 않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인에게 대장암은 희귀 암이다.

 조리된 적색육의 섭취를 주당 500g 이하(날고기로는 주당 700g 이하)로 줄이고 육 가공식품은 되도록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탄 부위를 떼어 내고 먹어야 한다. 숯불에 굽거나 가열로 검게 탄 식품에는 벤조피렌 등 강력한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서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가 유방암ㆍ대장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암 예방을 위해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내로 음주량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맥주를 기준으로 하면 남성은 하루 800㎖, 여성은 500㎖ 가량이다. 음주와 암의 관계에선 알코올의 양이 중요하며, 술의 종류와는 무관하다. 웰빙술로 통하는 레드와인도 과다 섭취하면 암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매일 한 잔의 음주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11% 높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방암 가족력이나 위험 요인이 있는 여성은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다한 소금 섭취는 위암을 부를 수 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 1위의 암이다. 너무 짠 음식이나 소금에 절인 염장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암 발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 실험에서도 과다한 소금 섭취가 위암의 ‘예고탄’인 위축성 위염의 발생률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젓갈 등 염장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이 위암에 잘 걸린다는 역학 조사 결과도 나왔다. 동아시아ㆍ북유럽ㆍ서유럽 등 음식을 짜게 먹는 나라의 위암 발생률이 미국보다 2~3배 높다. 고혈압 뿐 아니라 암 예방을 위해서도 소금을 하루 6g 이하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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