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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 백신’ (37) 식중독 예방식품
박태균의 ‘푸드 백신’ (37) 식중독 예방식품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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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밥집에서 떫고 진하게 우려낸 녹차를 올리는 이유


 - 생강의 진저론과 쇼가올은 향기성분이자 항균 성분 



 식중독균은 고온다습한 날씨를 좋아한다. 장마철엔 습도가 80%, 기온이 25도를 오르내린다. 장마철엔 대개 식중독 등 전염성 질환 주의보가 내려진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날 음식보다 충분히 익힌 요리를 먹고, 일단 만든 음식은 오래두지 말고 신속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기나 조리기구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복통ㆍ구토ㆍ설사 등 식중독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항생제나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증상이 심해져 고열ㆍ혈변ㆍ탈수 증세가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탈수를 막으려면 보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씩 타서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식중독 예방법은 음식에 든 식중독균을 죽이는 것이다. 음식을 충분히 익히거나 끓으면 이 목적은 달성된다. 식중독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김치ㆍ채소ㆍ과일ㆍ생선회 등 열을 가할 수 없는 식품도 많다. 이런 식품은 항균(抗菌)식품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차선이다.

 특정 식품이 세균을 죽이는 능력이 있다면 ‘항균성(抗菌性)이 있다’ 또는 ‘살균력(殺菌力)이 있다’고 흔히 표현한다. 노로 바이러스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식품에 대해서는 ‘항(抗)바이러스성이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항균식품으론 녹차ㆍ생강ㆍ마늘ㆍ양파ㆍ고추냉이ㆍ식초ㆍ마요네즈 등이 꼽힌다.

 일본에서 녹차가 병원성 대장균 O-157균을 죽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녹차 추출물이 살모넬라균ㆍ비브리오균 등 식중독균을 죽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차의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 항균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횟집이나 초밥 집에서 떫고 진하게 우려낸 녹차를 올리는 것은 그래서다.

 상하기 쉬운 생선과 어패류는 냉장고에 넣기 전에 녹차 물에 담갔다 꺼내는 것이 좋다. 생선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될 뿐 아니라 비린내도 줄어든다. 칼ㆍ도마 등 조리 도구를 녹차 물에 넣어 소독하는 것도 유익하다.

 생선회와 함께 식탁에 오르는 고추냉이(일본 이름 와사비)도 항균 식품이다. 생선회를 먹을 때 고추냉이를 곁들이는 것은 생선 비린내를 없애고 비브리오균 등 식중독균을 죽이기 위해서다. 육류에 고추냉이를 넣고 요리하면 고기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고추냉이를 넣은 샌드위치가 덜 상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고추냉이의 매운 맛 성분인 아릴 이소시아네이트가 항균 효과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생강도 생선회ㆍ초밥에 흔히 곁들이는 향신료다. 항균성ㆍ살균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생강의 향기성분인 진저론과 쇼가올은 장염 비브리오균ㆍ살모넬라균 등 식중독균은 물론 콜레라균ㆍ이질균 등 경구 전염병균까지 죽일 수 있다. 민간에선 이질 환자에게 생강즙과 꿀을 물에 타서 마시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쉽게 상하는 고등어 등 등 푸른 생선을 회로 먹을 때 생강을 갈아서 뿌린다.

 마늘도 항균 효과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채소다. 1721년 프랑스에서 흑사병이 유행했을 당시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시체 치우는 일에 동원된 4명의 범죄자는 흑사병에 걸리지 않았다. 이들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마늘이 함유된 포도주를 마셨다. 이 술은 아직도 프랑스에서 판매중이다.

 나중에 마늘의 매운 맛 성분인 알리신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민간에서는 세균성 이질ㆍ콜레라ㆍ장티푸스 환자에게 마늘 즙을 제공했다. 슈바이처박사가 아프리카에서 이질 특효약으로 사용한 것도 마늘이었다. 마요네즈를 치킨 샐러드 등에 뿌리면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균의 증식이 억제된다. 마요네즈에 식초 등 산성 성분이 들어 있어서다.

 식중독균과 사람의 닮은 점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균은 비록 미물이지만 사람과 닮은 점이 예상 외로 많기 때문이다.

 첫째, 20도 가량의 온도를 좋아한다. 이 온도에서 사람은 가장 활기차게 생활한다. 식중독균은 가장 빠르게 증식한다. 기온이 63도 이상 올라가면 생존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식중독균도 63도 이상 가열하면 죽거나(세균) 활성을 잃는다(바이러스). 열에 유독 강한 황색 포도상구균 정도가 살아남는다.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물을 끓여 마시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래서다.

 둘째, 물 없으면 못산다. 사람이 물을 적게 마시면 탈수가 오듯이 식중독균도 습도가 낮은 환경을 못 견뎌한다. 식품을 건조시키면 식중독균이 맥을 못추는 이유이다. 손ㆍ주방기구ㆍ조리대를 깨끗이 닦은 뒤 잘 말리면 식중독균이 수분 부족으로 죽는다.

 셋째, 추위를 싫어한다. 사람들은 북극이나 남극에 가면 온몸을 감싸고 움츠려 지낸다. 식중독균도 냉장고 안에 들어가면 증식을 하지 못한다. 식품 라벨에 유통기한과 함께 표시된 식품의 보관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식품을 냉장ㆍ냉동 보관하면 식중독균의 증식은 멈추지만 가열할 때와는 달리 식중독균이 죽지는 않는다.

 넷째, 먹이가 있어야 산다. 특히 식중독균은 우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좋아한다. 여름에 먹다 남은 식품은 아까워도 폐기하라고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식중독균과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세균의 생존법인 ‘FATTOM’에 대입해 보자. 식중독의 주범인 세균은 ‘FATTOM’이란 ‘6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생존하고 증식한다. 여기서 F는 Food(음식), A는 Acidity(산도), T는 Temperature(온도), T는 Time(시간), O는 Oxygen(산소), M은 Moisture(수분, 물)를 뜻한다. 세균도 적당한 먹을거리(주로 단백질 식품)ㆍ중성 환경ㆍ살기에 적당한 온도(5∼60도)ㆍ증식할 시간ㆍ산소의 유무ㆍ물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6가지 가운데서 적당한 A(산도)와 M(수분)과 T(온도)가 있어야 생존하는 것은 사람이나 세균이나 다를 바 없다.

 F(음식)에 있어서는 사람과 세균이 다르다. 사람은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 음식을 모두 섭취한다. 세균은 단백질 식품, 곰팡이는 탄수화물 식품을 선호한다. 세균에 의한 식중독이 고기ㆍ우유 등 단백질 식품에서, 곰팡이 오염이 쌀ㆍ옥수수ㆍ사과 등 탄수화물 식품에서 빈번한 것은 그래서다.

 T(시간, 증식 시간)도 사람과 세균이 큰 차이를 보인다. 사람은 2세를 갖는데 대개 2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세균은 10분이면 족하다.

  사람과 세균이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O(산소)다. 사람은 산소가 없으면 호흡곤란으로 얼마 못가 숨진다. 세균은 산소가 있는 환경을 좋아하는 것(호기성 세균)과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혐기성 세균)으로 나눌 수 있다. 만일 통조림ㆍ소시지ㆍ햄ㆍ생식 제품ㆍ진공포장 식품 등 공기가 없거나 희박한 식품을 먹은 뒤 식중독에 걸렸다면 십중팔구는 원인균이 혐기성 세균이다. 곰팡이는 산소가 있는 곳에서만 생존하는 호기성 미생물이다. 사과의 표면에 곰팡이가 피는 것은 공기에 노출된 부위이기 때문이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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