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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몰라도 고추장은 한국이 원산지
고추는 몰라도 고추장은 한국이 원산지
  • 푸드앤메드
  • 승인 2019.02.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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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가 즐겨 유명해진 순창 고추장


-고추장의 붉은색과 검은색은 고추의 종류 차이



장(醬)은 한식의 기둥이다. 반찬ㆍ국ㆍ찌개에 들어가 깊고 소박한 한식의 맛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장을 사용한 우리 전통 음식이 된장ㆍ간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추장ㆍ청국장이 “나도 있소”라며 서운해 한다.

 ‘상추쌈에 고추장이 빠질까’, ‘고추장이 밥보다 많다’, ‘고추장 단지가 열둘이라도 서방님 비위를 못 맞춘다’, ‘의젓잖은 며느리가 사흘 만에 고추장 세 바랭이 먹는다’ 같은 속담에서 보듯이 고추장은 우리 조상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음식이다.

  고추장 하면 ‘순창 고추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콩을 덜 쓰고 여름에 메주를 쒀 겨울에 담그는 것이 순창 고추장의 특징이다. 순창 고추장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즐겼던 음식으로 통한다. 한양에 도읍을 정한 태조는 궁궐터를 두고 고심하다가 마침 순창 부근 만일사에 있던 무학대사를 찾아간다. 이때 우연히 농가에 들러 고추장의 전신으로 여겨지는 초시와 함께 점심을 들었다. 그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순창 현감에게 진상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순창 고추장의 유래다. 고추는 조선 중기인 임진왜란 이후에 한반도에 들어왔는데 순창 고추장의 역사는 그보다 더 이전이다.

 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로 알려졌지만 고추장은 우리 선조가 처음 만든 음식이다. 한국인의 밥상에 고추장이 처음 오른 것은 17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고추장은 콩단백질의 분해로 생성된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 전분 분해로 생성된 당분의 단맛, 소금의 짠맛,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잘 어우러진 발효식품이다.

 조선 영조 때의 유학자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1766년)엔 “만초장은 메주가루 1말에 고춧가루 3홉, 찹쌀가루 1되를 좋은 간장으로 개어 담근다”고 기술돼 있다.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 이씨가 쓴‘규합총서’(1809년, 여성생활백과)엔 “콩 1말과 쌀 2되, 고춧가루 5∼7홉을 넣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고춧가루의 양이 점차 늘어난 셈이다.

 고추장을 담그려면 메주가루ㆍ고춧가루ㆍ엿기름가루ㆍ소금이 필요하다. 메주가루는 대개 콩에 찹쌀ㆍ멥쌀ㆍ밀가루ㆍ보리 등 전분질 곡물을 20%가량 섞어 만든다. 된장보다 전분 함량이 높은 것은 그래서다. 엿기름가루는 겉보리의 싹을 길러 말린 뒤 가루로 만든 것이다. 엿기름은 고추장을 빨리 숙성시키는 일종의 당화(糖化) 효소 역할을 한다. 천안보리고추장은 엿기름을 쓰지 않는다. 고춧가루는 고추장에 맵고 칼칼한 맛을 준다. 붉은 색과 검은 색 고추장이 있는데 이는 고추의 종류 차이다. 햇볕에 말려 밝은 붉은 색을 내는 태양초 가루를 쓰면 붉은 고추장, 열로 쪄서 건조기로 말린 검붉은색 화건초 가루를 사용하면 검은 색 고추장이 된다.

 부재료로 고추장에 술(소주)이나 매실청을 넣기도 한다. 대개 부패를 막고 농도를 맞춰 주기 위해서다.

 고추장은 음식에 감칠맛을 더한다. 맵지만 자꾸 먹도록 하는 ‘밥 도둑’이다.

 고추장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고추의 든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지방을 연소시키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다이어트 식품이다. 고추장의 주재료인 고추에 풍부한 떫은맛 성분인 캡사이신 덕분이다.

 캡사이신은 지방세포에 직접 작용해 지방 생성을 억제하고 지방의 분해를 증가시킨다. 고추가 든 김치가 일본에서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를 끈 것도 캡사이신이 풍부해서다. 일본에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식사 뒤 고춧가루를 소량 먹는 것이 붐을 이뤘다. 고지방 식사를 한 쥐에게 고추장을 먹였더니 쥐의 체지방이 감소되고 체중이 줄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캡사이신은 혈액 순환도 돕는다.

 고추를 먹으면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은 캡사이신이 모세혈관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는 ‘고추와 함께’가 좋다. 혈전(피 찌꺼기) 예방에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 가운데 혈전 환자가 드물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중한 성분인 캡사이신은 고추의 껍질에도 들어 있지만 대부분은 태좌(胎座, 씨가 붙는 부위)에 몰려 있다. “고추를 다듬을 때 태좌를 버리지 말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풋고추보다는 빨갛게 익기 직전의 고추에 캡사이신이 더 많다.

 시판 고추장은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장독에 넣어 뒀다면 고추장 윗부분을 숟가락으로 잘 비벼주면서 매일 관리해줘야 한다. 만약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었다면 그 부분만 걷어준다.





고민희 기자 kkmmhh@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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