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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주의 맛ㆍ향을 더 높이는 비결 있다
담금주의 맛ㆍ향을 더 높이는 비결 있다
  • 문현아
  • 승인 2019.03.14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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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ㆍ약초ㆍ식용꽃 등 천연재료만 이용

-담금주에선 갓 피었거나 반쯤 핀 꽃잎 사용

 

혼술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직접 만들어 마시는 수제맥주 일명 ‘홈브루잉’이 자리 잡은 지는 꽤 오래됐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선 담금주도 유행이다. 딸기 등 과일이나 장미 등 재료를 담금주에 넣고 4주 정도 있으면 자신이 직접 만든 독특한 술이 완성된다.

매실주ㆍ복분자술ㆍ약술 등 담금주(담금술)의 가짓수는 원료인 과일ㆍ약초ㆍ식용 꽃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인삼주ㆍ더덕주ㆍ하수오주ㆍ장뇌삼주ㆍ상황버섯주ㆍ 머루주 등도 여기 속한다.  

 ‘약술’로 인식되던 담금주는 젊은 세대, 특히 여성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담금주는 별도의 가공처리나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과일ㆍ약초ㆍ식용꽃 등 천연재료만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엔 집에서 과일주를 많이 만든다. 과일로 담금주를 만들 때는 제철의 신선할 과일을 고른다. 신선하고 맛ㆍ향이 좋은 과일을 골라야만 담금주의 맛ㆍ향이 좋고 효능도 뛰어나다. 여름엔 대개 매실ㆍ앵두ㆍ복분자ㆍ살구ㆍ포도 등이 담금주의 원료로 쓰인다. 오미자ㆍ인삼은 사계절 모두 술로 담글 수 있다. 배ㆍ모과는 가을이 제철이다.

 담금주용 과일은 너무 무르지 않고 단단하며 상처가 없어야 한다. 곰팡이가 피지 않은 신선한 과일을 고른다. 너무 익은 과일은 담금주를 혼탁하게 할 수도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시거나 약간 덜 익은 과일을 사용하는 것이 담금주의 맛ㆍ향을 더 높이는 비결이다.  

 여름 담금주의 대표는 매실주다. 매실엔 사과산ㆍ구연산ㆍ호박산 등 유기산이 들어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매실을 담금주로 만들어 마시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위장의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매실주는 익기 직전의 단단한 청매(靑梅)를 이용해 담근다. 과육이 손상되지 않은 신선한 매실을 사용해야 한다. 매실은 신맛이 강하므로 청매 800g에 설탕 130g을 첨가하는 게 좋다. 매실주는 오래 숙성시킬수록 향이 깊어진다.

 매실주를 담글 때는 매실의 씨가 알코올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매실의 씨와 알코올이 반응해 유해물질인 에틸 카바메이트가 소량 생성될 수 있어서다. 가정에서 매실주를 담글 때는 씨를 빼는 것도 더 안전하다. 담근 지 100일 안에 술에서 매실을 꺼내는 것이 좋다. 

 새콤한 맛을 주는 유기산과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된 복분자도 매실주와 효능이 비슷하다. 복분자 500g과 설탕 80g을 담금용 소주(1.8ℓ)와 함께 넣어 밀봉 후 서늘한 곳에 2개월쯤 보관하면 복분자술이 완성된다. 설탕을 넣는 것은 산딸기 특유의 신맛을 중화하기 위해서다. 2개월이 지나면 복분자를 건져내고 거즈나 고운 채로 걸러낸 뒤 2개월을 더 숙성시키면 마실 수 있다.

 포도는 암 예방과 피부 미용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 자양강장제로 쓰이는 오미자는 기침ㆍ가래에 좋다.

 과일 등 재료와 용기(병) 준비가 끝났으면 적당한 담금 소주를 골라야 한다. 담금술을 담글 때 과일ㆍ약초 성분을 추출하려면 알코올 도수 25% 이상의 술을 사용해야 한다. 과일 자체에 수분이 많아 술을 담그면 알코올이 희석돼 도수가 20% 정도로 내려간다.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이 원료라면 담금 소주의 도수는 30∼35%가 적당하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것은 도수가 35%인 소주다. 

 최근엔 과당ㆍ올리고당이 포함돼 웰빙 성분 추출에 효과적인 담금 전용 술이 시판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30%인 소주로 담금주를 만든다면 술을 과일의 세 배를 붓는 것이 적당하다.  

 무조건 독한 술로 담가야만 담금주의 효과(웰빙 성분 추출)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알코올 도수보다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오래 개봉하지 않고 숙성시켰느냐가 더 중요하다. 너무 독한 술로 담그면 자칫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몸에 이로운 약초로 담근 술이라 하더라도 술은 술이다. 도수가 35%보다 낮은 술을 이용해서도 훌륭한 담금주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담금주를 만들어 저장하는 도중 과일 등 원료에 함유된 수분이 용출돼 알코올 농도가 점차 낮아진다. 알코올 도수가 너무 낮아지면 곰팡이 발생 등 미생물 오염이나 산패가 일어날 수 있다.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을 원료로 해 담금주를 만든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도수의 술을 사용해야 변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과실로 만든 담금주는 숙성까지 보통 2∼3개월이 소요된다. 용기 표면에 재료명ㆍ제조일자 등을 적어놓으면 마시거나 여과하는 시기를 알 수 있어 편리하다. 담근 지 3년이 지나면 깊은 맛과 향이 우러난다. 

 담금주는 산소와 햇빛에 의해 색과 향이 퇴색된다. 용기에 원료와 술을 최대한 많이 채우고 용기를 밀봉한 후 직사광선을 피해 15∼20도의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우리가 먹는 과일 등 식물은 대부분 담금주의 원료가 될 수 있지만 담금주 원료로 권장되지 않는 것도 있다. 백선피ㆍ만병초ㆍ초오 등 식용이 금지된 식물로 담금주를 만들어선 안 된다. 백선피로 만든 봉삼주ㆍ봉황삼주는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진달래과 식물인 만병초는 잎 뒷면에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으면 위험하다. 구토ㆍ메스꺼움ㆍ마비 증세를 보이는 그레야노톡신이란 독소가 들어 있어서다. 연말 모임에서 만병초 담금주를 마신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 6명이 구토ㆍ마비 증세를 보여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투구꽃의 뿌리로 알려져 있는 초오엔 아코니틴ㆍ메스아코니틴이란 독소가 함유돼 있다. 중독되면 비틀거림ㆍ두통ㆍ현기증ㆍ복통ㆍ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담금주의 원료로 사용해선 절대 안 되는 식물 중엔 과거 민간요법에서 ‘용한 약’(특정 질병의 치료 효능)으로 통한 것이 여럿 있다. 만병초도 ‘만 가지 병을 고치는 풀’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삼ㆍ산삼ㆍ더덕ㆍ도라지ㆍ당귀 등을 담금주의 원료로 쓸 때도 무작정 안심해선 안 된다. 오랫동안 식용으로 사용한 근거가 있고 식용 목적으로 채취한 것만 골라 써야 한다.

 담금주에 널리 사용되는 식용 꽃은 진달래ㆍ매화ㆍ아카시아 꽃ㆍ국화꽃 등이다. 갓 피었거나 반쯤 핀 꽃잎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담금주의 재료로 쓰려는 식물의 식용 가능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담금주 제조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식용 가능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www.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별 식품의 독성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www.nifds. go.kr)에 공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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