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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ㆍ정신과ㆍ소화기 환자에겐  플라시보가 '특효약'
암ㆍ정신과ㆍ소화기 환자에겐  플라시보가 '특효약'
  • 박태균
  • 승인 2019.03.1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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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대신 플라시보 제공하는 것은 금물 

-플라시보는 꾀병 감별ㆍ약효 판정에도 유용

 

플라시보(placebo)를 아시나요?

덴마크ㆍ이스라엘ㆍ영국ㆍ스웨덴ㆍ뉴질랜드 의사의 절반 가까이가 플라시보를 처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에도 플라시보를 처방하는 의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시보에 대한 두가지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불필요한 약 복용을 줄여준다는 긍정론과 환자를 속이는 행위로 의료 윤리에 반한다는 부정론이다. 

플라시보는 ‘내가 기쁘게 해주겠다’(I will please)란 뜻의 라틴어다.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약을 의사가 ‘특효약’이라면서 환자에게 주면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플라시보를 복용한 환자의 0∼21%가 통증 완화, 8∼27%가 입맛 개선, 7∼17%가 체중 증가, 6∼14%가 활동 배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플라시보(가짜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한 우울증 환자의 30∼40%가 ‘증세가 나아졌다’고 응답한 연구결과도 있다. 

 환자가 의사에 대한 신뢰가 깊고 약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수록 플라시보 효과가 크다. 통증을 호소하는 암환자에게 이따금씩 마약성 진통제 대신 플라시보(생리 식염수)를 주사하면 통증 완화와 마약 투여 감소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타낸다. 

국내에선 외래 환자에겐 플라시보가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 의사가 처방전에 플라시보를 명기할 수 없어서다. 

 주로 입원 환자에게 사용된다. 특히 암ㆍ정신과ㆍ소화기 질환 병동에서 활용도가 높다. 플라시보를 사용하면 몸안에서 ‘천연의 진통제’인 엔돌핀이 분비돼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불안ㆍ우울 등 정신질환, 만성 통증, 고혈압 등 만성 질환에도 플라시보가 가끔 처방된다. 가슴이 빨리 뛰거나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혈압이 높아 뒷머리가 당긴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도 간혹 쓰인다. ADHD 환아에게 사용되기도 한다.  

 플라시보가 전혀 효과가 없는 질환도 많다. 염증성 질환이 대표적이다. 항생제 대신 플라시보를 제공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은 플라시보가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는 것 외에 꾀병 감별ㆍ사이비 환자 식별ㆍ약효 판정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신약 임상연구를 할 때 플라시보는 없어선 안될 존재다. 진짜 신약과 플라시보를 각기 다른 환자에게 먹인 뒤 신약의 효과에서 플라시보의 효과를 뺀 부분만을 실제 약의 효과로 인정하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를 높이려면 플라시보가 진짜약과 꼭 닮아야 한다. 플라시보는 심리적인 치료제인 만큼 약의 색깔ㆍ크기 등이 약효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약이 검거나 붉으면 ‘약효가 강력한 것’으로, 희면 ‘약효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느낀다. 진짜약의 가격도 플라시보의 약효에 영향을 준다. JAMA(미국의학협회지)엔 통증 환자 82명에게 한알당 2.5달러나 하는 새 진통제와 10센트짜리 약을 둘다 플라시보로 처방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여기서 비싼 약을 먹은 사람은 85%가 통증이 완화됐다고 답변한데 반해 싼 약을 복용한 사람은 61%만이 만족을 나타냈다.

미국에선 플라시보 전문약까지 등장했다. 이 약의 이름은 플라시보(placebo)의 철자를 역으로 쓴 ‘오베칼프’(Obecalp)다. 플라시보로 사용되는 것은 인체에 무해한 것이다. 설탕ㆍ유당ㆍ녹말 등을 원료로 해서 만든 알약이나 비타민 등이 진짜 알약 대신 사용된다. 주사약을 대신해선 증류수나 생리 식염수가 플라시보로 쓰이기도 한다. ‘엄마손은 약손’이 훌륭한 플라시보다. 어린이 복통의 90%는 원인을 잘 모른다. 엄마가 손으로 아이의 배를 문질러주면 실제로 복통 증상이 사라진다.

 잠을 잘 못드는 자녀에게 “소화제나 비타민을 주면서 따뜻한 물과 함께 먹으면 잘 잘 수 있다”고 전하면 플라시보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그리 크지 않은 상처가 있을 때 1회용 반창고(밴드)만 붙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플라시보 활용법이다. 

 응급상황에서 플라시보를 먹이는 것은 정신과 환자를 제외하곤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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