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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약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 박태균
  • 승인 2019.04.1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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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도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살펴 복용해야 한다

-개봉하지 않은 약은 대개 제조 뒤 2∼3년까지 사용 가능  

- 제조 뒤 사용하지 않은 불용약이 전체의 20% 

 

약도 식품처럼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개봉하지 않은 약은 대개 제조 뒤 2∼3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이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약의 생명인 약효를 보장받지 못한다. 

 병ㆍ의원에서 처방받아 약국 또는 병원용 용기에 담긴 약(처방약)엔 유효기간이 없다.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약 복용을 중단하는 날=유효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버리기 아까워서’, ‘다음에 써 먹으려고’ 이런 약을 가정에 보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약을 용기에 옮겨 담는 도중 오염ㆍ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약의 기본 뼈대(베이스)는 대개 전분이다. 세균ㆍ곰팡이 등이 이것을 먹이로 살 수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변질된다. 약병에 담긴 약을 여러 알 손바닥에 쏟은 뒤 이중 한두알을 먹는 것은 손바닥의 균ㆍ습기를 약에 골고루 묻히는 비위생적인 행위다. 한강성심병원 황보영 팀장은 "약병에 든 약은 한알씩 꺼내 먹고, 약은 냉장고가 아니라 햇볕이 안드는 시원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약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은 폐기해야 할 약, 다시 말해 환경에 버려지는 약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엔 이 문제에 관심이 적었다. 질병 치료라는 대의가 환경보다 우선했고 ‘기껏해야…’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다.  

 용도 폐기된 알약은 쓰레기 봉지에 담아서, 물약은 싱크대에 그냥 쏟아 버리는 등 위험한 ‘호기’를 부려왔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에선 약 판매량의 3분의 1, 오스트리아에선 4분의 1 가량이 그대로 생활쓰레기나 가정 하수구를 통해 버려진다.

 약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야. 국내에서 생산ㆍ유통중인 인체용 약의 가짓수는 1만5000종이 넘는다. 제조한 뒤 사용하지 않은 이른바 불용약(不用藥)의 비율도 전체 약의 20%에 달한다. 동물용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도 대량으로 생산ㆍ폐기된다. 우리가 복용한 약의 성분이 소변 등으로 배출돼 환경에 유입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마구 버려진 약이 우리 산하를 정확히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는 잘 모른다. 일부 하수에선 콜레스테롤 저하제ㆍ소염진통제ㆍ해열제ㆍ항생제 등이 검출됐다. “몸이 아플 때 하천물 한컵이면 된다”는 국내 전문가의 우스갯 소리가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칵테일 약’이 강물에 녹아 있다는 뜻이다. 

 ‘묻지마 폐기’의 첫번째 희생자는 수생 생물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피임약ㆍ호르몬제 등이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아 하류에 사는 물고기의 성(性)이 전환됐다는 외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환경에 유출된 약 성분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통제인 타이레놀ㆍ아스피린ㆍ부루펜 등은 쉽게 생분해된다. 많은 약이 자연상태에서 생분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제약회사가 약을 만들 때 환경보다 약효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물엔 잘 녹지만 생분해는 잘 안되는 약이라야 약효가 더 오래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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