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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와 피임약 
저출산 시대와 피임약 
  • 박권
  • 승인 2019.04.1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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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와 피임약

-우리나라 여성이 피임약을 꺼리는 이유는?

-피임약 권장이 저출산 심화시킬까?

 

앞으로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경구피임제를 먹을 수 없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경구피임제 허가사항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구피임제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든 약으로, 체내 여성호르몬을 늘려 임신을 막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는 “원인 모를 질 출혈이 있거나 유방암을 앓은 여성은 호르몬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경구피임제를 안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1960년 서얼(Searle)사가 신청한 세계 최초의 먹는 피임약 '에노비드'의 시판을 승인했다. 사람의 질병 치료 외의 목적으로 개발된 첫번째 약이 탄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렸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연간 약 1억명의 여성이 복용한다. 월경주기법ㆍ질외 사정 등 자연피임, 콘돔에 이어 세번째로 널리 사용하는 피임방법이다.  

피임약은 전세계 여성의 성ㆍ생식ㆍ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결혼ㆍ임신 시기의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여성의 교육과 사회 진출 기회가 넓어졌다. 피임약과 '비아그라'(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는 각각 여성과 남성의 ‘성의 혁명’을 촉발한 약으로 평가된다.

 한국 여성이 피임약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1963년 3월부터다. 당시 피임약(아나보라) 보급은 가족계획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지나친 저출산을 걱정하는 등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여성은 대체로 피임약 복용을 꺼린다. 의약품 전문 조사기관인 IMS에 따르면 국내 가임 여성(기혼ㆍ동거중이거나 성생활중인 19∼49세)의 피임약 복용률은 2.2%에 불과하다.

 낮은 피임약 복용률은 낙태율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임 여성의 낙태율은 1000명당 31명으로 OECD 국가중 최고 수준이다. 낙태가 합법화된 서유럽 국가 평균인 1000명당 12명, 미국의 21명보다 많은 숫자다.

 의사의 처방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싼 피임약의 복용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세가지다.  

 첫째, 피임약의 부작용이 부풀려져 있다.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면 불임ㆍ암ㆍ여드름 등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수두룩하다. 

건국대벙원 산부인과 이지영 교수는 "비슷한 나이라면 피임약을 장기 복용한 여성과 미복용 여성 사이에서 임신능력의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1960∼80년대 고용량의 피임약을 복용해 ‘토하고 어지러운’ 증상을 경험했던 엄마 세대가 딸 세대에게 나쁜 선입견을 심어줬다. 요즘 피임약은 과거의 약보다 용량이 40∼60%나 낮아 복용 후 1주만 지나면 대부분 적응한다. 

 셋째, 학교ㆍ병원 등에서 피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에서 피임 상담을 진료 행위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환자에게 피임 교육을 하는 의사는 드물다.    

 피임약 권장이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중 하나인 저출산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프랑스 여성의 피임약 복용률은 30%에 달하지만 평균 자녀수는 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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