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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환경호르몬, 너 누구냐? - 11. 6년 새 세 배 증가 성조숙증, 환경호르몬 탓인가? 
[특집] 환경호르몬, 너 누구냐? - 11. 6년 새 세 배 증가 성조숙증, 환경호르몬 탓인가? 
  • 박태균
  • 승인 2019.04.24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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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새 세 배 증가 성조숙증, 환경호르몬 탓인가? 
6년 새 세 배 증가 성조숙증, 환경호르몬 탓인가? 

 -여아가 90%, 여아에게 유독 많은 이유 아직 몰라

 

 -TVㆍ인터넷을 통한 성적 자극도 성조숙증 유발 

 

 성조숙증은 키 성장과 함께 유방 또는 고환의 발달, 음모와 여드름 등 2차성 징이 또래보다 일찍 나타나는 질환이다. 사춘기는 평균적으로 여아의 경우 만 10세, 남아는 만 11세부터 시작된다. 성조숙증아는 이보다 2년 앞선 만 8~9세에 이전에 사춘기를 맞는다. 

 구체적인 증상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9세 전에 음모(陰毛)가 나고9.5세 전에 초경이 시작되는 경우를 말한다. 남아는 9세 전에 고환 크기가 4㎖로 커졌을 때, 즉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 한 마디보다 커진 경우를 말한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성조숙증으로 진료 받는 아이가 8만6352명이다. 2010년(2만8251명)의 세 배가 넘는다. 대부분 여아로, 2016년 환자 중 여아 비율이 90%였다. 

 성조숙증이 사회적 이슈가 된 계기는 SBS가 2006년에 2부작으로 방영한 ‘환경호르몬의 습격’은이었다. 방송이 나간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환경호르몬-플라스틱 그릇-성조숙증’을 한 묶음으로 여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플라스틱 용기를 데울 때 생기는 환경호르몬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이 전파를 탄 뒤‘플라스틱 공포증’이 전 사회에 번졌다.  

 방송을 본 상당수 소비자는 가정에서 쓰던 플라스틱 그릇을 버리고 유리그릇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방송에선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이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의 작용을 방해해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고, 이에 따라 여아는 더 빨리 여성스럽게 되고 남아는 여성스럽게 변한다고 했다. 

 플라스틱 그릇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찾기 힘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성조숙증 환자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런 통계가 성조숙증이 일부 플라스틱에 든 환경호르몬 때문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성조숙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잘 모른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따르면 여아에선 성조숙증의 80∼95%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성조숙증 남아의 25∼75%는 뇌종양ㆍ뇌의 감염 등 뇌의 특별한 문제 탓이다. 

 성조숙증 아이의 뼈 나이를 측정하면 실제 나이(만 나이)보다 몇 살 많다.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최종 키’는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친 아이들보다 외려 작아지기 쉽다. 또래들보다 신체가 빨리 발달하는 것 때문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수영장에서 옷을 잘 벗으려고 하지 않는 등의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비만과 영양 과다, 병적 원인에 의한 성호르몬 분비의 이상, 가족력, 환경호르몬 노출 등 너무나 다양하다.

 환경호르몬에 다량 노출돼 성조숙증이 생길 순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둘 사이의 인과 관계를 입증한 증거가 태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만약 자녀의 성조숙증이 염려된다면 플라스틱 소재 중에선 프탈레이트, 즉 DEHP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은정 박사팀이 ‘분석과학과 기술’(Analytical Science & Technology) 2008년 21권에 소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비스페놀 A는 성조숙증과 연관성이 없거나 거의 없었던 반면 DEHP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었다. 이는 8∼11세 성조숙증 여아 50명과 정상 여아 50명의 혈액을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이다.   

 DEHP 등 프탈레이트가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것도 아직 정설은 아니다. 찬반양론이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중남미 푸에르토리코에서 집단으로 조기 유방 발육증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들 중 60%가 2세 미만이었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진 않았지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ㆍ닭고기ㆍ우유 제공을 중단하자 유방조직이 2∼6개월 내에 사라졌다.

 미국화학연합회는 “프탈레이트가 푸에르토리코 소녀들의 유방 발육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보다는 닭 등 가금류의 단백질 동화 스테로이드와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포함한 콩으로 만든 음식 소비가 집단 성조숙증을 불렀다는 것이다.   

 학계 중론은 이렇다. 만약 지금 아이의 음식 그릇이 DEHP 등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면 성조숙증 우려는 기우(祈雨)란 것이다. 그보다는 아이가 너무 비만해지지 않도록 하고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성조숙증 예방법이다. 강도 높은 운동은 사춘기 발달을 지연시키지만 가정 내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가 사춘기를 빨리 맞는다. TVㆍ인터넷을 통한 성적 자극도 성조숙증을 부를 수 있다. 뇌신경에 자극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최근 들어 성조숙증의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여아에게 유독 많은 이유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육류ㆍ계란ㆍ콩 같은 음식물이 문제가 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돼지나 닭 등에 투여된 성장촉진제나 콩에 포함된 식물성 여성호르몬(파이토에스트로겐)인 아이소플라본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속설이 있으나 성조숙증과는 관련이 없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하다. 오히려 매일 한 번씩 콩제품 섭취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201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어린이를 위한 식생활지침에 따르면 콩제품의 적정 1회 섭취량은 대두(검은콩) 20g, 두부 80g, 두유 200g이다.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선 식품첨가물이 많이 든 인스턴트식품이나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고지방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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