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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원이 4월의 제철 식재료로 선정한 양파의 신비
농정원이 4월의 제철 식재료로 선정한 양파의 신비
  • 문현아
  • 승인 2019.04.3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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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신비
양파의 신비

- ‘서양에서 건너온 파’라고 해서 양파

-한반도엔  인천 화교촌에 자장면과 함께 상륙 추정

 

양파는 한국인이 즐겨먹는 향신료(양념)이자 웰빙 채소다. 각종 요리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다. 특히 생선ㆍ육류의 비린내를 잡는 데 효과적이다. 마늘과는 달리 가열하면 냄새가 사라지는 것도 향신료로서의 장점이다. 최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양파를 참외와 함께 ‘4월의 제철 농산물’로 선정했다. 

 인류가 양파를 재배ㆍ섭취하기 시작한 시기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됐던 노동자의 체력 유지를 위해 양파와 마늘을 먹였다고 전해진다.  

 ‘서양에서 건너온 파’라고 해서 양파다. 양총(洋蔥) 또는 구슬처럼 둥글다고 해서 옥총(玉蔥)이라고도 불린다. 총(蔥)은 대파다.  

 원산지는 서아시아ㆍ지중해연안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엔 1890년께 들어왔다. 인천 화교촌에 자장면과 함께 상륙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호총(胡蔥)이 양파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달래와 비슷한 채소다. 양파에 대한 기록은 19세기 초까지 나온 국내 문헌에선 찾기 힘들다.  껍질의 색에 따라 노란양파ㆍ붉은양파ㆍ흰양파로 분류된다. 국내 주산지는 전남 무안ㆍ충남 태안ㆍ경남 함안 등이다. 

  ‘서양 파’인 양파는 과거부터 서구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영국엔  ‘하루 1개의 양파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속담이 있다. 거의 모든 프랑스 요리엔 양파가 들어간다. “인생은 눈물을 흘리면서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다”는 프랑스 속담엔 프랑스인에게 양파가 ‘인생 먹거리’란 의미도 담겨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프랑스인의 역설)는 프랑스인이 다른 서구인보다 심장병 발생률ㆍ사망률이 훨씬 낮은 현상을 말한다. 이 ‘역설’의 원인으로 흔히 레드와인이 꼽히지만 일부에선 양파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양파는 건강에 이로운 채소다. 즐겨 먹으면 체력이 강화된다. 서양에서 복싱ㆍ사이클 등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 애호가가 양파를 즐기는 것은 그래서다. 피로 회복ㆍ식욕 증진 효과도 있다. 여름에 더위 먹었을 때 스태미나식으로도 효과 만점이다. 

 항암 효과도 기대된다. 동물 실험에선 양파 추출물이 다양한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 대상 역학조사에서도 항암성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중국 상하이ㆍ칭다오에서 위암 환자(1000명)와 건강한 사람(1000명)의 식단을 비교했다. 양파 섭취량이 많을수록 위암 발생 위험이 낮았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양파의 항암성분으로 거론되는 것은 폴리페놀(항산화 성분)의 일종인 쿼세틴과 황 화합물ㆍ셀레늄ㆍ베타카로틴ㆍ비타민 C와 Eㆍ셀레늄ㆍ식이섬유 등이다. 이중 쿼세틴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 효과(황색산소 제거)를 나타낸다.  

 고혈압ㆍ고지혈증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에도 유효하다. 황 화합물ㆍ쿼세틴 등 양파에 든 항산화 성분이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양파엔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인 칼륨이 풍부하므로 요리할 때 소금 대신 양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ㆍ중성지방ㆍ혈압을 낮추기 위해 양파를 섭취한다면 가급적 가열해 먹는다. 양파를 볶으면 황 화합물이 트리슬피드ㆍ세파엔이란 성분으로 변하는데 이들이 콜레스테롤ㆍ중성지방ㆍ혈압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가열하기 15분 전 쯤에 미리 양파를 썰어두면 트리슬피드가 더 많이 생긴다.

 암 예방, 혈당ㆍ콜레스테롤ㆍ혈압을 낮추기 위해 양파를 먹는다면 하루 50g 가량이 적당하다. 중간 크기 양파 4분의 1개 분량이다.

 양파는 ‘천연 항생제’로도 유용하다. 식중독균 등 유해 세균을 죽이는 힘(살균력)이 마늘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마늘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므로 유해 세균에겐 더욱 위협적인 존재다. 음식이 쉬 상하고 식중독 사고가 잦은 봄ㆍ여름엔 마늘ㆍ양파를 즐겨 먹는 것도 방법이다. 감기 환자가 지내는 방에 양파를 비치하는 유럽의 오랜 관습도 양파의 살균 효과를 높이 평가해서다. 

 양파를 조리할 때는 웰빙 성분이 손실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열성(耐熱性)이 강한 쿼세틴은 문제가 안 된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나게 하는 황 화합물은 열은 물론 칼질에도 약하다. 건강을 위해 양파를 먹는다면 가능한 한 가열하지 않고 날로 먹는 것이 좋다. 칼질을 하더라도 세로로 큼직하게 써는 것이 황 화합물의 파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다. 양파를 썰 때 눈의 자극을 최소화하려면 냉장고에 미리 넣어 온도를 낮춘 뒤 물에 담근 채로 양파 껍질을 벗긴다. 칼과 양파의 단면을 가끔씩 물에 적셔가며 다지는 것도 자극을 줄이는 요령이다.  문현아 기자 moo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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