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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바다향 머금은 멍게철입니다
요즘이 바다향 머금은 멍게철입니다
  • 문현아
  • 승인 2019.04.3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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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바다향 머금은 멍게철입니다
요즘이 바다향 머금은 멍게철입니다

-서양에선 ‘바다의 파인애플’로 통해 

-멍게와 우렁쉥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

 

멍게는 여름(5∼8월)이 제철이다. 대개 생것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김치ㆍ산적ㆍ전ㆍ젓ㆍ찜ㆍ튀김ㆍ회ㆍ비빔밥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도 쓰인다. 비릿한 냄새가 별로 없는 데다 먹은 뒤에도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도는 특유의 향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입맛 잃기 쉬운 초여름에 잘게 썬 멍게에 김가루ㆍ참기름ㆍ통깨를 듬뿍 넣고 비벼먹는 멍게비빔밥은 훌륭한‘식욕 촉진제’다. 미나리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친 멍게미나리무침도 여름철 별미다.

 멍게는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서민의 식품이다. 횟집ㆍ초밥집ㆍ포장마차에서 대개 서비스 안주로 내놓는다. 멍게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은 양식이 쉽고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다. 

 멍게는 여드름이 많이 돋은 사람의 별명이 되기도 한다. 외양이 파인애플과 닮아서 서양에선 ‘바다의 파인애플’(sea pineapple)로 통한다. 표면엔 젖꼭지 모양의 혹(돌기)이 많이 나 있다. 

 껍질엔 물이 들어오는 입수공(入水孔)과 물을 내보내는 출수공(出水孔) 등 구멍이 나 있다. 영문명이 ‘바다 물총’이란 의미인 ‘sea squirt)인 것은 출수공을 통해 물을 내뿜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램프의 유리통을 닮았다고 해서 ‘호야’라고 부른다.

 한반도의 모든 연안에 서식하나 특히 동해와 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해안 지방에선 오래 전부터 멍게를 먹었지만 전국적인 식품으로 부상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영양적으론 저열량ㆍ저지방 식품이다. 양식 멍게 100g당 열량은 77㎉, 지방 함량은 2.1g, 단백질 함량은 8.7g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한 칼륨(570㎎)과 고혈압 환자가 섭취를 줄여야 하는 나트륨(1300㎎)이 함께 들어 있다. 고혈압 환자는 멍게의 소금기(나트륨)를 충분히 제거한 뒤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은 양식 멍게 100g당 6.9㎎이나 함유된 것도 돋보인다.

 살 속엔 글리코겐이 풍부하다. 여름엔 글리코겐 함량이 더 높아져 맛이 더 깊어진다. 다당류의 일종인 글리코겐은 운동할 때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광물이 아닌 해산물론 드물게 바나듐이 함유돼 있다는 것도 멍게의 특징이다. 바나듐은 신진대사를 돕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개선에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ㆍ심장병 환자의 간식용으로 멍게를 권할 만하다. 

 간을 보호하고 시력을 개선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아미노산인 타우린과 단맛ㆍ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ㆍ글리신도 들어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멍게란 명칭에 더 익숙하지만 원래는 우렁쉥이의 방언이다. 지금은 멍게와 우렁쉥이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다.  

 몸이 두꺼운 껍질에 덮여 있는데다 바위에 붙어사는 멍게를 조개류의 일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실제론 미더덕과 더불어 척색동물에 속한다.  

 멍게는 껍질이 마르지 않고 껍질 색깔이 붉으면서 단단한 것이 양질이다. 껍질 안의 속살 부위는 도톰하고 주황색을 띤 것이 맛있다. 비린내가 덜 나면서 멍게 특유의 향을 지닌 것이 신선하다. 돌기가 크고 검붉은 색을 띠면 양식 멍게가 아니라 자연산일 확률이 높다. 

 국내 멍게류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붉은멍게는 동해안의 특산물이다. 강원도에선 비단멍게라고 한다. 일반 멍게와는 달리 돌기가 없고 표면이 꺼칠꺼칠하다. 껍질 색깔은 붉은 기를 띤 오렌지색이다. 붉은멍게의 영문명이 ‘sea peach’(바다 복숭아란 뜻)인 것은 얼핏 보면 복숭아를 약간 닮았기 때문이다.  

 멍게류 중 맛과 가격이 가장 높은 것은 돌멍게(false sea squirt)다. 돌같이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끈멍게라고도 한다. 몸은 긴 타원형이며 껍질이 일반 멍게보다 두껍다. 색깔은 짙은 황갈색ㆍ암황색이나 드물게 회백색을 띠기도 한다. 대개 양식 산인 일반 멍게와는 달리 돌멍게는 100% 자연산이다. 수심이 20m 이상인 곳에서 서식해 양식이 힘들어서다. 당연히 가격은 일반 멍게보다 훨씬 비싸다.

 생긴 것은 투박하게 생겼지만 맛이 일품인 돌멍게는 남해안에서 인기 있는 여름 먹거리다. 짭짤하면서도 단맛이 배어나와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채취된 것일수록 맛이 좋다. 속살을 꺼내 먹어 빈 껍질에 소주를 부어 마시기도 한다. 애주가들이 속살을 빼낸 돌멍게 껍질에 소주잔으로 사용하는 것은 소주의 역한 냄새를 없애고 술이 순해진다고 믿어서다. 돌멍게 껍질에 소주를 부어두면 설령 알코올 분해는 못하더라도 멍게향ㆍ바다향이 우러난다.

문현아 기자 moo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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