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9:43 (목)
한식 대 지중해식
한식 대 지중해식
  • 박권
  • 승인 2019.05.30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식 대 지중해식
한식 대 지중해식

-한식과 지중해식은 닮은 점 많아

-자국에선 서구식에 밀려 홀대 받아

한식 vs 지중해식.
 둘 다 건강에 이로운 웰빙식(食)이지만 전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세로 순위를 매기면 지중해식이 1위로 한식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  2010년 유네스코(UNESCO)는 지중해식을 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ㆍ모로코의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미국 하버드대학 공중보건대학원 월터 윌레트 교수는 “신선한 채소ㆍ과일과 콩류는 충분히 먹되 올리브유ㆍ생선ㆍ닭고기ㆍ와인(포도주)은 적당량, 치즈ㆍ우유 등 유제품은 소량, 육류는 가급적 적게, 계란은 주(週) 4개 이하 섭취하는 것”으로 지중해식을 규정했다. 이 같은 식단을 통해 총 열량의 25∼35%를 지방에서, 8% 미만을 포화지방(주로 동물성 지방이며 혈관 건강에 해로운 지방)에서 얻는 것이 지중해식의 특징이다. 
 지중해를 둘러 싼 남부 유럽과 북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두 전형적인 지중해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선 버터ㆍ라드 등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유제품을 조리에 자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는 북부 아프리카에선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지중해식은 1960년대 이탈리아 남부ㆍ크레타ㆍ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에 거주한 사람들의 전통 음식이다. 
 지중해식이 건강ㆍ수명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밝힌 연구는 오만가지다. 개중엔 지중해식을 즐기면서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 남성은 평균 8.5년, 여성은 15년 더 살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 연구팀이 12만 명을 추적 조사한 것으로 '미국 임상영양학지' 에 실렸다. 
 미국 학자들은 65세 이상 미국인 4000여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엔 지중해식, 다른 그룹엔 미국식 식사를 제공하고는 3년마다 단어 암기력ㆍ기본적인 수학능력 등을 검사해 인지능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지중해식을 즐기는 것이 인지능력 저하나 치매 위험을 낮추는데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며 “채소ㆍ올리브유ㆍ생선ㆍ와인이 정신건강을 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 연구팀은 지중해식 관련 기존 논문들 12편을 모아 분석했다. 이 논문들에서 다룬 대상은 150만 명에 달했고 결과는 '영국의학지'(BMJ) 2008년 9월호에 소개됐다. 여기서 지중해식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숨질 위험은 9%, 모든 종류의 암 발병률은 6%, 알츠하이머병ㆍ파킨슨병 등 신경질환 발병률은 13%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지중해식이 2형(성인형) 당뇨병ㆍ어린이 천식 등 다양한 질환 예방에 유익하다는 연구논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웰빙 효과는 지중해식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 가족ㆍ친구와의 잦은 담소, 이웃과의 연대감 등 지중해 연안 주민들의 특성과 어우러지면서 배가되는 것으로 여러 연구결과에서 입증됐다.    
 한식은 지중해식과 닮은 점이 많다. 채소ㆍ콩류ㆍ생선을 즐기는 점이 그렇다. 막걸리ㆍ소주(한식)와 와인(지중해식)으로 주종(酒種)은 갈리지만 술을 적당량 마시는 점이 공통된다. 심지어는 최근 자국(自國)에선 서구식 식단에 밀려 약간 홀대 받고 있다는 점도 엇비슷하다.   
 한식이 지중해식보다 건강에 더 이롭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대목도 여럿 있다. 김치ㆍ비빔밥ㆍ설렁탕 등을 즐겨먹는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의 특징에 대해 물으면 흔히 나오는 단어가 헬시(healthyㆍ건강)ㆍ스파이시(spicyㆍ자극적)ㆍ펀(funㆍ재미)이다.
 우리 음식은 밥과 다양한 반찬이 함께 나오는 균형식이어서 건강과 장수를 돕는다. 채식 대 육식 비율은 8대2의 황금비율이다. 게다가 김치ㆍ된장ㆍ청국장 등 발효식품, 식이섬유가 풍부한 미역ㆍ다시마ㆍ김 등 해조류가 밥상에 오른다는 것이 지중해식보다 건강 친화적이다. 게다가 고기는 주로 삶거나 익혀서 먹으며 생선은 찜ㆍ찌개ㆍ조림ㆍ회로 섭취하는 것도  한식을 돋보이게 한다. 기름지고 짠 패스트푸드(fast food)가 아니라 전형적인 슬로푸드(slow food)다.
 우리 음식이 자극적인 것은 고추ㆍ마늘을 많이 쓰는 향신료 때문일 것이다. 먹으면 입이 얼얼하고 땀이 줄줄 흐르는 음식이 외국인에겐 ‘핫(hot)’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그러나 이 사실이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니다. 고추를 더 많이 쓰는 태국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 증거다. 게다가 마늘ㆍ고추는 최고의 웰빙식품이다.
한국 음식이 ‘펀’(fun)하다는 것은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법이 다양해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는 의미다. 주한 외교사절의 부인들이 우리 음식 배우기에 열심인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음식은 또 미적 감각도 뛰어나다. 음식 간의 색채미ㆍ조화미를 고려하고 수(壽) 등 기원하는 글자를 수놓은 고배 음식이 좋은 예다. 이야기(story)도 있다. 음식마다 전해오는 전설ㆍ민담은 한국 음식의 즐거움을 더욱 높여준다.
이런 우리 음식을 놔두고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만ㆍ고혈압ㆍ당뇨병ㆍ심장병ㆍ뇌졸중 등 서구형 질환과 대장암ㆍ상부 위암ㆍ전립선암 등 서구형 암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음식을 홀대한 결과일 수 있어서다. 박권 기자 pkwon@foodnmed.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