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1 09:10 (월)
장수식품시리즈- 1. 현미는 살아 있는 쌀
장수식품시리즈- 1. 현미는 살아 있는 쌀
  • 박태균
  • 승인 2019.05.30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수식품시리즈- 1. 현미는 살아 있는 쌀
장수식품시리즈- 1. 현미는 살아 있는 쌀

 

-젊음과 건강 유지에 효과적

-'쌀 속의 진주' 옥타코사놀 함유
 
 우리의 주식인 쌀(벼)은 수확 후 어떻게 찧느냐에 따라 현미ㆍ배아미(胚芽米)ㆍ백미로 나뉜다. 현미는 왕겨와 겉껍질만 벗기고 속겨(쌀겨)는 벗기지 않은 1분도 쌀(1번 도정)이다. 비타민ㆍ미네랄ㆍ식이섬유의 보고(寶庫)인 배아(胚芽ㆍ씨눈)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백미는 쌀을 여러 번 도정해 씨눈과 쌀겨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10분도 쌀(10번 도정)이다. 배아미는 현미와 백미의 중간 형태로 씨눈이 남아 있다. 
 통밀ㆍ통보리 등과 함께 전곡(全穀, whole grain)류에 속하는 살아있는 쌀이다. 현미와 백미를 물에 담가 며칠 지켜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백미는 썩지만 현미는 싹이 난다. 발아에 필요한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있어서다.  
 백미로 밥을 지으면 맛이 기막히다. 입안에서 윤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영양은 녹말가루를 먹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현미밥은 맛은 떨어질지 몰라도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골고루 든 최고의 웰빙 음식이다. 
 쌀은 전체 영양소의 29%가 쌀겨, 66%가 씨눈에 집중돼 있다. 옛 사람들은 백미의 영양상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쌀 미’(米)와 ‘흰 백’(白)을 합하면 쓰레기를 뜻하는 ‘깻묵 박’(粕)이다. 
 현미의 구성성분은 쌀겨(5%)ㆍ배아(3%)ㆍ배젖(92%)이다. 양은 배젖이 가장 많지만 영양소는 배아(66%)ㆍ쌀겨(29%)ㆍ배젖(5%)의 순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려면 현미밥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 비만ㆍ변비ㆍ당뇨병ㆍ혈관질환ㆍ암 등에 두루 유용한 곡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만병의 근원’이라는 비만ㆍ변비 예방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고 쾌변(快便)을 돕는 식이섬유(100g당 2.7g)가 백미의 9배나 들어있어서다. 입속에서 거칠게 느껴질수록 식이섬유가 더 많이 든 식품이다. 거친 음식이 건강에 이로운 것은 식이섬유 덕분이다. 
 수명 단축 요인인 당뇨병의 예방ㆍ치료에도 유익하다. 백미와는 달리 먹어도 혈당이 크게 요동치지 않기 때문이다. 현미의 당지수(GI, 혈당을 올리는 정도)는 60으로 백미(70)보다 낮다. 
  실제로 현미를 즐겨 먹으면 2형(성인형)당뇨병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쑨치 박사팀은 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14∼22년간 진행된 세 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했다. 여기서 현미를 매주 2번 이상 먹는 사람은 이보다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11% 낮았다고 의학전문지 '내과학 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2010년 6월호에 발표했다. 또 현재 먹는 백미의 1/3을 현미로 대체하면 당뇨병 위험이 16% 줄고, 백미를 전부 현미ㆍ통밀 등 전곡으로 바꾸면 당뇨병 위험이 36%까지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백미를 1주일에 5번 이상 먹으면 한 달에 1번미만 먹는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평균 17%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쑨 박사는 쌀을 백미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쌀겨와 배아에 있는 식이섬유ㆍ비타민ㆍ미네랄 성분이 대부분 깎여 나가고 체내에서 빠르게 소화되는 전분ㆍ단백질만 남아 혈당이 급속히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암ㆍ노화 예방도 돕는다. 예부터 씨눈이 남아 있는 배아식품은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화ㆍ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ㆍ셀레늄ㆍ비타민 E와 피틴산ㆍ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현미를 섭취해 암을 예방하기를 바란다면 거의 매일 먹어야 한다. 가끔 한 번씩 현미밥을 지어 먹는 것으론 부족하다.  
 심장병ㆍ뇌졸중ㆍ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유익하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인 리놀산(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쌀겨와 씨눈에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현미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씹고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현미밥을 먹고 나면 한참 후에나 허기가 느껴진다. 게다가 현미에 든 아라비노자일란이란 성분은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위에 포만감을 안겨 준다.
체력 증강, 근육 기능 향상에도 이롭다. 배아에 ‘쌀 속의 진주’로 통하는 옥타코사놀이란 웰빙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옥타코사놀은 대륙을 이동하는 철새들의 에너지원을 연구하던 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물질이다. 철새의 먹이인 쌀눈ㆍ사과껍질ㆍ포도껍질에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옥타코사놀을 섭취하면 근육 내 글리코겐 저장량이 30% 가까이 증가하는데 우리는 운동할 때 근육ㆍ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한방에선 현미를 신장ㆍ간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검은 색 식품으로 친다. 현미(玄米)의 현은 ‘검을 현’이다. 영어명은 갈색 쌀(brown rice)이다. 
 현미가 웰빙 식품이라고 해서 무한정 많이 먹는 것은 곤란하다. 현미밥 한 공기의 열량은 약 300㎉로 백미 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현미의 식이섬유 함량은 백미의 세배에 달하는데 이는 단점도 된다. 현미밥을 먹은 뒤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이래서다. 현미밥은 대강 씹어 넘겨선 안 되고 적어도 10번 이상(30번이 이상적) 꼭꼭 씹어야 한다. 특히 평소 배탈이 잦은 사람은 씹는 횟수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오래 씹으면 침에서 소화효소가 분비돼 소화가 잘되고 위의 부담이 줄어든다.  현미 죽이나 현미 미음을 끓여 먹는 것도 소화를 돕는 방법이다. 걸쭉하게 현미 죽을 끓인 뒤 생강ㆍ파 등을 넣으면 환자식으로도 괜찮다.  
 현미밥 짓기는 쌀밥보다 훨씬 까다롭다. 미리 현미를 2시간가량 물에 담가두고 가능한 한 압력솥을 이용한다. 현미밥은 압력솥을 이용해 짓는 것이 밥맛도 좋고 조리하기도 편하다. 압력솥으로 현미밥을 지을 때 현미와 물의 비율은 1 대 1이 적당하다.  
 일반 밥솥으로 지을 때는 밥을 두 번 지어야 한다. 밥솥에 현미(2컵)와 물(3컵)을 넣고 한번 끓인 뒤 15분가량 뜸을 들인다. 이어서 물 2컵을 붓고 살짝 저은 뒤 한 번 더 끓여야 현미밥이 완성된다.
 현미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찹쌀이다. 현미 50%, 현미 찹쌀 10%에 콩 등을 추가한 현미 잡곡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 더 차지게 먹으려면 현미와 현미 찹쌀을 반반씩 섞는 것도 괜찮다. 
 발아현미는 콩나물 키우듯이 현미를 물에 불린 뒤 어둡고 시원한 곳에서 싹을 튀어 말린 것이다. 발아시키면 부드러워져 먹기가 쉬워지고 발아 도중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생성돼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불린 상태이므로 밥을 지을 때 불릴 필요가 없다. 백미처럼 지으면 된다. 압력밥솥보다는 일반 밥솥으로 짓는 것이 좋다.
 최근엔 동물실험을 통해 발아현미가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