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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2. 변통에 좋은 식품, 보리
장수식품 시리즈 -2. 변통에 좋은 식품, 보리
  • 박태균
  • 승인 2019.05.3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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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2. 변통에 좋은 식품, 보리
장수식품 시리즈 -2. 변통에 좋은 식품, 보리

-보리를 발효시킨 맥아는 한방 약재

-'숙취 해소 성분' 베타글루칸 풍부


 ‘망종 넘긴 보리, 스물 넘긴 비바리’란 속담이 있다. 망종(芒種, 양력 6월6일 무렵)이 지난 보리는 익어서 쓰러져 수확이 적듯이 스물 넘은 여성은 외모나 생리적으로 차츰 기울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전성기가 지나면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실제로 망종은 보리 수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절기(節氣)다. 망종이란 단어 자체가 벼ㆍ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보리는 망종 사흘 전까지 베라’고 했다.
 요즘은 스물이 아니라 서른, 마흔이 넘어서도 건강ㆍ외모가 빛나는 ‘비바리’가 많다. 수명이 채 40세도 안 됐던 과거의 속담이므로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세에 가까운 현재 시점에선 손을 봐야 할 속담이라고 여겨진다.  
 보리가 주로 봄에 수확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과거엔 춘궁기(보릿고개)에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곡식이었다. 쌀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1960년대엔 1인당 연간 보리 소비량이 40㎏에 달했다. 요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더불어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보리는 잠시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졌다.
 우리 사회의 웰빙 열풍과 함께 배고픔과 가난의 상징이던 보리가 부활했다. 이번에는 건강식품으로 돌아왔다.
 보리밥만 파는 식당이 생기는가 하면 보리 빵ㆍ보리 피자ㆍ보리라면ㆍ보리 음료ㆍ보리 화장품 등 보리의 용처는 계속 확대중이다.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보리 섭취량은 4.9g에 불과하다. ‘맛이 없다’, ‘소화가 안 된다’,  ‘방귀가 나온다’ 등 다양한 이유로 기피하는 사람이 아직 많아서다.
 흔히 보리는 변통(便通)에 좋은 곡식으로 꼽힌다. 장(腸)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를 없애주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통보리 100g의 식이섬유 함량은 21g(보리쌀 11g)으로 백미(1g)ㆍ식빵(4g)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스라엘에선 보리가 변비약으로 쓰인다. 변비 환자에게 밀가루 대신 보릿가루로 비스킷ㆍ케이크 등을 만들어 제공한다. 
 변비로 늘 고민이라면 쌀밥보다 쌀ㆍ보리를 적당히 섞은 밥,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보리밥ㆍ잡곡밥 등 주식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신선한 채소ㆍ과일(식이섬유 풍부)을 함께 즐기는 것이 이상적이다. 식이섬유는 변비는 물론 대장암 예방ㆍ콜레스테롤 개선ㆍ혈당 조절도 돕는 유익한 성분이다. 
 그러나 세상에 100% 장점만 있는 것은 없는 법이다.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스)가 잦은 것은 식이섬유 탓이다. 
 한방에선 보리를 발아시켜 햇볕에 말린 맥아(麥芽)를 약재로 쓴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보리는 오장(五臟)을 보(補)하고 기(氣)를 내리며 식체를 없애고 식욕을 증진시킨다”고 쓰여 있다.
 한의사들은 보리를 위를 편하게 하고 소화 작용을 돕는 곡류로 친다. 그래서 예부터 식체나 설사병에 썼다. 곡식ㆍ과일을 먹은 후 체해서 배가 더부룩하고 막힌 것을 풀어준다고 여겨서다. 아이가 젖을 먹고 체했을 때도 보리를 흔히 처방한다.
 맥아는 식혜의 재료이기도 하다. 식사 후 식혜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이래서다.
 중국에선 열을 빨아들이는 곡식으로 통한다. 그래서 위가 차가워 설사가 잦은 사람에겐 보리를 먹이지 않는다.
 쌀과 보리의 비율이 7 대 3 정도인 보리밥의 열량이 결코 적다고는 볼 수 없다. 백미로 지은 쌀밥의 열량은 100g당 148㎈, 보리밥은 140㎈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보리밥은 쌀밥보다 다이어트에 훨씬 이로운 것으로 간주된다. 보리밥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하므로 쌀밥을 먹을 때에 비해 식사시간이 길어져서다. 밥을 너무 빨리 먹으면 뇌에서 ‘이제 그만’이라는 신호를 보낼 때면 이미 많은 양이 입을 통과한 다음이다. 게다가 보리는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얻을 수 있어 다이어트용 식품으론 안성맞춤이다.  
 과거 민간에선 비만한 사람에게 보리ㆍ흰 콩ㆍ율무ㆍ백미를 섞어 밥을 지어 먹였다. 식사 후엔 보리ㆍ결명자ㆍ율무를 각 8g씩 달인 차를 마시게 했다. 보리의 체중 감량 효과를 인식한 우리 선조의 지혜이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강인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리를 먹었다. 검투사는 ‘보리를 먹는 사람’으로 불렸다.
 ‘동의보감’에서 보리는 ‘오곡지장’(五穀之長)으로 표현된다. 곡류의 왕이란 뜻이다. 확실히 보리는 우리 건강에 유익하다. 이는 동물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쌀만 먹인 쥐와 쌀ㆍ보리를 혼식시킨 쥐를 회전하는 벨트 위에서 달리게 했다. 쌀만 먹은 쥐는 54분간 680m를 달렸다. 혼식한 쥐는 66분 동안 825m를 질주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장이 무거워지고 신장의 비타민 C 소모량이 증가한다. 그런데 혼식한 쥐는 더 오래, 더 멀리 달리고도 신장의 무게 변화와 비타민 C 소모량이 적었다. 
 요즘 당뇨병은 흔히 국민 병이라 불린다. 당뇨병의 한방명은 소갈(消渴)이다. 배에 열이 쌓여 생긴 병이다. 이를 근거로 한방에선 성질이 찬 보리ㆍ메밀이 당뇨병의 예방ㆍ치료를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보리는 식사 후 혈당의 ‘롤러코스터’(빠르게 오르내리는 것)를 막아준다. 보리밥을 먹으면 쌀밥을 먹었을 때에 비해 식후 혈당 변화가 적다는 뜻이다. 당지수(GI)가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보리의 GI는 50∼60으로 백미의 70∼90보다 낮다. 당지수가 높을수록 당뇨병 환자에겐 부담스런 식품이다.
 일본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각각 50g의 쌀과 보리를 써서 지은 밥을 먹인 뒤 혈당 변화를 살펴봤다. 쌀밥을 먹고 1시간 뒤에 잰 혈당은 220이었다. 같은 사람이 보리밥 섭취 1시간 후에 측정한 혈당은 176으로 낮아졌다. 
 보리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도 유용하다.
 미국 몬태나 주립대 연구팀은 보릿가루로 만든 머핀ㆍ빵ㆍ케이크를 6주간 먹였더니(매일 3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5%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리엔 흔히 ‘숙취해소 성분’으로 통하는 베타글루칸(다당류의 일종)이 곡류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쌀의 50배, 밀의 7배이다. 이 베타글루칸이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막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곡류이지만 피와 살이 되는 단백질이 꽤 들어 있다는 것도 보리의 매력이다. 통보리의 100g당 단백질 함량은 13.8g으로 통밀(12g)ㆍ현미(7.6g)ㆍ백미(6.4g)보다 많다. 
 보리는 항암식품 후보로도 유망하다. 항암력이 인정된 식이섬유와 셀레늄이 들어 있어서다. 
 보리는 손으로 만져 보아 부드럽게 느껴지고, 담황색으로 광택이 있는 것이 상품이다. 알은 고르고 둥그스름하며 통통한 것이 좋다. 향미가 뛰어나고 이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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