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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11. 기름진 음식 즐기는 중국인의 성인병 '예방약' 파
장수식품 시리즈 -11. 기름진 음식 즐기는 중국인의 성인병 '예방약' 파
  • 박태균
  • 승인 2019.05.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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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11. 기름진 음식 즐기는 중국인의 성인병 '예방약' 파
장수식품 시리즈 -11. 기름진 음식 즐기는 중국인의 성인병 '예방약' 파

-양귀비의 연인 안록산의 젊음 유지 비결

-생선회ㆍ생선찌개에 잘 어울리는 채소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라”라는 말은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덕담이다. 부부가 파뿌리처럼 흰머리(노인)가 될 때까지 화목하게 지내면서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절세미인 양귀비의 양아들이자 정부였던 안녹산이 젊음을 유지한 비결로도 유명하다. 
 파는 장수를 돕는 채소이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감기에 파뿌리가 효과적이라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감기 초기에 으슬으슬 몸이 춥거나 열이 날 때 파를 먹으면 증세가 호전된다. 또 파의 매운 맛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액의 분비를 돕는다. 밥맛이 없고 나른할 때 파를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나는 것은 이래서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이 심장병ㆍ동맥경화 등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파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불가(佛家)에서는 오신채(五辛菜)의 하나로 꼽는다. 오신채란 먹으면 음욕(淫慾)을 일으키고 화를 내게 하여 승려의 수행을 방해한다는  마늘ㆍ파ㆍ부추ㆍ달래 등 다섯 가지 식품을 가리킨다. 우리 선조들은 봄의 미각을 북돋는 식품으로 여겨 파를 산갓ㆍ당귀싹ㆍ미나리싹ㆍ무와 더불어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에 포함시켰다.
 파의 대표적인 웰빙 성분은 자극적인 냄새 성분인 황화아릴이다. 마늘에도 들어있는 황화아릴은 파를 잘랐을 때 미끈거리는 부분에 많다. 황화아릴은 에너지 생성을 돕는 비타민 B1을 활성화한다. 파와 돼지고기를 ‘환상의 커플’이라고 여기는 것은 파에 황화아릴, 돼지고기에 비타민 B1이 풍부해서다. 황화아릴은 또 진정 효과도 있다. 신경이 예민해 쉽게 흥분하거나 일시적인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파를 차로 끓여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한방에선 잠이 잘 못 자서 고민이라는 사람에게 대추와 대파의 흰 대를 1 대 1 비율로 섞어 달인 대추총백차를 물을 잠들기 전에 마시라고 권장한다. 총백은 대파의 뿌리를 가리킨다. 파를 썰어 직접 냄새를 맡거나 파를 넣고 끓인 물을 증기로 쐬어도 유효하다. 황화아릴은 살균효과도 있어 식중독균 등 유해세균을 죽인다. 고기ㆍ생선의 누린내ㆍ비린내 등을 없애주기도 한다. 중국의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엔 “고기를 먹을 때 봄엔 파와 함께, 가을엔 갓과 더불어 먹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생선회ㆍ생선찌개 등에 파를 곁들이는 것은 파가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파의 영양상 강점은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대파 100g당 비타민 C 함량이 21㎎(실파 24㎎, 쪽파 18㎎)으로 양파(8㎎)에 비해 훨씬 많다. 다만 파에 함유된 비타민 C는 열에 약하므로 완전히 익히기 보다는 생으로 요리하거나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이 비타민 C를 더 많이 섭취하는 요령이다. 
 열량은 대파 100g당 25㎉(쪽파 25㎉, 실파 13㎉)로 체중 조절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파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통일신라시대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크게 대파와 쪽파로 분류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들어온 양파까지 더해 세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대파와 양파는 씨로 번식하지만 쪽파는 뿌리로 번식하고 대파와 쪽파는 잎줄기를 먹지만 양파는 뿌리를 먹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대파는 단 맛이 나는 흰 대를 주로 먹는다. 물이 많고 끈적거리는 대파는 김장할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요리의 감칠맛을 살려주므로 국ㆍ찌개ㆍ무침에 주로 들어간다. 곰탕ㆍ설렁탕의 고명 등으로도 쓰인다. 대파 흰 대를 송송 썰어 고기 요리에 넣으면 알싸한 맛이 누린내를 없애준다. 생선 요리에 넣으면 생선의 비린내가 가신다. 대파의 녹색 부분에는 점액질이 있으므로 국물에 넣을 때는 점액질을 떼는 것이 일반적이다.
 쪽파는 김장철에 출하되는 가을종이 주류를 이룬다. 파와 양파의 교잡종으로 오래 끓이는 국물 요리 외에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된다. 파김치 등 김치나 파전ㆍ파산적의 재료로도 적당하다. 통으로 살짝 데쳐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맛있다. 맑은 국ㆍ우동 등의 고명으로도 이용되는데 이때는 잘게 썰어 넣는다. 열무ㆍ총각김치에 썰어 넣으면 알싸한 맛이 우러나 쓴맛이 없어지고 감칠맛이 난다.
 실파는 쪽파와 함께 주로 가정에서 김장용으로 사용된다. 백실파와 녹실파가 있는데 서울ㆍ대구 근교에서 많이 재배된다. 생채ㆍ샐러드ㆍ한식 양념으로 쓸 때는 대개 실파를 통으로 넣는다. 생채ㆍ샐러드의 고명이나 강회ㆍ유부초밥의 매듭용으로도 이용한다. 생채 무침에는 실파를 잘게 썰어 넣는다. 무침용으로 이용할 때는 살짝 데쳐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뿌려 먹으면 단맛이 돈다. 실파의 뿌리 부분은 식초ㆍ간장ㆍ설탕을 끓인 물에 담가 장아찌로도 먹는다. 물김치ㆍ파김치ㆍ파전과도 잘 어울리며 송송 썰어서 장국에 뿌려 먹어도 그만이다.  
 시장에서 고를 때는 대파의 경우  흰 대가 굵직하고 싱싱한 것을 사되 눌러보아 무르지 않아야 한다. 또 흰 대와 뿌리가 휘지 않고 잎 색깔이 짙으며 끝이 마르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잎이 너무 길면 부러지거나 물러지기 쉬우므로 잎보다는 흰 대가 긴 것을 고른다. 전체 길이가 50㎝ 이상, 흰 대 부분이 30㎝ 이상 되는 것이 양질이다. 
 쪽파는 흰 대 부분이 많으며 파란 잎 부분의 색이 선명한 것을 선택한다. 흰 대 부분이 통통하고 동글며 잎이 짧은 것이 재래종으로 더 맛있다. 재래종은 쉽게 물러지지 않아 보관하기도 편리하다. 실파는 잎이 상하지 않고 싱싱한 것으로 고르되 뿌리가 붙어 있는 것이 좋다.
 파뿌리는 흙 속에 묻혀 있던 부분이므로 잘 세척ㆍ손질해야 한다. 뿌리에 묻은 흙을 깨끗이 털어낸 뒤 뿌리 밑바닥의 까맣고 단단한 부분을 떼어내고 물에 잠깐 담가두었다가 비벼가면서 씻어야 뿌리에 묻어 있던 흙이 깨끗하게 제거된다. 손질한 파뿌리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손질하다 잘라낸 파뿌리는 버리지 말고 싱싱한 것을 골라 깨끗이 씻은 뒤 동치미에 활용하면 좋다. 거즈에 파뿌리를 싸서 동치미 항아리에 넣어두면 톡 쏘는 듯 한 맛을 더해 준다. 
 파의 잎 속에 진액이 많으면 살짝 데친 뒤 파 잎 끝에 작은 칼집을 내고 젓가락으로 뿌리부터 잎 쪽으로 훑으면 진액이 빠져나간다. 진액을 빼고 요리를 하면 맛이 한결 깔끔해진다.
 파는 냄새가 쉽게 날아가므로 미리 다지거나 썰어놓는 것은 손해다. 끓이면 매운 맛과 향기가 없어지므로 다른 음식을 다 끓인 뒤에 넣는 것이 옳다. 
 파는 대부분 음식 맛을 돋우어주는 양념으로 사용하므로 한 단을 구입하면 물러지거나 누렇게 변색돼 버려지기 쉽다. 냉장 온도인 5도 전후에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뿌리의 밑동을 조금 남기고 잘라 보관하면 싱싱함이 오래 지속된다. 물에 씻어 보관하면 파가 물러지므로 대강 손질해 신문지로 싼 후 밀폐용기에 넣는다. 
 섭취할 때 주의할 점은 생파를 너무 많이 먹으면 파의 매운 성분으로 인해 위가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또 파는 땀을 나게 하므로 평소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파와 궁합이 맞지 않는 식품은 미역이다. 파에 든 인과 황 성분이 미역에 풍부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데다 파의 미끈거리는 성분으로 인해 미역 고유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태균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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