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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 12. 프렌츠 패러독스의 진짜 비결은 와인이 아니라 양파 
장수식품 시리즈 - 12. 프렌츠 패러독스의 진짜 비결은 와인이 아니라 양파 
  • 방상균
  • 승인 2019.05.3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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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 12. 프렌츠 패러독스의 진짜 비결은 와인이 아니라 양파 
장수식품 시리즈 - 12. 프렌츠 패러독스의 진짜 비결은 와인이 아니라 양파 

 

-유럽에선 감기 환자 있는 방에 양파 비치

-혈당 낮추려면 생양파를 먹는 것이 최선
 
 ‘하루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서양에선 요즘 ‘사과가 아니라 양파가 의사를 멀리하게 만든다’며 양파에 빠져 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양파 한 개를 먹으라는 것이다.   
 서양에선 레드 와인(적포도주)이 심장을 보호하는 대표 식품으로 떠올랐지만 양파는 이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프렌치 패러독스(프랑스인의 역설)의 진정한 비결은 와인이 아니라 양파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프랑스 사람들이 육류 등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겨 먹는데도 심혈관 질환이 다른 서구인에 비해 적은 현상을 가리킨다. 거의 모든 프랑스 요리엔 양파가 들어간다.
 양파는 서양에선 5000년 전부터 먹어왔다. 고대 이집트에선 피라미드를 만드는데 동원된 노동자에게 마늘과 함께 양파를 제공했다. 섭취하면 힘이 생긴다고 여겨서다. 미라의 눈과 겨드랑이엔 양파를 끼워 넣었다. 
 한반도엔 1890년께 들어왔다. 화교 촌이 있는 인천에 자장면과 함께 상륙했다는 설도 있다. 삼국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파에 비하면 국내에서 식용의 역사는 길지 않다.    
 각종 요리에서 양파는 단골 향신료(양념)다. 특히 생선ㆍ육류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 그만이다. 마늘과는 달리 가열하면 냄새가 사라지는 것도 향신료로서의 장점이다.
 양파는 건강상 효능이 다양하다. 
 강정ㆍ피로 회복ㆍ체력 향상에 유익하다. 서양에서 권투ㆍ사이클 등 체력 소모가 심한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애호하는 것은 이래서다. 
 천연의 항생제로도 유효하다. 살균 효과가 마늘만큼 강력하진 않다. 마늘보다 훨씬 많이 먹을 수 있으므로 식중독균 등 유해세균에겐 마늘 이상으로 위협적인 존재다. 음식이 쉬 상하고 식중독 사고가 잦은 여름엔 마늘ㆍ양파가 예방약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 감기 환자가 있는 방에 양파를 비치하는 것도 양파의 살균 작용을 기대해서다.
 동맥경화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도 돕는다. 양파를 자르면 눈물이 쏙 나온다. 양파의 자극성 물질인 황화알릴 때문이다. 체내에서 황화알릴은 알리신으로 변한다. 마늘의 냄새 성분으로도 유명한 알리신은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달라붙지 않게 한다. 각종 혈관질환 예방에 이로운 채소로 마늘과 함께 양파를 꼽는 것은 이래서다. 
 양파 껍질엔 쿼세틴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쿼세틴은 혈전을 녹이고 뭉친 혈액을 풀어준다. 분자량이 작어 체내 흡수도 잘 된다.
 항암효과도 기대된다. 동물실험에선 양파 추출물이 여러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확인됐다. 알리신ㆍ비타민 CㆍEㆍ셀레늄ㆍ쿼세틴ㆍ식이섬유 등 다양한 항암ㆍ항산화 물질이 양파에 풍부하게 든 덕분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선 붉은 양파 등 쿼세틴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으면 폐암 발생 위험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쿼세틴은 다른 어떤 식품보다 양파를 통해 효율적으로 체내 흡수된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신경이 예민해져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의 머리맡에 썬 양파나 잘게 다진 파를 그릇에 담아두는 것은 이래서다.  
 고혈압ㆍ당뇨병ㆍ천식ㆍ비만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고혈압 환자는 염분이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하는데 소금 대신 양파로 음식의 맛을 소금(나트륨) 섭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인 칼륨이 풍부하다(100g당 144㎎).  
 중국요리엔 양파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중국인이 살찌지 않는 이유가 양파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양파의 열량은 100g당 34㎉에 불과하다.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판매되는 양파 링은 332㎉다. 
 양파를 조리할 때는 웰빙성분인 황화 아릴과 쿼세틴이 손실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열에 강한 쿼세틴은 별 문제가 안 된다. 황화 아릴은 열은 물론 칼질에도 약하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양파를 먹는다면 가능한 한 날로 먹는 것이 좋다. 혈당 강하 성분인 황화알릴이 생 양파에 많이 들어 있어서다. 칼질이 불가피하다면 세로로 큼직하게 써는 것이 황화 아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콜레스테롤ㆍ혈압을 낮추려면 양파를 가열해서 먹는 것이 낫다. 양파를 기름에 볶으면 황화알릴이 트리슬피드ㆍ세파엔이란 성분으로 변하는데 이들이 콜레스테롤ㆍ혈압을 낮춰준다. 가열하기 15분 전 쯤에 미리 양파를 썰어두면 트리슬피드가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양파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50g 가량이다. 중간 크기의 양파 4분의 1개 분량이다.
 양파는 맛에 따라 단 것(mild onion)와 매운 것(strong onion)으로 분류된다. 색은 흰색ㆍ노란색ㆍ붉은색이 있다. 붉은색은 매운 맛이 강하고 노란색은 단맛이다. 흰색은 조생종으로 연하기는 하지만 부패하기 쉽다는 것이 약점이다.
 양파를 살 때는 굵고 껍질이 잘 벗겨지며 고유의 매운 맛과 향기가 강한 것을 고른다.  쥐었을 때 단단하고 껍질에 윤기가 있으며 잘 마른 것이 상품이다. 싹ㆍ뿌리가 난 것은 수분이 적어 맛이 떨어진다. 통풍이 잘 되는 어두운 곳이 양파 보관의 적소(適所)다. 

방상균 seduct1@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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