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1 09:10 (월)
장수식품 시리즈 - 19. 갈증 해소하고 머리 맑게 하는 미나리
장수식품 시리즈 - 19. 갈증 해소하고 머리 맑게 하는 미나리
  • 박태균
  • 승인 2019.05.31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수식품 시리즈 - 19. 갈증 해소하고 머리 맑게 하는 미나리
장수식품 시리즈 - 19. 갈증 해소하고 머리 맑게 하는 미나리

-음력 5월5일 단옷날은 ‘미나리 환갑날’

-음주 전에 생즙 마시면 숙취 완화에 효과적


 “봄이 오면 냉이보다 더 먼저 미나리 새순 올라온다/봄볕처럼 환하게 미나리가 올라오면/피는 것이 꽃만은 아니다/꽃이 피고,/인생이 피고,/사랑이 피고,/내 얼굴도 싱싱하게 핀다.”
 이연숙 시인의 ‘미나리 밭’이란 시의 한 대목이다. 
 시인은 ‘봄의 전령’인 미나리와 함께 자신도 더 싱싱해진다고 노래했다.
 미나리는 향긋한 냄새만큼이나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채소다. 
 미나리는 음력 4월8일인 석가탄신일(초파일)의 절식(節食)이다. 초파일의 별칭은 등석(燈夕)이다. 이날 저녁 사찰은 물론이고 가정이나 거리에서 연등을 다는 날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손님을 초대해 미나리강회ㆍ느티떡ㆍ콩조림 등 소찬으로 대접하는 것은 오래 전해진 풍습이었다. 아이들은 등우 밑에 철쭉 잎을 넣어 만든 시루떡과 볶은 검정콩, 삶은 미나리나물을 가져다 놓았다. 
 이 무렵 느티나무엔 새싹이 돋아난다. 연한 느티잎을 따 잘 씻은 뒤 맵쌀가루에 섞어 찐 설기떡이 느티떡이다. 느티떡이 등석의 간식거리라면 이날 밥상에 자주 오르는 것은 미나리나물ㆍ미나리강회 등 미나리 반찬이다. 끓는 물에 데친 미나리에 파를 섞고 초고추장에 무친 것이 미나리나물. 달걀지단ㆍ편육ㆍ쇠고기볶음ㆍ버섯ㆍ고추 등을 가늘게 채 썰어서 데친 미나리에 끼운 뒤 예쁘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이 미나리강회다. 이 음식은 미나리의 향과 씹는 맛을 최고로 살린 별미다. 강회는 숙회(熟膾)의 일종으로 미나리 대신 파를 사용하면 파강회가 된다. 우리 조상은 등석에 파강회도 즐겨 드셨다.
 미나리는 봄을 상징하는 향채다. 물과 연(緣)이 깊다.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영어 명칭도 water dropwort(또는 water celery)다. 중국에선 수영(水英)ㆍ수근(水芹)으로 불린다. 주성분도 수분(95%)이다.
미나리는 돌ㆍ밭ㆍ논 미나리 등이 있다. 돌미나리는 자연산이다. 향이 강하고 칼슘ㆍ비타민 C가 풍부하나 맛이 떫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성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추천된다. 인공 재배하는 논ㆍ밭미나리는 돌미나리보다 향은 약하지만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밭미나리는 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줄기 안쪽이 꽉 차 있다. 논 미나리는 땅이 걸고 물이 많이 괸 논(미나리꽝)에서 나오는데 줄기가 길고 안쪽이 비어 있다. 독미나리는 식용해선 안 된다. 시쿠톡신이란 독성분이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독미나리는 향이 없고 악취가 나며 뿌리가 녹색이다. 키는 식용 미나리의 3배 쯤 크다.  
 세계에서 미나리를 가장 즐겨 먹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강회ㆍ잎쌈ㆍ생채ㆍ김치ㆍ볶음ㆍ전골ㆍ매운탕 등 미나리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수두룩하다. 음력 3월의 절식인 탕평채에도 청포묵ㆍ돼지고기ㆍ김과 함께 들어간다. 
 경기도 동두천에선 단옷날(음력 5월5일)을 ‘미나리 환갑날’이라고 부른다. 단오 무렵엔 미나리가 억세지기 때문에 이날 마지막으로 미나리를 넣은 조깃국을 끓여먹는 데서 유래했다. 
예부터 미나리는 3덕(三德) 채소로 예찬됐다. 때 묻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심지, 음지의 악조건을 이겨내는 생명력,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강인함이 미나리의 3덕이다.  
 복어 탕엔 반드시 미나리가 들어간다. 복어의 독을 중화시킨다고 소문나서다. 미나리의 해독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복국을 먹을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향긋한 봄의 정취와 함께 식이섬유ㆍ칼슘ㆍ칼륨ㆍ비타민 Aㆍ비타민 B군 등 미나리의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방에선 주로 가을에 채취한 잎ㆍ줄기를 햇볕에 말려 잘 썬 뒤 약재로 쓴다. 생 미나리 즙도 권장한다.
 '동의보감'엔 “미나리가 갈증을 해소하고 머리를 맑게 하며 주독(酒毒)을 풀어준다”고 쓰여 있다. 술 마시기 전에 생즙을 마시면 숙취가 가벼워진다는 말은 이를 근거로 해서 나왔다.
 민간에선 감기ㆍ독감ㆍ수족 냉증의 예방ㆍ치료에 이로운 채소로 알려져 있다. 발한ㆍ보온ㆍ해열 효과가 있다고 봐서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추천할만하다. 열량이 생것은 100g당 16㎉, 데친 것은 2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으로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므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물로 잘 헹궈먹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색이 나빠지고 풍미가 사라지며 비타민 C 등 영양 성분이 파괴된다.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  논ㆍ개천ㆍ습지에서 자라서 거머리나 불순물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다. 씻을 때 놋수저를 담가두면 눈에 보이지 않던 거머리까지 빠져나온다. 
 복어ㆍ녹두묵ㆍ김이 미나리와 ‘찰떡궁합’이다.

박태균 fooding123@foodnmed.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