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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 21. 약성이 뛰어나  ‘의초’(醫草)라고 불린 쑥 
장수식품 시리즈 - 21. 약성이 뛰어나  ‘의초’(醫草)라고 불린 쑥 
  • 문현아
  • 승인 2019.05.3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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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 21. 약성이 뛰어나  ‘의초’(醫草)라고 불린 쑥 
장수식품 시리즈 - 21. 약성이 뛰어나  ‘의초’(醫草)라고 불린 쑥 

-한방에선 성질이 따뜻한 쑥을 양기 보충 약재로 간주

-생리불순ㆍ생리통ㆍ자궁 질환 여성에게 쑥 섭취 추천  

 
 한식(寒食)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대개 식목일(4월5일)과 겹친다. 한식은 설날ㆍ단오ㆍ추석과 함께 제사ㆍ성묘를 하는 우리 민족의 4대 명절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통 청명(淸明)일과 겹치거나 하루 다음 날이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오십보백보라는 의미)라는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이날은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것이 오래된 풍습이어서 한식이다. 
 한식의 절기 음식은 쑥떡ㆍ쑥탕(쑥국) 등 쑥을 재료로 한 음식이다.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오는 쑥은 단오(端午, 음력 5월5일)의 절기식품이기도 하다. 이날 쑥을 뜯어서 떡을 만드는데 그 모양이 달구지 같아 술의날(수릿날)이라고 불렀다는 학설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날 쑥ㆍ익모초ㆍ인동초를 뜯어 말려 두었다가 약재로 썼다. 단오엔 무슨 풀이든 약이 된다고 믿어 약재로 쓰거나 약찜ㆍ뜸에 사용했다. 요즘도 단옷날 쑥과 익모초를 채취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연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여겨서다. 익모초(益母草)는 이름 그대로 산모(産母) 건강에 이로운 풀로, 몸을 따뜻하게 하여 몸이 냉(冷)한 것을 다스리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쑥의 한자명은 애(艾)다. 한방에선 애엽(艾葉)이라 칭한다. 오래 묵은 쑥을 숙애(熟艾)라 하는데 쑥뜸을 할 때는 대개 숙애를 쓴다. 50세가 되면 머리털이 약쑥같이 하얘진다고 하여 애년(艾年), 50세가 넘으면 애로(艾老)라고 불렀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쑥은 예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쑥을 ‘의초’(醫草)라고 부른 것은 그만큼 약성(藥性)이 뛰어나다고 봐서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의 고의서(古醫書)인 ‘명의별록’엔 “쑥은 백병(百病)을 구한다”고 기술돼 있다.
 한방에서 쑥은 성질이 따뜻해서 양기를 보충하는 약재로 친다.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고 본다.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냉증 환자에게 쑥 섭취와 함께 쑥뜸 치료를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중국의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도 “속을 덥게 하고 냉을 쫓으며 습(濕)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몸이 데워지면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 이유로 한방에서 쑥은 '혈액순환 개선제’다. 생리불순ㆍ생리통ㆍ자궁 질환 여성에게 처방되는 것은 그래서다.
 ‘봄 쑥은 처녀 속살을 키운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여성 건강에 이롭다는 뜻이다. 
 ‘생리 때마다 여드름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쑥이 권장된다. 생리 전후 여드름이 심해지는 것을 한방에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탓으로 봐서다. 자궁에 어혈(瘀血, 뭉쳐 있는 피)이 몰리면서 따뜻한 기운이 하체로 내려오지 못하고 위로 치솟기 때문에 얼굴에 여드름이 돋는다는 것이다. 
 민간에선 코피 등을 막는 지혈제나 설사약으로 썼다. 코피가 멎지 않으면 쑥을 태운 재를 콧구멍에 붙였다. 설사가 오래 지속되면 쑥 우린 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말린 쑥 한줌과 생강 한 뿌리를 물(600㎖)에 넣고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푹 달인 쑥물을 하루 세 번 마시라고 했다. 민간에선 또 여름철에 모기가 극성을 부리면 쑥을 말려 불을 피워 모기를 쫓아내기도 했다. 
 쑥은 간(肝) 건강에도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을 일부러 망가뜨린 실험동물에 쑥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간의 손상이 줄어들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쑥에 든 항산화 성분(유해산소 제거)이 간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조상이 한식에 청명주를 즐기면서 쑥떡ㆍ쑥국을  함께 드신 것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활의 지혜라 볼 수 있다.
 영양적으론 칼슘ㆍ철분ㆍ비타민 Aㆍ비타민 Cㆍ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식품이다. 특히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  
 쑥은 환절기 감기 예방과 봄철 피부 보호에도 이롭다. 비타민A와 C가 풍부해서다. 특히 면역력을 강화하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는 80g만 섭취해도 하루 필요량을 거의 충당할 수 있다. 게다가 비타민 A는 열에 강한 편이어서 쑥의 조리 도중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쑥은 달래ㆍ냉이ㆍ씀바귀 등과 함께 봄에 온 몸이 나른해지는 춘곤증 예방을 돕는 봄나물이다. 춘곤증에 시달리는 3∼5월엔 식욕도 멀찌감치 달아나기 쉽다. 이 시기에 쑥 냄새는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는데 이롭다. 춘곤증에 입맛이 달아났을 때는 쑥인절미ㆍ쑥떡ㆍ쑥굴리ㆍ쑥전ㆍ쑥단자ㆍ쑥버무리ㆍ쑥된장국 등이 훌륭한 식욕촉진제였다. 
 이중 파란 빛깔의 쑥떡은 한식과 이보다 며칠 앞선 삼짇날(음력 3월3일)의 절식이다. 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유왕(幽王)이 너무 방탕해서 이를 걱정한 신하가 삼짇날에 쑥떡을 바쳤더니 나라가 크게 태평해졌다는 고사가 전해 내려온다. 이때부터 쑥떡은 장수를 돕고 사기(邪氣)를 쫓는 효력이 있다고 믿었고 삼짇날ㆍ한식ㆍ단오 등 음력 3∼5월의 시식(時食)으로 발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쑥의 제철은 늦은 봄(5월 이후)이므로 옛 사람들이 삼짇날ㆍ한식에 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린 쑥을 찹쌀가루와 함께 절구에 넣고 부드럽게 찧어서 버무린 뒤 시루에 안쳐서 푹 찌면 쑥떡이 만들어진다. 
 된장을 듬뿍 푼 국에 어린 쑥을 넣어 끓인 쑥 된장국도 봄철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리는 음식이다. 쑥(400g)의 뿌리를 잘라내고 다듬어 씻은 뒤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쌀뜨물(6컵)에 국물용 멸치(20g)를 넣어 멸치 국물을 우려낸다→멸치 국물에 된장 2큰 술을 풀어넣고 끓이다가 미리 준비해둔 쑥을 넣고 잠깐 끓인다(이때 쑥을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맛의 비결) 등 세 단계가 거치면 쑥 된장국이 완성된다.  
 애탕(艾湯)이란 봄철 쑥 음식도 있다. ‘애탕=쑥탕’이다. 이 음식은 데친 쑥을 고기와 함께 이기고 빚는다→계란을 씌워 완자를 만든다→펄펄 끓는 장국에 넣는다 등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요리다.  
 쑥이 파란 것은 엽록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쑥 고유의 색깔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려면 데치기 전에 소금물에 살짝 담그는 것이 요령이다. 일부 음식점 등에선 소금 대신 소다를 넣어서 쑥의 색깔을 보전한다. 소다가 우리 건강에 특별히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소다를 첨가하면 쑥에 함유된 비타민 B가 대량으로 파괴된다. 쑥이 물러져 질감도 떨어진다.  
 맛이 쓰고 향이 강한 쑥은 음식의 단독재료로 쓰기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쑥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은 쑥 튀김이 거의 유일하다.
 쑥은 지천에 널려 있어 서민이 즐겨 먹는 채소였다. 가난한 사람의 집을 쑥집ㆍ쑥문이라고 부른 것은 이래서다. 생명력도 강하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제일 먼저 올라온 것이 쑥이라 하여 ‘쑥밭’이란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장수식품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문현아 moo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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