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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 24. '이것 나는 데 미인 난다'는 속담의 과학적 근거는?
장수식품 시리즈 - 24. '이것 나는 데 미인 난다'는 속담의 과학적 근거는?
  • 문현아
  • 승인 2019.05.31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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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시리즈 - 24.  '이것 나는 데 미인 난다'는 속담의 과학적 근거는?
장수식품 시리즈 - 24. '이것 나는 데 미인 난다'는 속담의 과학적 근거는?

 

-일본에선 사과 주산지 주민의 고혈압 유병률 낮아

- 아침에 먹으면 ’금‘, 점심엔 ’은‘, 저녁엔 ’독‘  
 
 ‘하루에 사과 한 개씩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영국 속담이 있다. 서구인은 사과가 익는 계절이면 사람이 건강해진다고 믿어 가장 실천이 쉬운 건강법으로 ’하루에 사과 하나 먹기‘를 권장한다.
 일본에서도 ’하루 한 개의 사과는 성인병을 멀리한다‘는 말이 민간에 회자된다. 우리 조상은 ’사과 나는데 미인 난다‘고 했다. 
 하루에 사과 한 개씩을 꾸준히 먹으면 수명이 10%가량 늘어난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홍콩 소재 중국인대학 연구진은 평균 50일이 수명인 초파리는 사과 추출물을 먹을 경우 일반 초파리보다 10% 많은 5일 정도를 더 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과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이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농업과 식품화학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2011년 3월호에 소개됐다.
 신석기 시대의 화석에도 새겨져 있을 정도로 사과는 지구상에 출현한지 오래 된 과일이다. 인류는 5000년 전부터 사과를 재배ㆍ저장해온 것으로 추정되며 구약성서에도 등장한다. 선악과인 ’사과를 먹지 말라‘는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과를 몰라 먹다 들킨 아담의 목구멍에 그만 사과가 걸렸다는 대목이다. 남성의 목 중간쯤에 연골이 약간 돌출된 부위를 ‘아담의 사과’라고 한다.
 아담의 사과 외에 뉴턴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이야기도 유명하다. 아담의 사과는 종교, 뉴턴의 사과는 과학, 빌헬름 텔의 사과는 정치를 낳은 사과로 통한다.
 ’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사과는 가을이 제철이다. 조생종은 8월 말부터, 배의 조생종은 9월 초부터 출하되기 시작하며 대표 품종인 후지 사과는 10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사과(후지 기준)는 100g당 83.6g인 수분과 15.8g인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며 열량은 100g당 후지 57㎉, 아오리 44㎉, 홍옥 46㎉다.  
 영양상의 장점은 칼륨ㆍ비타민 Cㆍ유기산ㆍ펙틴ㆍ플라보노이드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중 칼륨은 소금 성분인 나트륨을 우리 몸 밖으로 배출하는 미네랄인데 후지 100g당 칼륨 함량은 95㎎, 아오리는 99㎎,  홍옥은 39㎎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사과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고혈압 환자가 유독 많은 일본 동북지방에서 유일하게 고혈압 발생률이 낮은 지역이 일본 내 최대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과하면 비타민 C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반의 예상이나 기대보다는 적게 들어 있다. 사과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4∼10㎎으로 같은 무게의 오렌지(43㎎)ㆍ레몬(70㎎)ㆍ딸기(71㎎)보다 낮다. ‘사과 나는 데 미인 난다’는 우리 속담은 비타민 C가 피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능금산(사과산)ㆍ구연산ㆍ주석산 등 유기산은 피로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춰준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동맥에 찌꺼기가 쌓이는 것을 막아주며 암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사과가 심장병 등 혈관질환이나 암 예방에 이로울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맛은 단 맛과  신맛이 섞여 있다. 단맛은 당분, 산뜻하고 신 맛은  사과산ㆍ주석산ㆍ구연산 등 유기산 덕분이다. 사과는 익을수록 녹말(전분)이 당과 알코올로 바뀌면서 당도가 높아진다. 
 사과는 아침에 먹으면 ’금‘, 점심엔 ’은‘, 저녁엔 ’독‘이라는 말이 있다. 저녁에 사과를 먹으면 유기산의 일종인 사과산이 위의 산도(酸度)를 높여 속을 쓰리게 하고 식이섬유가 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사과의 탄수화물이 그대로 축적돼 체중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독이라 표현한 듯하다.  
 평소 장 건강이 나쁜 사람은 잠자기 전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사과를 여러 개 먹으면 소화가 힘들 수 있다. 운동 등 에너지 소모가 적은 야간에 사과를 다수 섭취하면 체중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과산은 위에서 분비되는 강산인 위산보다 산도가 훨씬 약하므로 저녁에 먹는 사과를 독이라 칭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좋은 것은 일반적으로 오전에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데 이때 사과를 먹으면 포도당이 공급돼 두뇌활동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과를 고르는 일은 신선한 수박 고르기보다 더 어렵다. 껍질 외엔 선택 기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사과엔 꼭지가 없다. 사과도 수박처럼 꼭지가 달려 있어야 잘 시들지 않고 신선도를 오래 유지한다.  꼭지가 달려 있으면 일반 소비자도 신선한 사과를 간단히 고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사과 재배 농가들은 일부러 사과 꼭지를 자른다. 골판지 위에 사과를 놓고 포장할 때 사과가 움직이면서 옆 사과에 흠집을 낼까봐 우려해서다. 사과의 모양은 타원형인 것이 양질이다. 사과 전체에 색깔이 고르면서 만졌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것을 사는 것이 차선책이다.  
 식이섬유와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등 사과의 다양한 건강 성분은 껍질에 대부분 몰려있으므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농약 잔류를 우려해 껍질을 벗기고 먹는 사람이 많지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사과도 출시되고 있다.
 사과를 깎으면 속살이 금방 갈색으로 변하는 데 깎은 사과를 0.5% 소금물에 담갔다 내놓으면 갈변을 막을 수 있다. 
 보관할 때는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따로 둬야 한다.  사과에 든 식물의 노화호르몬인 에틸렌이 주변 과일ㆍ채소의 숙성을 촉진시켜 금방 무르게 하고 시들게 해서다. 사과를 보관할 때는 냉장고의 다른 칸에 두거나 비닐에 싸 두는 게 좋다. 사과와 감자는 같이 둬도 괜찮은데 이는 사과의 에틸렌이 감자에 싹이 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사과가 건강에 이로운 과일인 것은 분명하나 ’오복(五福)의 하나‘로 꼽히는 치아 건강엔 해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런던 킹스칼리지 치과 연구소가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정기적으로 사과를 먹은 사람은 치아의 상아질 손상이 3.7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탄산음료를 정기적으로 마신 사람은 치아 손상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 사과 한 개엔 대략 찻숟가락 4개 정도의 설탕이 있다. 탄산음료 한 캔에 찻숟가락 8개 정도의 당분이 있지만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사과를 먹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사과 쪽이 치아 손상도 더 클 수 있다. 
 사과 조각은 이 사이에 끼어 양치질이나 치실로 없애기 전엔 계속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과를 먹은 뒤엔 즉시 물을 마시거나 산을 중화시키는 칼슘이 풍부한 우유ㆍ치즈 등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문현아 moon@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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