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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왜 남성보다 오래 사나?
여성이 왜 남성보다 오래 사나?
  • 박태균
  • 승인 2019.05.3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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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왜 남성보다 오래 사나?
여성이 왜 남성보다 오래 사나?

-여성이 더 장수하도록 설계됐다는 주장 나와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의 특성 차이일 수도

유엔인구기금(UNFPA) 2012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84.0세로 세계 8위다. 남성은 77.3세로 세계 26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2009년 기준 자료에도 여성의 기대수명은  83.2세, 남자는 76.5세로 남녀의 수명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성한 ‘세계보건통계 2010년’을 보면 2008년 출생아 기준으로 지구에 사는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세, 여성은 70세이다. 전 지구를 통틀어 여성이 남성보다 4년 더 사는 셈이다. 
 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살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속에 어떻게 살아야 장수하는지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더 장수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남자 아이는 여아보다 어릴 때 숨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어린이 익사ㆍ독극물ㆍ화상ㆍ낙상ㆍ교통사고 등 5대 사고에 남아들이 더 자주 연루되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의 자연 성비(性比, 여아 100명당 남아수)가 106∼108명인 것은 조물주의 속 깊은 ‘배려’라는 해석도 있다. 남아 수가 약간 많아야 아이가 자라서 결혼 적령기가 될 무렵에는 남녀 비율이 엇비슷해진다는 것이다.  
 남성을 남성답게,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성(性)호르몬의 차이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특성 차이가 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으로 인해 느리지만 꾸준히 행동한다. 그 결과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가 덜 만들어진다. 남성은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행동이 급하다. 움직임이 과격하고 빨라지면 활성산소의 생성이 증가된다. 적당하고 꾸준한 유산소운동은 활성산소를 줄여 주지만 과격한 무산소운동은 활성산소를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성호르몬은 심장병ㆍ골다공증ㆍ골절 등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질들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준다.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나오지 않을 때 이런 질병의 발병률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은 그래서다. 여성호르몬은 몸을 유연하게 해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가 닥쳤을 때 다치거나 숨질 위험을 낮춰준다. 

남성호르몬은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돌연사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심장병 환자에게 남성호르몬을 처방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성 (性)염색체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남녀의 수명 차이를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남성(XY)은 X염색체를 한개만 갖고 있으나 여성(XX)은 두개를 보유하므로 설령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이를 대체할 여분이 있다는 것이다. X 염색체는 질병과 노화를 관장한다. 이 학설은 아직 논란 중이다.
 여성이 매달 생리를 하는 것도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생리 혈(血)을 통해 몸 안의 노폐물, 특히 피의 주성분인 철분이 체외 배출되는 것이 장수ㆍ건강에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철분은 한편으로는 빈혈을 예방하는 고마운 미네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되면 비타민 C 등과 반응해 활성산소를 다량 발생시킨다. 또 간(肝)에 철분이 쌓이면 간조직이 손상되고 심장ㆍ신장 등에 축적되면 퇴행성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남성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것이 장수에 유익하다는 주장은 이래서 나왔다.   
 여성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남성보다 앞선다는 것도 여성이 더 오래 사는 이유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울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미국 UCLA대학 연구팀은 남녀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법이 다른 것에 주목했다(‘심리학 리뷰’지, 2000년 7월). 이 연구에서 여성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비해 남성은 자신을 고립시키거나 적대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과 마찬가지로 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혈압ㆍ혈중(血中)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곧 바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스트레스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유해성도 낮춰준다, 남성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되지만 양이 여성보다 훨씬 적다. 
 질병에 걸렸을 때의 대처법에서도 남녀 차이가 있으며 이 역시 평균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은 아플 때 남성보다 빨리 병원을 찾아가 병을 키우지 않는다. 국립암센터가 성인 4140명을 대상으로‘2012년 암 검진 수검 행태’를 조사한 결과 63.4%가 암 검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도 여성의 암 검진 수검률은 64.9%로 남성(59.6%)보다 높았다. 핀란드 투르크대학 연구팀은 생활에 불만족인 남성은 낙관적인 남성보다 사망위험이 두배 높았으나 이같은 차이가 여성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미국 역학회’지, 2000년 11월). 고단한 삶을 사는 남성은 음주ㆍ흡연ㆍ무절제한 생활에 빠지기 쉬운데 반해 여성은 친구ㆍ전문가를 찾아 상의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식으로 풀어 자신의 수명을 까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태균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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