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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건강한 식생활 7. 아이의 채식주의, 권할 만한가?
아이의 건강한 식생활 7. 아이의 채식주의, 권할 만한가?
  • 박태균
  • 승인 2019.06.08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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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채식주의, 권할 만한가?
아이의 채식주의, 권할 만한가?

-극단적인 채식주의는 오히려 건강에 유해

-성장기 어린이와 채식주의는 '궁합' 안 맞아

 

기내식에 채식주의자 메뉴가 따로 제공되고, 채식주의자용 가짜 고기가 등장했다. ‘고기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딸과 기여이 고기를 먹이고야 말겠다는 아버지’가 등장하는 소설('채식주의자', 한강 저)도 있다.
웰빙 열풍으로 채식주의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뿌리는 오래 됐다. 불교의 교리상 석가모니는 채식주의자였을 것이다. 소크라테스ㆍ플라톤ㆍ아리스토텔레스ㆍ버나드 쇼도 채식주의 저명인사다.
채식주의는 웰빙식으로 통한다. 고혈압ㆍ당뇨병ㆍ심장병ㆍ뇌졸중ㆍ일부 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체중을 줄이는 데 유용한 것으로 인식돼서다.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채식주의자 간에도 등급이 있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모두 동물성 식품을 금기시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비건’은 계란ㆍ우유ㆍ벌꿀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식단에서 배제시킨다. ‘락토’는 우유ㆍ치즈등 유제품은 먹지만 계란은 피하고 ‘락토오보’는 계란과 우유ㆍ치즈ㆍ요구르트 등 유제품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를 가리킨다. ‘페스코’는 생선까지도 먹는다.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는 대부분 ‘락토’이거나 ‘락토오보’다.
 일부는 동물 보호나 종교적ㆍ경제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만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채식 위주의 식사가 육식보다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극단적인 채식주의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영양소가 둘 있다.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B12다. 완고한 채식주의자(베간)라면 이 두 영양소의 섭취가 불가능하다. 콜레스테롤은 문제가 안 된다. 식품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몸에서 콜레스테롤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B12는 결핍되면 악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신경계나 소화기관 손상도 우려된다. ‘락토’(우유는 섭취)나 ‘락토-오보’(우유ㆍ계란은 섭취)라면 비타민 B12의 보충이 불필요하다. 우유ㆍ계란에 이 비타민이 들어 있어서다. 베간이라면 종합 비타민제나 비타민 B12가 첨가된 시리얼ㆍ두유 등을 섭취,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 특히 임신부나 모유를 먹이는 산모에게 비타민 B12는 필수다. 소홀히 하면 아기의 신경 발달이 지연되거나 정신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칼슘ㆍ철분ㆍ아연은 채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힘든 미네랄이다.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성장 지연, 뼈와 치아의 이상이 온다. 철분이 부족하면 철 결핍성 빈혈을 초래한다. 아연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돕는다.
채식주의자의 칼슘 섭취가 부족한 것은 ‘칼슘의 왕’인 우유ㆍ치즈ㆍ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외면해서다. 베간이라면 칼슘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녹색 채소ㆍ콩류ㆍ견과류)의 섭취를 늘린다.
철분은 시금치ㆍ브로콜리ㆍ콩 등에 들어있지만 체내 흡수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에 비해 적색육에 든 철분의 흡수율은 20% 가량이다. 채소엔 피트산ㆍ옥살산 등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빈혈이 잦은 젊은 여성 채식주의자에게 철분제 복용을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아연은 통밀ㆍ현미 등 전곡(全穀)과 콩ㆍ견과류 등 일부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다. 그러나 적색육ㆍ생선ㆍ굴ㆍ닭고기 등 동물성 식품에 든 아연에 비해 흡수율이 낮다.
과거엔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먹어야 영양적으로 ‘완전한’ 단백질의 섭취가 가능하다고 여겼다. 요즘은 채식주의자라도 여러 식품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영양상 문제가 없다고 본다. 
 콩밥을 먹으면 메티오닌(아미노산의 일종)이 부족한 콩의 약점과 라이신(아미노산의 일종)이 부족한 쌀의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보리밥은 콩밥보다 단백질의 질이 떨어진다. 보리와 쌀엔 라이신이 부족해서다.
채식주의자라도 비만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식탁에도 고열량ㆍ고지방 식품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선호하거나 칩ㆍ케이크ㆍ초콜릿ㆍ비스킷ㆍ프렌치 프라이 등을 즐기면 비만이 될 수 있다. 아몬드ㆍ호두ㆍ아보카도ㆍ올리브ㆍ올리브유ㆍ코코넛유ㆍ팜유ㆍ씨앗류 등 고지방 식물성 식품도 많다.
날씬한 채식주의자가 더 많은 것은 이들이 즐겨 먹는 채소ㆍ과일 등이 저열량ㆍ저지방ㆍ고식이섬유 식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알코올을 적게 섭취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닌 덕분이 더 크다.
임신 여성, 모유를 먹이는 산모,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 식사량이 부족한 노인과 채식주의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식물성 식품에 든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이 동물성 식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만 2세 이하의 영ㆍ유아는 지방ㆍ콜레스테롤ㆍ열량을 충분히 섭취해야 잘 자란다.
 미국영양사협회(ADA)는 채식주의는 임신 시기를 포함한 삶의 모든 단계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채식하면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비타민 B12ㆍ아연ㆍ칼슘 등)를 적절히 보충하는 등 ‘잘 짜인’ 채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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