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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가 7월의 제철 수산물로 선정한 전복
해수부가 7월의 제철 수산물로 선정한 전복
  • 박태균
  • 승인 2019.07.0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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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가 7월의 제철 수산물로 선정한 전복
해수부가 7월의 제철 수산물로 선정한 전복

 -별명이 ‘동방의 불로초’ㆍ‘바다의 산삼’인 이유?
 -여름에서 가을까지 채취한 것의 맛이 최고

 
 해양수산부는 최근 7월의 웰빙 제철 수산물로 장어와 함께 전복을 선정했다. 
 전복은 별명이 ‘동방의 불로초’ㆍ‘바다의 산삼’이다. 불로장수를 열망한 진시황이 삼천동자(숫총각)를 모아 영생(永生)의 식품을 구해오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서복(徐福)이 봉래섬(제주도)까지 와서 전복을 캐어 진상했다고 한다.  
 전복은 흔히 ‘패류의 황제’로 통한다. 패류 중에서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 이런 별명이 붙었다. 요즘은 양식을 통해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과거엔 아무나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중국ㆍ일본인도 전복을 즐긴다. 한국ㆍ일본에선 회로 먹거나 익혀서 탕ㆍ죽 등에 넣어 먹거나 젓갈로 담가 먹는데 반해 중국에선 말린 것을 불려 먹는다. 서양인에겐 오랫동안 금기 식품이었다. “껍데기가 한쪽밖에 없는 전복을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오히려 껍데기 더 관심을 가졌다. 단단해서 어지간한 충격엔 부서지지 않는 전복 껍데기를 탱크의 철갑 소재로 이용했다.
 전복은 한자로 포(鮑) 또는 복(鰒)이라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전복을 복어(鰒魚)라고 칭한 것은 그래서다. 
 영양적인 강점은 저지방(지방 함량 1% 미만)ㆍ고단백(13~15%)의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것이다. 말린 것엔 단백질이 100g당 56g이나 들어 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다양해 단백질의 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단백질은 약 20종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이중 전복에 든 타우린ㆍ아르기닌ㆍ메티오닌ㆍ시스테인 등 ‘아미노산 4인방’은 전복을 웰빙 식품의 반열에 들게 한 주역이다.  
 타우린은 전복 100g당 약 1.8g 들어 있다. 어패류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전복을 쪄서 말렸을 때 표면에 붙은 흰 가루 성분이다. 말린 오징어나 문어 표면에 묻어 있는 흰 가루도 같은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ㆍ심장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건강에 필수적이다. 성인의 시력 회복ㆍ태아의 망막 형성ㆍ유아기의 시력 발달을 돕는다. “임산부가 전복을 먹으면 시력이 좋은 아이를 낳는다”는 옛말은 이래서 나왔다. 전복의 옛 별명이 천리광(千里光)이며 일부 안약에 타우린이 들어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방에선 전복을 석결명(石決明)이라 부른다. 결명자처럼 눈을 밝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타우린은 고혈압ㆍ심장병ㆍ간질환 예방도 돕는다. 특히 소금 섭취가 많은 사람에게 생기기 쉬운 고혈압과 심부전(심장의 기능이 약해져 혈액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질병)의 예방ㆍ치료에 유용하다. 고혈압 환자에게 타우린을 매일 6g씩 꾸준히 복용하게 했더니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전복엔 타우린 외에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도 풍부해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타우린은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주며 피로도 풀어준다. 박카스 등 드링크 류에 타우린을 첨가하는 것은 이래서다.  
 메티오닌ㆍ시스테인 등 함황(含黃, 황 성분이 든) 아미노산도 들어 있다. 함황 아미노산은 피로 해소ㆍ병후 원기 회복ㆍ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회복기 환자ㆍ허약 체질자ㆍ간 질환자ㆍ술꾼에게 전복죽을 권장하고,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모에게 전복을 고아 먹이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전복에 풍부한 아르기닌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사람을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강하게 한다. 식욕을 억제해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남자 정액 고형분의 70%가 이 아미노산이다. 따라서 부족하면 남성 불임증의 원인이 된다. 중국에서 전복을 해삼ㆍ상어 지느러미ㆍ물고기의 부레와 함께 최고의 강정식품(强精食品)으로 치는 것은 아르기닌의 효능 덕분일 것이다.
 여느 바다식품과 마찬가지로 전복엔 갑상선호르몬의 원료중 하나인 요오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비싸고 귀한 전복을 대충 고를 수는 없다. 살이 통통하게 찐 것이 상품이다. 껍데기(타원형)의 짧은 쪽과 긴 쪽의 비율이 2 대 3 가량인 것이 적당하다. 껍데기가 원에 가까우면 필리핀 등 위도가 낮은 국가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전복은 성장기간이 짧아 맛ㆍ영양이 떨어진다. 살의 색깔은 암컷은 진한 녹색, 수컷은 노란색이다.
 맛도 기막히다. 산란기(11월) 전인 여름에서 가을까지 채취한 것의 맛이 최고다. ‘자산어보’엔 “전복은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 최고”라고 기술돼 있다. 날 것을 생복이라고 하고 찐 것을 숙복, 말린 것을 건복이라 한다. 날로 먹으면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익혀 먹으면 감칠맛이 난다. 삼계탕에 전복을 넣으면 기름기가 줄어들어 맛이 담백해진다. 대개 한국ㆍ일본인은 회로, 중국인은 익혀서 먹는다. 여름에 회로 먹을 때는 장염 비브리오균 등 식중독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전복의 내장은 익혀 먹거나 젓갈을 담가 먹는 것이 좋다”(자산어보).  내장엔 해초 성분이 농축돼 있어 맛ㆍ향ㆍ영양이 뛰어나지만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전복을 물에 씻을 때는 박박 문질러야 살이 단단해진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전복을 쪄서 응달에 말린다. 이러면 모양ㆍ색깔의 변화 없이 3∼4년 보관이 가능하다. 
 전복이 들어간 대표 음식은 전복죽이다. 이때 내장을 함께 넣어 끓이면 맛이 더 살아난다. 전복에 쇠고기ㆍ간장ㆍ된장ㆍ기름ㆍ꿀 등을 넣어 조린 전복초, 얇게 저민 전복에 잣소를 넣은 전복쌈, 전복 가루를 다식판에 박아낸 전복다식도 있다.
 전복과 ‘찰떡궁합’인 식품은 우유다. 우유엔 전복에 부족하기 쉬운 필수 아미노산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노인에게 전복ㆍ우유죽을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조선시대엔 궁중 요리에 두루 쓰였다. 제왕이 주관한 연회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탐라지’엔 “제주에서 왕실에 진상한 세 가지 공물은 전복ㆍ감귤ㆍ말이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러나 고려 시대엔 서민도 즐겼던 조개다. 고려의 대표적인 공예품이 전복 껍데기를 이용한 나전칠기였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전복은 100여종이 서식한다. 국내엔 가장 작은 오분자기를 비롯해 말전복ㆍ시볼트전복ㆍ둥근전복ㆍ참전복 등 5종이 산다.
이중 남방종인 말전복ㆍ둥근전복ㆍ시볼트전복ㆍ오분자기는 따뜻한 제주도 연안에서만 채취된다. 전복 하면 흔히 제주도를 떠올리지만 전국에서 나는 전복 10마리 가운데 8마리 가량은 전남 완도에서 생산된다.

박태균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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