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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코이단의 보고(寶庫) 미역귀
후코이단의 보고(寶庫) 미역귀
  • 방상균
  • 승인 2019.07.1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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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코이단의 보고(寶庫) 미역귀
후코이단의 보고(寶庫) 미역귀

 -미역의 귀는 청각이 아니라 생식 기관
 -과거엔 파래ㆍ매생이처럼 천덕꾸러기 신세

 
 미역도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을까? 그럴 리는 없지만 귀는 있다. 
 다만 미역의 귀는 청각 기관이 아니라 생식 기관이다. 미역은 귀ㆍ줄기ㆍ잎 세 부위로 나눌 수 있다. 생김새가 사람 귀 모양과 닮아서 미역귀다. 뇌처럼 굵은 주름이 잡힌 꽃같이도 보인다. 미역의 윗동에 달린 딱딱한 부위인데 학술 명칭은 미역 포자엽이다. 여기서 미역의 씨앗(포자)이 나와  ‘미역의 생식기’로도 통한다. 
 미역귀도 과거엔 파래ㆍ매생이처럼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잎ㆍ줄기보다  두껍고 부드러운 맛이 떨어져서다. 그냥 버려지거나 마을 주민만 먹곤 했다. 요즘은 웰빙 식품으로 대접 받고 있다. 암 예방ㆍ혈관 건강 개선ㆍ면역력 증강 등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역의 ‘힐링 파워’(healing power)는 알긴산(식이섬유의 일종)과 후코이단(다당류의 일종)의 합작품이다.   
 알긴산과 후코이단은 미역ㆍ김ㆍ다시마 등 갈조류의 미끈미끈한 부위에 주로 들어 있지만 특히 미역귀에 풍부하다. 미역귀의 100g당 후코이단 함량은 12.8g으로 미역잎(1.7g)의 7배에 달한다. 미역의 세 부위 중 알긴산 함량도 귀가 최고다(잎의 약 6배).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대장(大腸) 청소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 건강에도 이롭다. 금세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사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비만 예방에도 기여한다.    
 후코이단(다당류의 일종)은 원래 미역 등 갈조류가 뜨거운 햇볕과 거친 파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가 생산한 물질이다. 식물이 가혹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물질이 수만 가지 식물성 생리활성물질(파이토케미컬)이며 이들이 항산화ㆍ항암 등 웰빙 효과를 나타내듯이 후코이단도 마찬가지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은 미역귀가 발암물질에 의한 암 발생 억제에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후코이단이나 알긴산의 ‘위력’일 것으로 짐작된다.
 미역ㆍ다시마ㆍ큰실말 등 후코이단을 추출할 수 있는 갈조류의 종류가 여럿이고 다양한 후코이단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제대로 고르기가 쉽진 않다. 황산기(黃酸基)의 함량이 높을수록 후코이단(고형분 기준)이 많을수록 양질이다. 후코이단은 후코스ㆍ자일로스 등 다당류 성분에 황산기(SO4-2)가 붙은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황산기가 있으면 후코이단, 없으면 단순 다당류다.  
 알리신ㆍ후코이단 외에 등 푸른 생선의 웰빙 성분인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이 미역귀에도 들어 있다.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을 돕는 성분이다. 고혈압ㆍ고지혈증ㆍ심장병 등 혈관 질환 환자에겐 알긴산과 오메가-3 지방이 함유된 미역귀를 추천할 만하다. 
 미역귀는 두껍고 점액이 많아 요리하기 쉽진 않다. 점액은 끓이면 대개 없어진다. 미역귀 무침(마른 미역귀를 고추장에 무친 음식)은 씹는 맛이 그만이다. 잡채에 목이버섯 대신 물에 불린 미역귀를 넣어도 잘 어울린다. 된장과도 궁합이 잘 맞아 미역귀 된장국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미역귀로 장조림도 만들 수 있다. 작게 미역귀를 자른 뒤 물에 불려 부드럽게 해 놓는 것이 요리의 포인트다. 표고버섯ㆍ죽순ㆍ마늘 등을 함께 넣어 졸이면 맛과 향이 더 살아난다. 
 모든 미역이 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쇠미역은 일반 미역과는 달리 귀가 없다. 점액도 없어 쌈ㆍ튀김용으로 인기가 높다. 가격은 일반 미역의 4배 이상이다.   미역 등 해조류는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에선 인기 만점이나 서양인에겐  ‘바다의 잡초’(sea weed)였다. 하지만 해조류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자 최근엔 서양에서도 ‘바다의 채소’(sea vegetable)로 격상됐다.  방상균 seduct1@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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