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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문제가 조마조마하게 느껴지는 네 가지 이유  
식량 문제가 조마조마하게 느껴지는 네 가지 이유  
  • 문현아
  • 승인 2019.07.17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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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문제가 조마조마하게 느껴지는 네 가지 이유 
식량 문제가 조마조마하게 느껴지는 네 가지 이유 

 -중국은 세계 식량의 ‘블랙홀’ 조짐
 -식량안보의 ‘마지노선’ 지켜야 

 
  2019년엔 우리나라에 UN식량농업기구(FAO) 한국 협력연락사무소가 설치된다. 연락사무소가 생기면 세계 식량안보에 우리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은 “세계 식량문제 해결, 한국이 이끈다”는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2018년 정부가 쌀 6만2300t을 해외에 원조한 것은 팩트다. 이 실적 중엔 식량위기가 심각한 중동ㆍ동아프리카 4개국에 사상 처음으로 쌀 5만t을 원조한 기록도 포함돼 있다. 한국이 식량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세계 유일의 나라라니 어깨를 조금 으쓱거려도 괜찮을 성 싶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내 코가 석자”란 속담이 잘 어울린다.  농작물 중 자급률이 가장 높은 쌀로 인한 착시 현상이 사태의 심각성을 가리고 있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24%(사료작물 포함)에도 미달하는 상황이다. 쌀을 제외하면 식량 자급률이 10%에도 못 미친다. 밀ㆍ옥수수의 자급률은 1~2%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 밀 500만t, 옥수수 1000만t을 포함해 곡물 1600만t을 수입했다.  
쌀이 조금 남아돈다고 해서 식량 걱정은 기우라고 보는 정부ㆍ국민ㆍ미디어의 시각은 위험하다. 위기의 본질은 “앞으로도 식량 떨어지면 외국에서 싸게 수입해 먹지”란 느슨함이다. 
식량 문제가 조마조마하게 느껴지는 것은 네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가뭄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 사막화ㆍ도시화, 미국의 바이오 연료정책(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 등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초래할 요인이 현재 진행형이다. 둘째, 우리 식탁에 값싼 식재료를 공급해온 중국이 식량 수입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은 일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세계 식량의 ‘블랙홀’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러시아도 자국 식량의 해외 수출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있다. 셋째, 외국에서 식량을 값싸게 사올 수 있는 시대는 저물었다. 2007∼2008년에 경험한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예고탄일 뿐이다. 당시 미디어에 식품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는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경제 용어가 자주 눈에 띄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제 곡물시장은 ‘엷은 시장’(thin market)이어서 공급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넷째, AI(조류 인플루엔자)ㆍ아프리카 돼지 열병(ASF)ㆍ구제역 등 가축 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도 식량 사정을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다.  
유비무환이다. 식량 위기란 ‘재앙’을 피하기 위해 국민ㆍ정부ㆍ기업이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국민은 식량을 아끼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등 생활 속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엔 쉬는 농지를 적극 활용하거나 이모작 등을 통해 식량 자급률의 ‘마지노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철통 방어에 나서야 한다. 곡물 등 식재료의 주요 사용처인 식품ㆍ농업기업은 해외농업(농지)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포스코대우가 2019년 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식량 파동’에 대비해 해외 전진기지(곡물터미널 지분 인수)를 마련한 것은 ‘좋은 스타트’가 될 수 있다. 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미국 곡물시장 진출 후 철수 등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식량안보란 용어를 새롭게 바꾸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서양에선 ‘food security’라고 하면 식품을 필요할 때 사 먹을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가리킨다. 자급률 앞에 붙은 곡물ㆍ식량ㆍ식품ㆍ양곡 등의 의미도 확실하게 규정해야 국민과 미디어가 헷갈리지 않는다. 식량안보나 식량위기는 미디어가 선호하는 기사거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찾아내 미디어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SNS가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미디어가 주목해야 소비자인 국민이 호응하고 다시 정치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미디어에 식량안보나 식량위기란 단어가 너무 진부하거나 기시감 있는 용어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식량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 삶과 행복을 위협할 수도 있다.   

문현아 moon@kof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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