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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식품열전] 35년 전 한국인의 식탁에 비싼 참치가 오르다
[롱런식품열전] 35년 전 한국인의 식탁에 비싼 참치가 오르다
  • 푸드앤메드
  • 승인 2016.11.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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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식품열전④ 동원F&B 동원참치



힘겹게 물길을 뚫은 햇빛 몇 줄기만이 은은히 주위를 밝히는 깊은 바다에 참치가 산다. 과거 ‘진짜 물고기’란 의미로 진어(眞魚)라 불리던 참치는 매끈하고 옹골찬 생김새, 힘차게 바다를 가르는 모습 때문에 ‘바다의 포르쉐’란 별명이 붙었다. 칼로리와 지방이 낮다고 해 ‘바다의 닭고기’, 뛰어난 맛과 영양 때문에 ‘바다의 귀족’이라고도 불린다.

생선 하나에 이토록 많은 애칭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생선이란 방증일 거다.

1982년, 동원산업(현 동원F&B)은 비싼 가격 때문에 소수에게만 사랑받던 참치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대중화했다. 덕분에 누구나 담백한 참치를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35년이 흐르는 동안 세대가 변하고 사람의 입맛과 취향도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동원참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과연 동원참치의 인기엔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 걸까.


광고에 헬리콥터 탑재한 참치잡이배 등장


1983년 동원참치 첫 TV 광고 ⓒ 동원F&B




값비싼 몸값 때문에 자주 회로 즐기기엔 부담스러운 참치. 비록 회론 즐기기 어려워도 통조림 하나면 귀하신 몸도 매일같이 밥상에 올릴 수 있다.

35년 전, 참치를 먹어본 사람보다 못 먹어본 사람이 더 많던 시기에 동원산업은 과감히 참치 통조림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지금보다 더 접하기 힘들었을 고급 생선 참치를 캔에 담아 보편화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당시로선 모험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당시 참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나 유통되는 부자 나라 식품이었으니 말이다.

기껏해야 꽁치 통조림 밖에 없던 때 동원산업은 중ㆍ상류층을 목표로 유통을 시작했다. 일종의 고급화 마케팅이었다. 당시 참치 원어는 국민 소득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팔렸다. 참치 통조림 한 캔은 약 1000원의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고급 식품이었다.

동원산업은 처음에 ‘동원참치’로 제품을 판매하다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번 입에 붙은 이름은 변경이 쉽지 않지만 동원산업은 개의치 않았다. 여기엔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었다. 참치는 담백한 맛이 닭고기를 연상케 한다. 동원산업은 그 점에 포인트를 둬 참치를 먹으며 고급 식재료인 소고기를 연상할 수 있도록 ‘살코기’란 단어를 넣었다.

고급화 전략은 포장에서도 이어졌다. 근해(近海)에선 보기 힘든 거대한 몸집의 참치가 바닷물을 박차고 솟구쳐 오르는 모습은 소비자의 뇌리에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헬리콥터가 탑재된 참치선망(그물의 한 종류)선이 바람을 일으키며 광활한 바다를 누비는 장면을 TV 광고로 활용하기도 했다.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난 참치 전쟁


1980년대는 동원산업에겐 참치 캔 소비가 급등하는 유쾌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후발주자가 호시탐탐 참치 통조림 시장을 노린 위기의 시기이기도 했다.

동원참치가 이름을 조금씩 알려 나가던 1983년, 다른 대기업이 잇따라 참치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동아제분과 해태가 각각 ‘동아 씨치킨’ㆍ‘해태 남태평양참치’로 참치 통조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원참치는 참치 시장의 완전한 1인자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광고 물량공세와 인지도를 내세워 밀어붙이는 다른 대기업과 쉽지 않은 경쟁을 벌여야만 했다.

동원산업은 흔들리지 않았다. 소비자의 취향과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소비자 테스트를 계속 진행했다. 제품의 품질을 높여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광고라 믿어서였다. 좋은 원료를 확보한 뒤 우수한 제품력으로 경쟁사와 맞섰다. 피 튀기는 경쟁이 예상됐지만 싱겁게도 참치 전쟁은 2년여 만에 동원참치의 승리로 끝났다. 이때부터 참치 통조림 시장은 다른 기업이 넘보기 힘든 동원산업의 무대가 됐다.

80년대 인기 선물세트였던 동원참치 ⓒ 동원F&B


동원참치는 시기도 잘 타고 태어났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며 국민소득이 크게 늘어났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ㆍ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우리 국민은 값싼 식재료보다 맛이 좋고 건강에 유익한 고급 식재료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1위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한 참치 시장에서 동원참치는 때마침 불어오던 고급화 바람을 타고 큰 인기를 누렸다. 1984년엔 추석에만 30만 세트 이상을 팔았다.

90년대에 들어 동원참치는 고급식품이란 이미지를 벗고 편의식품으로 탈바꿈 했다. 누구나 만만하게 도시락이나 밥반찬으로 즐길 수 있는 식품으로 콘셉트를 바꿨다. 이후 마땅한 식재료가 없을 때 찌개에 넣어 먹거나 계란에 부쳐 먹거나 밥에 비벼 먹는 친숙한 식품으로 자리매김해 소비자의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라면과 참치의 만남


올해 초 편의점엔 동원참치 포장을 그대로 닮은 라면이 등장했다. 노란 바탕에 글씨체까지 쏙 빼다 박았다. 이름도 ‘동원참치라면’이다. 동원F&B가 프랜차이즈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만든 제품이다. 라면을 먹을 때 참치를 함께 곁들여 먹는 사람이 많다는 데 착안해 라면에 참치를 부어 먹을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했다. 동원참치라면은 출시 초부터 큰 인기를 끌더니 3개월 만에 하루 평균 판매량 2만5000여 개를 기록하며 세븐일레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라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원참치의 이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제품에 변화를 주며 식품 트렌드를 따라 가려 노력했다. 고추ㆍ야채참치에서부터 카레ㆍ쌈장ㆍ포도씨유참치까지 여러 재료를 가미한 참치를 출시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비타민ㆍ셀레늄ㆍ불포화지방 등을 첨가한 참치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 동원참치는 전체 참치 통조림 시장의 70∼75%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25∼30% 정도는 다른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양분하고 있다. 다른 업체가 더 저렴한 가격에 참치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치 통조림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인자는 동원참치다. 트렌드를 쫓아가면서도 맛에서도 뒤지지 않는 참치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동원F&B의 한 관계자는 “참치 기름의 함량도 맛을 좌우한다”며 “주기적인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기름 함량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이는 “참치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말한다. 동원참치는 “참치 캔은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하느냐에 맛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기자 생각>


지방 함량이 하루 권장 섭취량의 41%나 되는 참치 캔이 있다. 한 캔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지방의 절반 가까이를 섭취하는 셈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참치 기름까지 모두 마시는 사람은 없다”며 “실제 섭취하는 지방은 그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참치 기름 섭취를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동원F&B는 “참치 살코기에서 나오는 영양소가 기름에 더해지기 때문에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에 참치 기름을 쓰는 것은 권할만하다”고 설명했다.

혼란스럽다. 참치 기름, 먹으란 말인가 먹지 말라는 말인가.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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