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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축적 독성물질, 폐암 발생위험 높여
인체 축적 독성물질, 폐암 발생위험 높여
  • 박하연
  • 승인 2021.03.1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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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암센터 박은영 연구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저농도 노출과 폐암 발병률 상승의 상관관계 세계 최초 증명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폐암 발병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국립암센터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십 년 전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라도 생체에서 검출될 수 있고, 저농도라도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국립암센터(원장 서홍관) 암예방검진부 박은영 박사는 환자-코호트 연구를 통해 폐암 환자의 혈청 샘플 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농도를 분석하고 위와 같이 규명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독성∙잔류성∙생체 농축이 특징이다. 장기적으로 축적되며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면역체계를 훼손한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는 다이옥신, PCBs 이 있다.

최근 해외 연구진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전립선암∙유방암∙간암∙비호지킨 림프종∙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의 발병을 높인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러한 연구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왕성했던 1970년대에 수집된 혈청 샘플을 분석한 결과였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지 수십 년이 경과한 최근의 환경적 노출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박은영 박사팀은 국립암센터 지역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2000년 이후에 수집된 암 진단 전 혈청 샘플을 사용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환자-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118명의 폐암 환자와 252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혈청에서 19개 유기염소계 농약과 32개 폴리염화바이페닐 (polychlorinated biphenyl, 이하 PCB)의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 발병 사이엔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기염소계 농약인 클로르단(chlordane)과 절연체에서 사용되는 PCBs 혈청 농도의 영향이 가장 컸다. 클로르단의 체내 대사체인 트랜스노나클로르(trans-nonachlor)의 혈청 농도가 2.72배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은 2.2배 상승했다. 2.72배 증가한  PCBs 혈청 농도는 폐암 발생 위험을 1.4배에서 3.3배까지 높였다. 

위험한 건 저농도 노출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용된 혈청 샘플의 트랜스노나클로르 농도 중앙값은 7.3 ng/g lipid이었다. 미국 일반인구집단의 값이 17.3 ng/g lipid이다. 우리나라 일반인구의 노출도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번 연구대상 코호트는 일반인구집단보다도 더 적게 노출된 편이었다. 저농도 노출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 간의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됐다는 뜻이다. 

박은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사용 금지된 지 20~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생체에 잔류해 검출되었으며, 저농도 노출이라도 폐암 발생위험 등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현재 세대의 현안일 뿐 아니라 생태계 잔류성으로 인해 미래 세대의 심각한 보건환경 이슈로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 저감을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기관 고유연구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 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박하연 기자 mintyeon34@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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