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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연말연시 불청객, 스트레스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연말연시 불청객, 스트레스
  • 박태균
  • 승인 2021.01.0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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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는 욕조 안의 물, 중요한 건 양 아닌 받아들이는 자세
- 적당한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eustress)’ 삶에 활기 부여해…중요한 건 균형

 

 

 


연말ㆍ연시는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시기다. 겨울 우울증(winter blues)ㆍ크리스마스 우울증ㆍSAD(계절성 정서 장애)란 병명이 있을 만큼 겨울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계절이다. 미국 심리학회(AUS)에 따르면 38%의 사람이 휴가철에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간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는 사람을 늙고 지치게 한다.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현대병의 주범인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강제로 물속에 빠뜨리는 등 쥐에 강한 스트레스를 가했더니 많은 쥐가 위궤양에 걸렸다. 과격한 운동(수영)과 공포라는 스트레스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킨 탓으로 풀이됐다.

감정 조절에 실패하거나 조급증을 가지면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가고 이는 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서두르지 마라. 새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74세까지 살았다. 당시 기준으론 장수다. “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라”라고 외친 오다 노부나가는 급한 성질 탓인지 48세에 숨졌다. 조급한 성질과 욕심은 삶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돌연사가 많은 것은 매사에 빨리빨리’가 몸에 밴 탓일 수도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내가 조금 손해 보고 말지”라며 마음을 여유 있게 가지면 분노가 치밀지 않는다. 이런 자세로 살면 뇌에선 행복물질인 세로토닌과 천연의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수시로 화를 내면 아드레날린ㆍ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은 이들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이 약간 지나면 또 하나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스테로이드(코티솔)가 분비된다. 분노가 치밀 때는 작은 것을 손해 보면 큰 것(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현명하다.

A형ㆍB형이라고 하면 누구나 혈액형을 먼저 떠올린다. 성격에도 A형과 B형이 있다. 일종의 심리ㆍ성격 형이다.

미국의 심장학자 메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센만은 1974년 ‘A형 행동과 심장’(Type A behavior and your heart)이란 저서에서 A형을 심장병에 걸리기 쉬운 유형으로 분류했다.

A형은 늘 시간과 경주를 벌인다. 매사에 조급해하고 짜증ㆍ분노를 잘 내며 금세 달아오르고 경쟁심이 강해 타인을 적대적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말은 빠르게 하지만 남의 얘기를 다 들어줄 여유를 갖지 못하고 중간마다 끼어든다. 긴장을 풀고 편안히 쉬는 일이 거의 없으며 동시에 여러 일을 하려 든다. 신문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의 머릿속에선 그날 해야 할 일까지 꼼꼼히 챙긴다.

B형은 수동적이고 주변 여건에 대해 잘 순응한다. 목표가 있지만, 설령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좌절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노력해온 과정에서 ‘뭔가 얻은 것이 있다’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본다. 흑백논리에 갇혀 있지 않고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한다. 다른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A형 성격인 사람은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있다. 직장ㆍ학교에선 의욕적으로 업무를 하고 적응을 잘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대부분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는 유형이다. 이들은 잠을 잘 못 자고 가끔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자주 호소한다. 이처럼 교감신경이 흥분된 상태로 오래 생활하면 심신이 지치게 된다. 일의 효율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업무에 뒤처지게 된다.

A형인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더 심하게 좌절한다. 신체적으로는 뒷목과 어깨 근육이 수축해 두통ㆍ어깨 통증이 유발된다. 소화불량ㆍ위염 등도 동반되기 쉽다.

최근엔 A형 성격의 여성도 증가 추세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심장병에 걸리는 여성이 급증한 것은 A형 성격 여성의 증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A형은 아니지만, A형처럼 심장병에 걸리기 쉬운 성격도 있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ㆍ이해가 깊지만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거나 실수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생각이 많은 이들은 우유부단해 보인다. 주변 사람으로부터는 ‘사람 좋다’는 평판을 받는다.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반응을 늘 의식하며 살다 보니 작은 일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랜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도 A형과 마찬가지로 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에 걸리기 쉽다.

스트레스는 흔히 ‘욕조 안의 물’로 비유된다. 스트레스의 양(물)보다 이를 수용하는 사람의 자세(욕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욕조의 크기가 아주 크다면 좀처럼 물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각자의 성격은 스트레스성 질환의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어려움을 엄청난 좌절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발전을 위한 약간의 진통으로 여기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천양지차다.

십이지장궤양을 예로 들어보자. 이 병은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 흔하다. 이 병 환자 중에는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이런 불만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보통은 가슴 속에 묻어둔다. 이때 위산이 흘러나와 위나 소장 벽을 헐게 해 궤양이 생긴다.

스트레스를 일절 받지 않고 살 순 없다. 모든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로운 것도 아니다. 가볍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생활에 활력을 주는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부른다. 반대로 몸의 균형을 깨뜨려 질병에 걸리기 쉽게 하는 나쁜 스트레스가 디스트레스(distress)다.

스트레스를 적당히, 유스트레스 정도로 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해 보자.

첫째, 하루 중 30분가량은 자신이 해야 할 과제와 생각에서 벗어나서 심신의 ‘이완 시간’을 가진다. 이때는 가급적 생각을 비우고 뜨거운 목욕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감성을 사로잡는 책을 읽으면서 휴식과 재충전을 한다.

둘째, 목표를 너무 무리하게 잡지 않는다. 실수를 하거나 일이 자신의 의도대로 추진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이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자신이 해야 할 과제와 복잡한 생각을 노트에 적는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일을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본다. 일에 대한 중압감이 줄어들고 한결 수월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연히 업무 처리 능률도 올라간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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