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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니, 인기 좀 높니? 동남아 여행객 사로잡은 노니의 정체
노니, 인기 좀 높니? 동남아 여행객 사로잡은 노니의 정체
  • 박태균
  • 승인 2021.02.05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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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ㆍ동남아 여행객에게 인기 높았던 노니의 효과와 안전성
- 국내에선 자생하지 않지만, 동의보감에도 노니 등장
- 노니가 특정 질환 치료 돕는다고 표시하면 불법

 

 

 


코로나 19 유행 전에 중국ㆍ동남아 여행객이 자주 구매한 건강식품이 노니(noni)다. 노니는 다양한 약성(藥性)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열대 식물이다. 주로 괌ㆍ하와이ㆍ피지 등 남태평양 지역에 서식한다. 별칭은 ‘인도뽕나무’(Indian mulberry)ㆍ‘치즈 과일’(cheese fruit)이다. 동남아시아ㆍ호주ㆍ인도에서도 자란다. 과거엔 옷을 붉은색ㆍ노란색으로 염색하기 위한 염료로 쓰였다.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는 식물이지만 ‘동의보감’에도 등장한다. ‘동의보감’에선 해파극(海巴戟)ㆍ파극천(巴戟天)이라고 불렀다. ‘기운이 바다까지 뻗친다’, ‘땅에서 하늘까지 힘을 솟구치게 한다’는 뜻이다.

노니 열매는 직경이 약 10㎝로, 감자처럼 생겼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패인 자국이 있다. 열매엔 식이섬유와 즙이 많이 들어 있으며, 익으면 황백색의 껍질이 얇아져 투명해 보인다. 맛이 써서 생식하긴 힘들다. 대개 주스ㆍ분말ㆍ차 등으로 만들어 섭취한다. 동남아에선 노니 열매를 생으로 먹거나 카레 재료로 사용한다. 노니 잎은 계란 모양이다.

노니에 풍부한 웰빙 성분은 필수 아미노산ㆍ비타민ㆍ미네랄 등 영양소와 파이토케미컬(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자기 보호를 위해 배출하는 항산화 성분으로, 항산화ㆍ항염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노니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인 이리도이드와 프로제로닌은 염증을 줄이고, 세포 정상화를 도와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재생ㆍ노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니는 열매ㆍ잎ㆍ꽃ㆍ줄기ㆍ나무껍질ㆍ뿌리 등 거의 모든 부위가 약재로 쓰인다. 현재 미국 국립보완대체 의학센터가 노니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 중이다. 결론은 아직 내려지기 전이다. 미국의 식품의약처(FDA)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건강 강조 표시(health claim)를 제품 라벨에 한 일부 노니 제조업체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조치를 내렸다. 노니 제품 라벨에 특정 질환 치료를 돕는다고 표시하는 것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불법이다.


노니를 먹으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또는 주장하는) 질병은 한둘이 아니다. 주로 거론되는 노니의 적응증은 심한 복통ㆍ경련ㆍ기침ㆍ당뇨병ㆍ배뇨통ㆍ생리 불순ㆍ열ㆍ간 질환, 변비ㆍ임신 중 질 분비물ㆍ말라리아로 인한 발열ㆍ구토 등이다. 동남아 등 재배지에서 노니 잎은 관절염 환자의 아픈 관절을 감싸는 데 쓰인다. 두통 환자의 이마에 노니 잎을 올려놓거나 화상ㆍ상처 부위를 잎으로 감싼다.
노니를 피부에 바르기도 한다. 보습 효과가 있고 피부 노화를 억제한다고 여겨서다. 호주의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의 백옥 피부 비결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커는 어릴 때 여드름이 나거나 햇볕에 화상을 입었을 때 노니 주스를 피부에 발랐다고 한다.

노니가 질병 치료 등 건강에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노니에 칼륨을 비롯한 다양한 웰빙 성분이 포함된 점을 내세운다. 노니에 든 일부 성분이 체내에서 세포 손상을 고치고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노니의 각종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해 아직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더 많다. 청각 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노니 주스를 하루에 113㎖씩 3달간 제공한 연구에선 이렇다 할 청력 개선이 없었다.

암 환자에게 노니를 하루 6∼8g씩 매일 섭취하게 했지만 암 크기가 줄어들지 않았다. 단 암 환자의 신체 기능ㆍ피로ㆍ통증이 개선되는 부수적인 효과는 확인됐다.

노니 열매를 수술받은 환자에게 제공한 연구에서도 수술 후 구토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었다.

노니의 의학적 효능이 입증된 연구결과도 더러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타이티 노니 주스를 하루 85㎖씩 한 달간 제공한 연구에선 혈압이 떨어졌다. 골관절염 환자에게 타이티 노니 주스를 하루 85㎖씩 3달간 마시게 한 연구에서도 진통제 사용량이 감소하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노니가 운동 기능을 높였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장거리 육상 선수에게 노니ㆍ자몽ㆍ블랙베리가 혼합된 주스를 21일간 제공한 결과 훈련 중 지구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니의 모든 약효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아직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되지 않았다.

노니 열매를 단순히 식품으로 먹는다면 노니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의료적 치료 효능을 얻기 위해 과다 섭취하면 안전성을 100% 보장하긴 힘들다. 특히 노니 차나 주스는 일부 복용자에게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노니 차나 주스를 수 주간 섭취 후 간 손상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임산부ㆍ수유부에게 노니는 금기 식품이다. 동남아에서 노니는 유산 유도 식물로 쓰인 적이 있다. 임산부는 절대 섭취하면 안 된다. 수유부에 대한 노니의 안전성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장병 환자도 노니 섭취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혈압엔 ‘약’이지만 신장엔 ‘독’이 될 수 있는 칼륨이 노니에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신장병 환자가 노니 주스를 마신 후 혈중 칼륨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간 질환 환자도 노니 섭취를 삼가야 한다.

노니와 ‘궁합’이 맞지 않는 약도 있다. 고혈압 치료제(특히 ACE 억제제나 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복용 중이라면 노니와 고혈압약을 함께 먹는 것은 피한다. 타이레놀 등 부작용으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약도 노니와 함께 먹지 복용해선 안 된다. 노니 자체가 간 손상 유발 가능성이 있어서다. 와파린같이 혈액 응고 억제 약도 노니와 ‘궁합’이 안 맞는다. 함께 먹으면 혈액 응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노니의 적정 섭취량은 각자의 나이ㆍ건강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노니의 적정 섭취량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노니는 일부 지역에선 ‘만병통치약’ㆍ‘신의 선물’로 통하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적으므로 구매ㆍ섭취 전에 반드시 주치의나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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