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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피’ 건강 지켜주는 비타민 ‘P’의 놀라운 효능
혈관 ‘피’ 건강 지켜주는 비타민 ‘P’의 놀라운 효능
  • 박태균
  • 승인 2021.02.1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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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혈관 강화로 코피ㆍ잇몸 출혈 등 출혈성 질환 예방
- 비타민 C와 함께 섭취 시 비타민 C 흡수율 극대화

 

 

 


웰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폴리페놀(polyphenol)이란 항산화 성분을 기억할 것이다. 폴리페놀은 신체를 녹슬게 하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노화와 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고마운 성분이다.

식물에 존재하는 폴리페놀은 달랑 하나의 성분이 아니다. 수많은 성분을 포함하는 ‘집합체’다. 일반적으로 폴리페놀은 타닌ㆍ리그닌ㆍ플라보노이드로 분류된다.

이중 타닌은 감ㆍ녹차 등의 떫은맛 성분으로 알려졌다. 리그닌은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플라보노이드는 노란색 식물 색소다. 플라보노이드는 그리스어로 황색을 뜻하는 플라부스(flavus)에서 유래된 말로, 플라본(flavone)을 기본 구조로 가진다. 감귤류가 노란색이나 주홍색을 띠는 것은 플라보노이드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비타민 P란 별명도 갖고 있다.

비타민 P의 P는 ‘Permeability’, 즉 투과성을 뜻한다. 비타민 P를 ‘투과성 비타민’이라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모세혈관은 피부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이 공급이 원활하려면 모세혈관이 적당한 투과성을 유지해야 한다. 비타민 P의 주 임무는 모세혈관의 투과성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타민 P의 섭취가 부족하면 모세혈관의 투과성이 높아진다. 이는 출혈이 일어나기 쉽고 세균ㆍ바이러스 침입이 쉬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비타민 P는 모세혈관을 강화해 코피ㆍ잇몸 출혈 등 출혈성 질환을 예방하고, 말초 혈관의 혈류를 개선해 혈액 순환에도 유익하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ㆍ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을 줄여준다.

비타민 P의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비타민 C를 돕는 것이다. 비타민 C란 ‘왕’을 받드는 충실한 ‘신하’로 비유되기도 한다. 비타민 C2(비타민 C의 상승제)라고도 불린다.

비타민 P의 발견(1936년)도 비타민 C 결핍증(괴혈병) 연구 도중 이뤄졌다. 당시 헝가리 생화학자는 괴혈병에 걸린 실험동물에게 비타민 C와 레몬 추출 엑기스를 함께 제공했더니 잘 치료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은 레몬에 비타민 C 외에 다른 유효성분이 들어 있음을 시사했다. 그 후 레몬에서 비타민 P가 분리됐다.

비타민 C는 세포를 튼튼하게 하는 콜라겐의 생성에 필요한 비타민이다. 비타민 P는 비타민 C의 이런 활동을 도와 모세혈관의 벽을 강화한다. 모세혈관이 약하면 멍이 쉽게 생기고 잇몸에서 피가 잘 난다. 남보다 멍이 잘 나고 잇몸 출혈이 잦은 사람에게 비타민 P의 섭취를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비타민 P는 비타민 C의 체내 흡수를 돕는다. 비타민 D가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는 것과 엇비슷하다. 비타민 C를 500㎎ 섭취했다면 비타민 P를 20%(100㎎)는 먹어야 비타민 C 흡수율이 극대화된다.

일본 히로시마 현립대학 연구진은 비타민 C와 비타민 P를 함께 먹으면 비타민 C 단독 섭취 시보다 혈중 비타민 C 농도(섭취 2시간 뒤)가 50%나 높았다고 밝혔다.

신통하게도 과일ㆍ채소 등 천연 식품엔 비타민 C와 비타민 P가 함께 존재한다. 합성 비타민 C 제품엔 비타민 P를 들어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비타민 C 보충제를 구입할 때는 비타민 P가 들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베타카로틴ㆍ비타민 E와 함께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꼽힌다. 넓게 보아 폴리페놀의 일종인 비타민 P도 항산화 비타민이다. 비타민 P, 즉 플라보노이드도 여러 성분의 통칭이다. 대표 성분은 헤스페리딘(hesperidin)ㆍ루틴(rutin)ㆍ쿼세틴(quercetin) 등이다.

헤스페리딘은 귤ㆍ레몬ㆍ오렌지ㆍ자몽 등 감귤류의 껍질과 과즙ㆍ씨ㆍ살구ㆍ버찌(체리)ㆍ포도 등에 풍부하다. 감귤류의 겉껍질 안쪽 흰 부분과 투명한 속껍질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해안지역에서만 피는 꽃인 허니부쉬에도 다량 함유돼 있다.

헤스페리딘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성분으로 통한다. 항암ㆍ알레르기 예방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루틴은 혈압을 낮추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메밀의 ‘효자 성분’이기도 하다. 감자ㆍ아스파라거스ㆍ버찌ㆍ감귤류ㆍ팥 등에도 포함돼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메밀 음식을 권하는 것은 루틴이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혈압을 높이는 물질의 작용을 억제해서다. 루틴은 메밀의 겉껍질에 가까울수록 많이 함유돼 있다. 루틴은 수용성이어서 물에 녹아 나온다. 메밀국수를 먹을 때 국물까지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비타민 P는 물에 녹는 수용성(水溶性)이다. 비타민 B군ㆍC 등 다른 수용성 비타민처럼 과잉 섭취해도 특별한 부작용이나 독성은 없다. 과잉 섭취분은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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