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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좀 먹어볼까?
대하, 좀 먹어볼까?
  • 박태균
  • 승인 2020.11.2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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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새우 대하, 국내 소비되는 새우의 1/3 차지해
- 영양성분, 더 신선한 대하 고르는 법 등 대하 소비를 위한 꿀 팁

 

 

 


대하철은 연중 두 번이다. 산란 직전인 3∼4월과 월동 직전인 9∼12월이다. 가을ㆍ겨울 대하 시즌엔 서해안 전역이 대하 산지다. 서해안을 따라 인천 소래포구ㆍ경기 김포 대명항ㆍ충남 태안 안면도 백사장항ㆍ충남 홍성 남당항ㆍ충남 보령 무창포항ㆍ전북 부안 곰소항 등을 찾으면 맛이 절정에 오른 대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대하는 덩치가 큰 왕새우다. 몸길이가 26㎝까지 자란다. 큼지막한 대하가 식탁에 올랐다면 암컷이기 십상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작다. 몸길이의 두 배에 달하는 2개의 긴 수염은 대하의 위엄을 잘 보여준다. 긴 수염 덕분에 대하는 별명이 ‘바다의 어른’이다. 새우의 별칭도 ‘해로’(海老)다. 겉모습이 허리를 구부린 노인과 닮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대하를 두이짜이(對蝦)라고 부른다. 일본명은 고라이에비(高麗海老, 고려새우)ㆍ다이쇼에비(大正海老, 다이쇼시대부터 많이 잡힌 새우)다.

우리 국민의 대하 사랑은 각별하다. 한반도의 서ㆍ남해안과 중국 연안에서만 잡히는 ‘토종’이기 때문이다. 영문명도 ‘Oriental prawn’(동양 새우)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새우의 3분의 1이 대하다.

대하와 중하는 생김새만으론 식별이 어렵다. 다 자란 뒤 길이가 20㎝가 넘으면 대하, 15㎝ 이하면 중하다. 보리새우와 대하는 외형은 물론 길이까지도 엇비슷하다. 무늬가 없고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면 대하, 호랑이 무늬 같은 줄이 나 있으면 보리새우다. 어시장이나 소래 포구의 좌판에서 ‘보리새우’라며 비싸게 팔리는 것은 대부분 수입 범새우다. 보리새우의 무늬는 밝은 갈색인데 범새우는 검은색에 가깝다.

간혹 맛이 떨어지고 값싼 남미산 흰 다리 새우가 대하로 둔갑하기도 한다. 눈이 튀어나왔으면 흰 다리 새우, 눈이 쏙 들어가 있으면 대하다.

자연산 대하는 양식산 대하에 비해 몸길이와 수염이 더 길다. 자연산은 성질이 급해 그물에 집히자마자 대부분 죽는다. 대하는 양식이 가능하지만, 요즘은 양식산을 거의 보기 힘들다. 양식 대하가 새우에게 치명적인 흰 반점병에 취약해서다.

영양적으론 저열량ㆍ고단백질ㆍ고칼슘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은 82㎉에 불과하다. 같은 무게의 바나나(80㎉)ㆍ단감(83㎉)ㆍ대추(94㎉) 수준이다. 대하엔 단백질이 100g당 18.1g, 칼슘이 72㎎ 들어 있다. 피와 살이 되는 단백질과 뼈ㆍ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이 풍부해 성인에겐 강정 식품, 어린이에겐 성장발육을 돕는 식품이다.

닭새우ㆍ보리새우ㆍ꽃새우 등 다른 새우와 마찬가지로 대하 껍질과 꼬리엔 키틴ㆍ칼슘 등 소중한 성분이 들어 있다.

키틴은 다당류의 일종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노폐물의 체외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키틴을 화학 처리해 얻은 것이 키토산이다. 대하는 껍질째 삶아 국이나 수프를 만들거나 바삭하게 튀겨 꼬리까지 남김없이 먹는 것이 좋다.

대하 등 새우 요리를 먹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콜레스테롤일 것이다. 새우 100g엔 콜레스테롤이 130㎎ 들어 있다. 이는 같은 무게의 꽃게(80㎎)ㆍ낙지(88㎎)보다 많지만, 오징어(294㎎)ㆍ계란(470㎎)보다는 적은 양이다. 대하가 자주 먹는 식품이 아닌 만큼 이 만큼의 양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새우에 풍부한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과 불포화 지방(혈관 건강에 유익)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동맥경화ㆍ고혈압ㆍ심장병 환자에게 오히려 대하 등 새우를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조리할 때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 쪽 두 번째 마디에서 내장을 꺼내고 소금물에 넣어 흔들어 씻는다. 신선도가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20일은 두고 먹을 수 있다.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양배추다. 대하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비타민 C가 양배추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하 음식은 소금구이다. 굵은 소금 위에서 익어가는 대하는 보기만 해도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대하구이에 굵은 소금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대하 요리의 간을 맞추고, 불에 잘 녹지 않는 소금을 이용해 대하가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하를 너무 바짝 익히면 맛이 떨어진다. 몸 전체가 적당히 빨갛게 익으면 머리를 떼고 먹는다. 떼어 낸 머리를 따로 모아 중간 불에 더 익히면 새우 맛 과자처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대하는 찜ㆍ튀김ㆍ탕 등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회로 먹는 사람도 있다.

신선한 대하는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난다. 내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껍질이 단단한 것이 상품이다. 눈이 선명한 것을 고른다.

한방에선 대하 등 새우를 남성의 양기를 북돋워 주고 스태미나의 원천인 신장을 강하게 하는 강정 식품으로 친다. “혼자 여행할 때는 새우를 먹지 말라”(본초강목)고 했다.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말라”고도 했다. 대하 등 새우를 먹어 생긴 스태미나를 쓸 방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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