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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 먹고 배탈? 고래 회충 의심해보세요
생선회 먹고 배탈? 고래 회충 의심해보세요
  • 박태균
  • 승인 2021.04.2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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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복통과 알레르기 유발하는 범인, 통증으로 의식 잃는 경우도…
- 60도 이상 가열∙영하 20도 이하 24시간 냉동 시 안전

 

 

 


수산물에도 기생충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아니사키스(Anisakis)라고도 불리는 고래회충이다. 이 기생충은 고래ㆍ돌고래ㆍ물개 등 바다 포유류의 소화관에 기생한다. 한국ㆍ일본 등 생선회를 즐겨 먹는 아시아 지역과 네덜란드 등 유럽에 국한돼 발생하고 있다.

고래회충은 제1 중간숙주(소형 갑각류) → 제2 중간숙주(오징어, 해산어류) → 종숙주(해산 포유류)로 이어지는 생활사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바다 생선은 고래회충의 유충을 갖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 고래회충 유충의 감염률을 확인한 결과 61.0%가 고래회충에 감염돼 있었다.

사람은 대개 고래회충에 감염된 물고기나 두족류를 날로 또는 덜 익혀 먹은 뒤 감염된다.

고래회충은 어류가 살아있거나 신선한 상태에선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살아 있는 어류에게선 고래회충의 유충이 어류의 내장 내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류가 죽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유충이 내장에서 근육으로 옮겨간다.

인체 감염된 고래회충의 유충은 급성 복통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최근엔 식품 알레르기의 한 원인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래회충 유충이 인체에 들어오면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고 유충 상태로 위벽을 뚫는다. 이때 심한 복통ㆍ메스꺼움ㆍ구토 등을 유발한다. 대개 고래회충 한 마리가 감염되지만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감염되면 증상이 더 심하다. 멸치 회를 먹고 다섯 마리의 고래회충에 감염된 68세 여성은 통증 때문에 의식을 잃기도 했다.

생선회를 먹은 후 1∼5일 사이에 심한 복통을 호소하거나 장폐색 등 소장 침범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고래회충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이 위(胃)에 국한되면 위내시경을 통해 충체를 제거함으로써 간단히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장(腸)까지 침범한 경우엔 충체 제거를 위한 수술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장폐색 등 응급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고 조기에 진단되면 환자를 굶기고 정맥을 통해 수분을 공급해 주는 등 보존적 요법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고래회충의 유충은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생선회를 먹기 전에 유심히 관찰하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생선회를 최대한 잘게 썰어서 잘 씹어 먹는 것도 유용한 예방법이다. 바다 생선을 구매한 후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내장을 제거해 보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신선도가 떨어진 바다 생선은 충분히 가열ㆍ조리해 섭취해야 한다. 고래회충 유충은 열에 약해 60도 이상에선 1분 이내에 죽는다. 영하 20도 이하에서 24시간 동안 냉동 보관해도 살지 못한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횟감인 넙치를 통한 기생충 감염도 가능하다. 신종 기생충인 넙치 쿠도아충이다. 넙치 쿠도아충(쿠도아 점액포자충)은 주로 넙치의 근육에서 발견된다. 2011년 일본에서 설사ㆍ복통 등의 원인으로 넙치 쿠도아충에 감염된 넙치회가 지목된 이후 넙치 양식과 소비가 활발한 한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연구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례 중 매년 50건 이상이 쿠도아충에 감염된 넙치를 날로 섭취한 사람에게 발생하고 있다.

넙치 쿠도아충의 생활사는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았다. 넙치의 근육 내에서 쿠도아충이 다량의 포자 형태로 존재하는 시기에 넙치를 회 등 날로 먹은 사람에게 설사ㆍ구토ㆍ복통 등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잠복기가 짧고(2~20시간) 증상이 나타난 지 후 24시간 정도 지나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알려졌다. 증상이 가볍고 사람 간 2차 감염이 없으며 인체 내에 기생하지도 않는다. 별도 치료는 필요 없다고 알려졌으나 탈수 증상이 심한 경우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일본은 자국으로 수출되는 제주산 광어에 대한 통관검사를 강화했다. 쿠도아충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없으나 제주 광어의 수출시장 확대와 국내시장 안정화를 위해 제주도와 제주 어류양식수협은 2012년 7월부터 쿠도아충이 검출된 광어는 수출은 물론 내수판매도 금지하도록 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넙치 쿠도아충에 의한 식중독 발생 위험은 아직 정확하게 평가되지 않았으나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식품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 조치가 취해지고 있으므로 소비자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넙치를 비롯한 해산물을 즐겨도 된다고 강조한다. 고래회충과는 달리 넙치 쿠도아충은 눈으론 식별되지 않는다.

봄에서 초여름에 잡히는 바다 생선 망상어에게선 필로메트라 선충이 검출되기도 한다. 필로메트라 선충은 선홍색을 띤 가늘고 긴(3~30㎝ 이상) 기생충이다. 다행히도 이 기생충은 인체에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담수에 넣으면 곧바로 죽기 때문이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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