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1 09:10 (월)
겉과 속이 다른 김밥 영양학
겉과 속이 다른 김밥 영양학
  • 박태균
  • 승인 2021.05.05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밥은 우리 음식인가? 일본 음식인가?
- ‘김 한 장에 달걀이 하나’란 속담도 있어

 

 

 

 

오늘 같은 어린이날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김밥이다. 김밥은 일본의 김초밥과 유사한 음식이다. 일본식 김밥을 ‘마키’라 한다. 김 한 장에 오이ㆍ단무지ㆍ계란 등을 넣어 만든 후토마키가 김밥과 가장 닮았다. 자투리 쌀이나 생선회로 잘 먹지 않는 부위를 생으로 또는 절여서 넣어 만든 것이 데까마키다. 김에 밥과 다양한 재료를 넣어 부채꼴 모양으로 만든 것을 데마키라 한다. 밥이 밖으로 나오게 한 우라마키는 누드김밥을 연상시킨다. 미국에 이민 간 일본 요리사가 날생선을 꺼리는 미국인을 위해 개발한 캘리포니아롤도 누드 김밥과 비슷하게 생겼다. 캘리포니아롤은 서양인에게 익숙한 아보카도ㆍ크림치즈 등을 재료로 사용하는 김초밥이다.

김밥의 유래에 대해선 우리나라 기원설과 일본 기원설이 있다. 우리나라 기원설의 근거는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삼국유사엔 신라 시대부터 김을 먹었고, 정월 대보름에 ‘복쌈’을 먹는 풍습이 있다고 기술돼 있다. 복쌈은 볶은 취나물과 밥을 배춧잎이나 김으로 싼 음식으로, 복을 싸서 먹는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 말에 편찬된 조리서 ‘시의전서’에 김밥과 닮은 김쌈의 조리법이 기록된 것도 우리나라 기원설의 유력한 근거다.

일본의 김초밥에서 유래됐다는 설, 즉 김을 말아 만든 마키류가 김밥의 원조란 것이 일본 기원설이다. 일제강점기 때 김초밥(후토마키) 종류 가운데 굵게 말아내는 ‘노리마키’로부터 전래했다는 일부의 주장이다. 일본 기원설 주창자는 김밥과 노리마키가 기본적인 요리법과 굵기, 써는 방식, 밥을 마는 마키스(김발)의 크기와 형태가 거의 흡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일본의 마키(김초밥)는 19세기 후반 도쿄 도박장에서 놀음하면서 간단하게 먹기 위한 음식을 초밥집에 주문한 것이 효시로 알려졌다. 김밥의 역사는 우리나라가 오래됐고, 속 재료를 넣어 먹는 습관은 일본에서 유래하는 등 한일 양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기 자국 음식화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김밥의 주재료는 요즘 제철을 맞은 김이다. 김의 맛과 영양이 겨울에 절정인 것은 그래서다.

‘김 한 장에 달걀이 하나’란 속담이 있을 정도로 김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이다. 마른 김엔 단백질이 100g당 30∼40g이나 들어 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통하는 콩에 버금가는 단백질 덩어리다.

다양한 비타민이 넉넉하게 들어 있다는 것도 김의 매력이다. 우리 조상은 푸른 채소가 부족했던 겨울에 김을 비타민 공급원으로 이용했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김 한 장의 비타민 A 함량은 계란 두 개와 맞먹는다. 정월 대보름 절식인 복쌈은 취나물ㆍ배추 잎ㆍ굽지 않은 김 등에 밥을 싼 음식이다. 밥을 큼지막하게 싸 먹으면서 복이 덩굴째 들어 올 것을 기원했다. 복쌈은 눈이 밝아지고 명(命)을 길게 한다 하여 명쌈이라고도 부른다. 눈에 좋은 비타민 A가 김에 풍부하다는 사실을 옛사람은 경험적으로 알았다.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ㆍ암을 예방하는(항산화 비타민) 비타민 C도 풍부하다. 100g당 함량이 93㎎에 달한다.

김은 칼슘(뼈ㆍ치아 건강 유지)ㆍ철분(빈혈 예방)ㆍ칼륨(혈압 조절) 등 미네랄의 보고이기도 하다. 특히 칼슘 함량(100g당 325㎎)은 ‘칼슘의 왕’으로 통하는 우유의 세배 이상이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는 것(말린 김 100g당 37g)도 김의 장점이다. 식이섬유는 음식이 장(腸)에서 머무는 시간을 단축해 유해물질ㆍ노폐물을 빠르게 몸 밖으로 내보낸다.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고 당ㆍ지방의 체내 흡수를 지연시켜 비만ㆍ당뇨병의 예방ㆍ치료를 돕는 것도 식이섬유의 역할이다.

김밥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가 한국인의 주식인 밥이다. 김밥을 섭취하면 고단백 식품인 김이 단백질 함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밥(쌀)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밥에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ㆍ미네랄 등은 김밥 재료로 쓰이는 당근ㆍ부추ㆍ시금치 등이 보충하므로 김밥은 영양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음식인 셈이다.

노란 무도 김밥의 필수 재료다. 무는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이다. 김밥에서 노란무는 살균과 단맛, 소화기능을 담당한다. 1960년대까지는 밥에 식초를 첨가했으나 요즘은 식초에 절인 무를 많이 사용한다. 단무지용 무는 일반 무와 달리 남중국 계통으로, 속이 부드럽고 매운맛이 적으며 수분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김밥에서 붉은색을 담당하는 당근은 비타민 A의 보고(寶庫)로 유명한 채소다. 연중 재배되지만, 당근의 제철은 9∼이듬해 1월로, 이때가 맛의 절정기다. 비타민 A는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당근을 김밥의 재료로 쓸 때는 식용유 등으로 볶는 것이 좋다.

김밥에 녹색을 주는 재료는 시금치와 오이다. 시금치는 겨울부터 이른 봄이 제철이다. 여름에 시금치를 김밥 재료로 사용하면 쉽게 상하므로 오이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로 나물을 무칠 때는 짤막하면서도 뿌리 부분이 붉은 것이 달고 고소하다. 하루만 지나도 시금치의 영양가가 절반 아래로 감소하므로 최대한 구매 후 바로 사용한다.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단시간에 데치는 것이 요령이다.

여름 김밥의 속 재료로 자주 사용되는 오이는 아삭함과 시원함을 준다. 식감이 청량하며 수분 함량이 높고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하는 등 노폐물 제거에 유용하다. 냉장실에 두면 저온장애를 일으켜 상하기 쉬우므로 가급적 구입당일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부추는 3∼9월이 제철인 채소로, 김밥의 속 재료로 쓰이거나 생채로 곁들여 먹는다. 꽃봉오리가 핀 부추는 맛이 떨어진다. 김치는 대개 김밥과 곁들여 먹지만 김밥에 싸면 아삭함과 매콤함을 준다. 각종 비타민ㆍ미네랄이 풍부하고 소화를 도우며 암 예방에 유익해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깻잎은 사시사철이 제철인 채소로, 치즈ㆍ참치ㆍ고기 등 어디에도 잘 어울리며 독특한 향과 식감을 제공한다. 철분 함량은 시금치의 2배 이상이다.

살균과 적당한 간을 부여하는 소금과 맛있는 향을 담당하는 기름도 김밥의 주역이다. 소금은 식재료가 원래 가진 맛을 더욱 돋우는 역할을 한다. 참기름은 공기와 햇빛에 노출되면 쉽게 산패하므로, 가급적 입구가 작고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갈색 병에 담아 보관한다.

김밥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 중 가장 다양성이 큰 것은 계란ㆍ소고기ㆍ맛살ㆍ소시지(햄) 등 단백질 공급 재료다. 이중 계란은 김밥에 노란색과 고소함을 제공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