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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사는 향기로운 ‘나리’, 미나리는 봄이 제철
물에 사는 향기로운 ‘나리’, 미나리는 봄이 제철
  • 박태균
  • 승인 2021.05.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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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가 탄신일 절식인 강회ㆍ나물의 재료
- 물에서 나는 ‘나리’란 의미
- 세계에서 가장 즐겨 먹는 나라

 

 

 

5월 19일은 석가탄신일이다. 이날의 별칭은 등석(燈夕)이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됐지만 원래 이날 저녁 사찰ㆍ가정ㆍ거리에서 연등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민간에선 손님을 초대해 미나리강회ㆍ미나리나물ㆍ느티떡ㆍ콩조림 등 소찬으로 대접했다.

미나리나물은 끓는 물에 데친 미나리에 파를 섞고 초고추장에 무친 음식이다. 계란 지단ㆍ편육ㆍ쇠고기볶음ㆍ버섯ㆍ고추 등을 가늘게 채 썰어서 데친 미나리에 끼운 뒤 예쁘게 말아 놓은 음식이 미나리강회다. 미나리강회는 대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강회는 숙회(熟膾)의 일종으로 미나리 대신 파를 사용하면 파강회가 된다.

미나리는 봄이 제철인 향채다. 미나리란 명칭은 물(미)에서 자라는 ‘나리’란 뜻이다. 실제로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등 물과 연(緣)이 깊다. 영어 명칭도 water dropwort(또는 water celery)다. 중국에선 수영(水英)ㆍ수근(水芹)이라고 불린다. 주성분도 수분(95%)이다.

미나리는 돌ㆍ밭ㆍ논미나리 등이 있다. 돌미나리는 자연산이다. 향이 강하고 칼슘ㆍ비타민 C가 풍부하나 맛이 떫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성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추천된다. 인공 재배하는 논ㆍ밭미나리는 돌미나리보다 향은 약하지만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밭미나리는 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줄기 안쪽이 꽉 차 있다. 논미나리는 땅이 걸고 물이 많이 괸 논(미나리꽝)에서 나오는데 줄기가 길고 안쪽이 비어 있다. 독미나리는 식용해선 안 된다. 독성 성분이 들어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독미나리는 향이 없고 악취가 나며 뿌리가 녹색이다. 키는 식용 미나리의 3배쯤 크다.

미나리를 세계에서 가장 즐겨 먹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강회ㆍ잎쌈ㆍ생채ㆍ김치ㆍ볶음ㆍ전골ㆍ매운탕 등 미나리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수두룩하다. 음력 3월의 절식인 탕평채에도 청포묵ㆍ돼지고기ㆍ김과 함께 들어간다.

예부터 미나리는 3덕(三德) 채소로 예찬 됐다. 때 묻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심지, 음지의 악조건을 이겨내는 생명력,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강인함이 미나리의 3덕이다.

복어탕엔 반드시 미나리가 들어간다. 복어의 독을 중화시킨다고 소문나서다. 미나리의 해독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복국을 먹을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향긋한 봄의 정취와 함께 식이섬유ㆍ칼슘ㆍ칼륨ㆍ비타민 Aㆍ비타민 B군 등 미나리의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방에선 주로 가을에 채취한 잎ㆍ줄기를 햇볕에 말려 잘 썬 뒤 약재로 쓴다. 생미나리즙도 권장한다. 민간에선 감기ㆍ독감ㆍ수족 냉증의 예방ㆍ치료에 이로운 채소로 알려졌다. 발한ㆍ보온ㆍ해열 효과가 있다고 봐서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권할 만하다. 열량이 생것은 100g당 16㎉, 데친 것은 2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으로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므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물로 잘 헹궈 먹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색이 나빠지고 풍미가 사라지며 비타민 C 등 영양 성분이 파괴된다.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 논ㆍ개천ㆍ습지에서 자라서 거머리나 불순물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씻을 때 놋수저를 담가두면 눈에 보이지 않던 거머리까지 빠져나온다.

복어ㆍ녹두묵ㆍ김이 미나리와 ‘찰떡궁합’이다.

미나리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야생하는데, 직접 재배하기도 한다. 대개 잎과 줄기를 잘라 먹는데, 뿌리 부분은 집안에서도 키울 수 있다. 뿌리 부분을 용기에 넣고 물에 담가두면 새 줄기와 잎이 나온다. 미나리를 키울 때는 가급적 빛이 강하게 드는 창가에 두는 것이 좋다. 잎에 스프레이를 뿌려 습도를 높여주면 더 잘 자란다. 용기 재배 미나리는 30㎝ 정도 길이에서 수확할 수 있다.

잎이 선명한 초록색을 띠고 길이가 일정한 것이 상품이다. 줄기가 굵으면 식감이 질길 수 있어 적당한 굵기인 것을 고른다. 줄기 밑 부분은 연한 적갈색이 돌고, 잔털이 적은 것이 좋다. 잎끝이 마르거나 노랗게 변색한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된 것이므로 피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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