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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름 농어일까? 맛있으니까!
왜 여름 농어일까? 맛있으니까!
  • 박태균
  • 승인 2021.06.0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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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라대왕도 아는 여름 농어 맛, 그 비결은?
- ‘회춘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 풍부

 

 

 


여름 농어를 떠올리면 누구나 입안에 군침이 돈다. 경남 통영 남해지방의 고사도 결국은 농어 맛에 대한 예찬이다.

염라대왕이 “너, 통영산 농어회 먹어봤나?”라고 묻자 사자(死者)가 “안 먹어 봤는데요”라고 더듬거렸다고 한다. 그러자 “맛이나 보고 오라”면서 이승으로 되돌려 보냈다는 우스갯소리다.

옛 중국 사람도 농어 맛에 반했던지 ‘송강노어’(淞江盧魚)란 사자어까지 등장시켰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때 한 선비가 타지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고향 송강의 농어(노어) 맛을 그리워하다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는 일화를 근거로 한 것이다.

여름 농어는 건강에도 좋다. “음력 5월 농어를 고아 먹으면 곱사등이(꼽추)를 편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여름 농어가 건강에 이롭다는 뜻이다. ‘제철 농어는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도 전해진다.

민어와 함께 여름 보양식을 대표하는 농어는 요즘(6∼8월)이 제철이다. ‘여름날의 행복’이다. 맛도 절정이다.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란 표현도 전해진다. 여름에 잡힌 농어는 다른 생선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 높으며,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이롭다. 비타민이 풍부해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면역력 증진,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농어는 넙치ㆍ조피볼락(우럭)처럼 흰 살 바다 생선이다. 여느 흰 살 생선처럼 영양적으론 고단백(100g당 18.2g)ㆍ저지방(1.9g) 식품이다. 요즘처럼 한참 맛이 오를 때는 살의 지방 함량이 배 이상 높아진다. 농어의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회춘 비타민’이자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E,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 뼈ㆍ치아 건강에 유익한 칼슘도 풍부하다.

칼로리는 흰살생선답게 그리 높지 않다(생것 100g당 96㎉, 넙치는 103㎉). 붉은 살 생선인 고등어(183㎉)의 절반 정도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도 양껏 즐길 수 있다.

한방에선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생선으로 친다. ‘동의보감’엔 “위 건강에 이롭고 힘줄과 뼈를 강화한다”고 기재돼 있다.

농어 쓸개는 ‘바다의 웅담’으로 통한다. 농어 쓸개로 담근 쓸개주는 마셔도 좀처럼 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음한 다음 날 속을 풀기 위해서 농어 쓸개주를 마시는 애주가도 있다.

농어는 노인과 임산부의 보신 음식으로도 권할 만하다.

중국 당나라 때 저술된 ‘식료본초’라는 의서엔 “임신 중 하혈ㆍ복통 등이 있는 여성(특히 초산부)에게 농어국을 끓여 먹이면 지혈ㆍ안정이 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예부터 길(吉)한 생선으로 간주했다. 요즘도 낚시꾼은 농어를 잡으면 로또복권이라도 산다.

일본어 명칭은 ‘스즈키’다. 대표생선이란 뜻이다. 스즈키(鈴木)란 성을 가진 일본인이 많은 데서 유래했다.

농어는 지방마다 깔따구ㆍ껄떡이ㆍ절덕이ㆍ까지매기ㆍ농에 등 다양한 방언을 갖고 있다. 방어ㆍ숭어와 함께 자라면서 이름이 계속 바뀌는 이른바 출세어(出世魚) 중 하나다.

농어는 크게 농어와 점농어로 분류된다. 농어는 민농어라고도 한다. 농어와 점농어의 가장 쉬운 구분법은 등 부분의 점무늬 여부 확인이다. 농어의 몸에선 무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점농어는 뚜렷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 간혹 어린 농어의 등 부분에서 점무늬를 볼 수 있지만, 클수록 사라진다고 한다.

농어와 점농어 모두 자연산과 양식산도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농어는 대부분 양식산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것은 거의 다 중국산 양식 농어이다. 중국 푸젠성 인근 해역과 남중국해가 점농어의 대량 양식처다.

자연산 농어는 몸 색깔이 밝고, 등 쪽에 연한 금빛이 돈다. 회를 보면 혈압육이 선홍색을 띤다. 양식 농어는 몸 색깔이 검거나 갈색을 띠는 등 어둡다.

농어는 최고의 횟감이다. 조선 시대엔 살을 가늘게 썰어서 상에 올렸다고 한다. 일본강점기 이후엔 도톰하게 포를 뜨듯이 살을 떠낸다. 살에 참기름을 약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리면 농어회가 완성된다. 참기름을 치면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 얼마간 시간이 흘러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무친 농어 살은 빛깔이 다른 생선보다 파르스름하다.

생선회 대부분은 여름에 맛이 떨어지지만, 농어회는 여름철에 더 맛이 좋다. 농어의 산란기가 늦가을부터 시작되므로 알 낳기를 준비하는 여름에 살이 올라 맛이 기막히다. 농어회는 식감이 차지고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숙성회로도 많이 즐긴다. 농어회를 숙성시키면 단맛과 풍미가 좋아진다. 농어의 뱃살은 기름기가 풍부해 고소하고 씹는 맛이 느껴진다. 농어살로 만든 스테이크도 별미다. 농어 스테이크는 화이트와인이나 사케와 잘어울린다.

농어채도 별미다. 살에 전분을 묻힌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숙회다. 맛은 회보다 더 부드럽다. 어떻게 조리하건 농어는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젓ㆍ찌개ㆍ탕ㆍ지리ㆍ구이 등을 조리해 먹어도 좋다. 찌개를 끓일 때는 생강을 조금 넣어야 비린 맛이 가시고 더 감칠맛이 난다. 요리할 때 레몬ㆍ무채 등을 곁들이면 농어에 유독 부족한 비타민 C를 보충할 수 있다.

농어는 외양이 쭉 빠져 별명이 ‘8등신 생선’이다. 길고(50∼90㎝) 납작한 몸과 큰 입 때문에 물고기 형태ㆍ해부학 연구용 생선으로 자주 사용되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겨울 채비와 산란을 위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나 바다로 이동한다. 일본인은 이를 “농어가 가을 천둥소리에 놀라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고 표현한다.

살 때는 선도를 우선 살핀다. 눈동자가 검고 선명한 것이 신선하다. 아가미도 농어의 신선도를 짐작할 수 있는 부위다. 아가미가 붉고 살이 탄력 있는 것을 고른다. 눌러봤을 때 물렁물렁하거나 딱딱한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쇠고기보다 빨리 상하는데, 농어는 식중독의 계절인 여름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가급적 큰 것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클수록 맛이 더 좋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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