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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식탁을 조종하는 식이환경
당신의 식탁을 조종하는 식이환경
  • 박태균
  • 승인 2021.04.0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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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이, 더 맛있게 먹게 하는 조명∙온도∙소음
- 얼마나 많이 먹을까? 음식섭취량 좌우하는 그릇 사이즈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음식을 더 맛있게, 더 많이 먹을까? 이를 식이 환경(eating environment)이라 한다. 식이 환경은 대개 4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 음식을 먹는 주변의 온도ㆍ조명ㆍ음악 등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주위 온도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 체온 유지를 위해 체온 상승에 필요한 칼로리를 더 많이 보충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주위 온도가 높을 때는 탄산음료 등 음료를 더 많이 찾는다. 체온을 빨리 낮추는 데는 액체 성분의 음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섭취하는 곳의 조명이 부드럽고 은은하면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경우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자제력도 줄어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 반대로 조명이 밝으면 식당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다. 패스트푸드점이 조도를 높이는 것은 그래서다. 조명이 밝으면 음식 섭취는 준다.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먹으면 식욕 억제 자제력이 줄어 음식 섭취량이 늘어난다. 식사 시간도 길어진다.  

크고 빠른 음악을 경청하면서 식사해도 과식하기 쉽다. 빠른 음악이 식사 시간을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재촉하기 때문이다. 뇌의 중추신경에서 포만감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이미 많은 음식이 몸 안으로 들어온 상태가 된다.

둘째,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식사량이 달라진다. 평소 소식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면 혼자 먹을 때보다 음식을 29%나 덜 섭취하고, 과식하는 사람과 겸상하면 혼밥 때보다 25% 더 먹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혼밥에 비해 서너 명이 함께 먹으면 남녀 모두에서 아이스크림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연구논문도 제시됐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면 음식 섭취량이 두 배 늘고 후식을 더 많이 챙겨 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친분이 있으면 긴장감이 줄어들어 식사량에 대한 자기 억제력이 느슨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의 수가 많으면 식사 시간이 연장되고, 식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섭취량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셋째, 식사할 때 주변이 산만한 것도 음식 섭취량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 섭취 시 가장 흔한 산만함은 TV 시청이다. 실제로 TV를 보면서 뭔가를 먹으면 고지방 음식ㆍ간식ㆍ식사 빈도가 늘어난다. 하루 중 TV 시청 시간이 길수록 아동의 비만율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넷째, 스트레스도 음식 섭취량과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ㆍ신체적 긴장 상태를 가리킨다.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다이어트 중인 여성에게 과식을 유발한다. 특히 달고 기름진 음식을 갈망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중 대표적인 것이 코티솔이다. 일부러 성인 남녀에게 코티솔을 주입했더니 식사 섭취량이 급증했다. 특히 달고 기름진 음식의 섭취가 증가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맛없는 음식의 섭취도 늘어난다.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 목적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겐 음식의 맛 정도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음식 섭취량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 환경(food environment)도 넷 있다. 

첫째, 1회 섭취 분량(portion size)이다. 1회 섭취 분량이란 한 끼 식사나 간식에 제공되는 양이다. 음식점에서 한 개인에게 제공되는 양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식품의 포장 안에 제공된 양, 한 끼를 먹기 위해 자신의 그릇에 놓는 양인 셈이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1회 섭취 분량부터 줄여야 한다. 1회 섭취 분량이 커지면 음식 섭취량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먹는 양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므로 1회 섭취 분량을 적정 음식 섭취량으로 여긴다. 1회 섭취 분량을 2배로 늘렸더니 실제 파스타 섭취량은 18∼25%, 스낵은 30∼45%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메가(mega) 사이즈 또는 빅 사이즈 햄버거ㆍ샌드위치가 출시되면 소비자는 일반 햄버거ㆍ샌드위치만 있을 때보다 열량ㆍ섭취량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둘째, 시각적 돌출(food salience)이다. 단순히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계획하지 않았던 음식의 즉흥적 섭취가 자주 이뤄진다. 시각적으로 도드라진 음식은 더 자주,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 자체가 섭취 욕구를 계속 자극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눈에 띄면 침샘이 자극된다. 식욕을 높이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도 촉진된다. 음식의 시각적 돌출에 따른 영향은 평소 식욕을 잘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셋째, 에너지 밀도다. 에너지 밀도는 식품의 무게 대비 열량을 의미한다. 무게가 같다고 가정하면 고열량 식품은 저열량 식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섭취하는 열량도 덩달아 증가한다. 
식품의 에너지 밀도는 수분ㆍ식이섬유의 양을 늘리고 지방의 양을 줄임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다. 지방은 음식의 풍미에 영향을 주므로 지방 대신 탄수화물 대체 식품을 이용해 에너지 밀도를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음식을 담는 그릇의 사이즈다. 음식 섭취의 71% 이상은 그릇ㆍ접시ㆍ컵 등 식기류를 통해 이뤄진다. 음식 섭취량은 그릇 크기에 비례한다.  
 

박태균 기자 fooding123@foodnm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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